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 경험이 글이 되는 마법의 기술
메리 카 지음, 권예리 옮김 / 지와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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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글쓰기를 유달리 많이 권하는 편이다. 아직 초등 3학년이라 학교 숙제도 독서록, 일기 각각 주 2회 정도지만 거의 날마다 일기나 독서록을 작성하도록 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원래 1,2학년까진 그림일기나 4~5문장 내외의 짧은 글이 주를 이루었다면 올 6월 들어서 펼쳐본 일기장은 15줄 가득 채워 나가고 있다.

나이 들어서 글을 써서 얻게 되는 다양한 장점을 체득했기에 더욱 글쓰기에 빠져드는가 보다.

1,2,3학년 최근까지의 아이의 일기장들! 나날이 쓰는 양과 내용이 풍부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글쓰기의 분야에서도 가장 쓰기 어려운 분야가 있으니, 바로 인생록이다. 여러 시와 소설, 산문을 발표하고,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글쓰기와 이야기에 이미 통달한 메리 카도 오랫동안 침묵하던 게 있었으니 바로 과거 어린 시절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23살에 들었던 제프리 울프의 자전적 글쓰기에 대한 강의는 저자를 인생록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한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책으로 내기까지는 이로부터 무려 17년이 걸린다. 심히 그 고민의 시간이 길었고, 비로소 3권의 인생록 <거짓말쟁이들의 클럽>, <체리>, <리트>가 나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가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30년간 자전적 글쓰기에 대해 강의했다.

그 강의들 중 정수를 담아 엮은 책이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이다.

그녀는 왜 유독 인생록에 파고드는가?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인생록을 쓰는 일은 어떤 면에서 자기 주먹으로 자기를 자빠뜨리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제대로 잘 써졌을 때 그러하다고 하는데, 인생록만큼 사람을 뒤흔드는 창작 분야는 없을 정도라고 여긴다.

실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생록을 쓰면서 저자들마다 끔찍했던 몸부림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이미 틀을 잡아놓은 자아, 현재의 욕망이 덧씌워진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 자신과 싸우는 섀도복싱과 같은 형태를 띠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몇 분 전의 사건에 대해서도 기억이 엉성한 인간의 기억력 때문이기도 하고, 강렬한 경험도 그때의 감정만 남고 사실의 측면은 사라지기 투성이기에 그럴 것이다.

너무나도 불확실한 인간의 기억을 드러내는 강의 첫 수업의 저자의 실험


그렇다면 이렇게 불확실한 과거에 대해 회상해 내고, 끊임없이 왜곡하려는 현재의 자아와 싸워가며, 때로는 너무 힘들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 가며 추스른 후 다시 인생을 돌아보고 회고하여 글로 쓰려는 까닭은 뭘까?

저자는 삶을 면밀히 돌아보면서 느끼는 해방감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자전적 이야기를 쓰든 쓰지 않든, 과거를 외면한 사람은 정신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과거는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끈질기게 끌어당긴다. 45p"

그리고 실제로 그녀가 선생으로서, 편집자로서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충실한 회고록의 저자들은 지나간 삶을 꼼꼼히 되돌아본 뒤 결국은 자신을 받아들이고 안도했다고 한다. 비단 회고록의 가치가 쓰는 이에게만 있을까? 나의 이야기에 마음속 깊이 공감하고, 희망을 찾을 그 누군가에게도 힘을 줄 수 있는 거다.

인생록을 쓰는 이유


그렇다면 제대로 된 회고록은 어떻게 쓰는가?

1, 2부에 거쳐 줄기차게 저자는 진실할 것과 자기의 목소리로 이야기할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다양한 회고록의 예시와 본인의 실수담을 들면서 자신에게 진실하기가 얼마나 어려우며,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렸는지를 책 곳곳에서 이야기한다. 이렇게 두 가지가 갖춰줬다면, 그 위에 쌓을 수 있는 다양한 회고록 쓰기의 노하우와 지침들을 여러 회고록의 예시와 저자의 경험을 들며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의 장점이자 작가를 꿈꾸거나 이미 작가의 대열에 있는 이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것일 거 같다.

목차


여러 글쓰기 기법에 대한 책은 많이 봤어도, 진실한 글 한 편 쓰기가 얼마나 어려우며, 그런 글을 준비하기까지의 내면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꽤 많은 작업이 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귀한 책이다. 하지만 저자만큼 나는 나의 인생에 대해 말할 준비가 아직 안 된 거 같다. 언젠가는 말하고 싶어 차오를 때가 오는 순간, 저자가 말한 부글부글 끓어올라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때가 온다면 이 책을 꼭 기억해두고 싶다.


인생록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다음 10가지의 과제를 체크하시오!

내 과거와 현재, 인생 전반에 대해 꾸밈없이 진실되게 살펴보는 자세와 흉내가 아닌 나만의 어법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불러일으켜준 이 책을 인생록을 쓰고자 하는 이에게 제일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비록 나처럼 인생록까진 쓰지 않더라도 나를 진실되게 표현한다는 게 뭔지 알고자 하는 이에게 또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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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해치의 우리 문화 숨은 그림 찾기
김유신 지음 / 봄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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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이가 우리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알 거라고 가볍게 여기며 지나쳤다가 어느 날 책에서 본 벼루나 먹의 용도를 모르고, 노리개, 족두리 등의 용어를 모르는 데서 화들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 주변에서 이러한 우리 문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릴 적 시골 생활을 한 내가 자주 마주쳤던 비녀로 쪽진 할머니들이 곁에 계신 것도 아니고, 때 되면 구경했던 지역 행사 중 고싸움이나 줄다리기, 연날리기, 지신밟기, 농악 등을 지금은 특별한 장소에 가지 않는 한 접하기 힘들다.

그리고 점점 서구화 되어가는 집안 물품에서 우리 용품이나 문화는 그림이나 생활사 박물관에서만 접하게 되는 와닿지 않는 것들이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사극이나 티브이를 자주 보지 않는 우리 집에서는 더욱 이런 옛날 용품이나 전통 행사에 대해서는 더욱 문외한이 되어 가는 거 같다.




더 늦기 전에 저학년일 때 자연스럽게 이런 물건이나 문화 등을 접하게 해주고 싶어서 신청한 책 <메롱 해치의 우리 문화 숨은 그림 찾기>는 아이의 관심을 끌기에 괜찮은 선택인 거 같다. 책 제목에 '메롱 해치'라는 말이 나와 '고유어인가?' 했다가 정말 말 그대로 '메롱'을 하고 있는 해치라는 걸 알고, 또 '메롱'하고 있는 해치가 경복궁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흥미로워졌다. 이런 실재하는 캐릭터가 이 책을 안내하고 있어 아이가 재밌어하는 부분이다!

우선 아이가 메롱 해치에 대해 호감을 표현한다. 둥글둥글 귀엽게 생긴 얼굴에 혓바닥까지 내밀고 있으니 인기가 없을 수 없겠다.


해님이 파견한 벼슬아치 해치랍니다~


메롱~ 하고 있는 메롱 서수


책은 우리나라의 명절, 세시풍속, 관혼상제, 다양한 궁중의 전통문화 등 16가지의 주제를 담았다.



주로 저학년 이하 아이들이 볼만한 책이라 줄글보다는 그림으로 많은 것을 표현했다.

각 장면마다 다섯 마리의 메롱 해치를 따라다니면서 곳곳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보다 보면, 우리의 다양한 전통문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책을 보면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도 한가득하다.

곳곳에 숨겨져 있는 숨은 그림을 찾으면서 우리나라의 전통 생활용품이나 놀이도구, 풍습, 예술품, 상징물, 관련 사람들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메롱 해치와 더불어 모험을 떠나는 김나무라는 친구도 나오는데, 나무가 어렸을 때부터 사관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연결된다.


정답지


그림으로만 끝나지 않고 부족할 수 있는 관련 지식은 숨은 그림 찾기에 이어서 나오는 이야기 글로 더욱 자세하게 풀어놓았다.

그 내용이 매우 알차고 풍습에 얽힌 이야기부터 육조, 관청 등의 전문 지식까지 범위가 넓다. 나도 새롭게 아는 내용이 많다. 예를 들면 태종 때 수도를 정하면서 동전을 던져 정했다는 '척전'의 내용이나 율곡 이이의 신참례 거부로 다시 과거를 본 이야기, 왕족의 혼인 시 배우자를 물색할 때 중매였다가 간택으로 바뀐 사연, '천세를 누리소서'라는 외침에 담긴 의미 등등.



부록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책 내용으로 꾸며진 독서 활동지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내용과 연관된 사지선다형의 퀴즈 형식이라 초등 고학년도 풀어보길 권한다.



책을 읽으며 곳곳에 숨겨진 우리 문화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일상에서도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을 만난 거 같아 어린이들에게 추천한다. 이참에 경북궁에서 실제 메롱 해치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난 추억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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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뭐 될까? - 병관이의 진로 탐색
고대영 지음, 한지선 그림 / 길벗어린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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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직 저학년이라 진로에 대한 고민이 구체적이지는 않다. 어떤 날은 대한민국 남아의 선호 1위 직업인 축구 선수였다가 어떤 날은 장기 선수, 또 어떤 날은 작가를 꿈꾼다. 아직 본인의 소질이나 적성 등을 모르기도 하고, 객관적인 자기 평가도 어려우며,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모르니 그러지 않을까?

그래서 보통 초등학생들은 진로교육 시 저학년은 자아탐색이나 자신감 수업 등등으로 학교 안내가 오는가 보다. 실제로 작년 학교 진로 주간의 계획을 보니 저학년 아이들은 자신감 수업, 동화책 수업 등으로 자신감 향상 프로젝트를 하였고, 자신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시기인 5학년부터 진로 적성 검사를 실시했던 거 같다. 우리 때는 없던 진로 탐색 교육이나 진로 적성 검사가 궁금해져 학부모 교육으로 교육청의 전문가 진로특강을 신청해 온라인으로 들어본 적도 있다. 그때 알게 된 커리어넷 주니어에서 진로흥미 탐색검사도 무료로 실시해 보기도 했다.

이렇듯 요즘엔 마음만 먹으면 직업 전문가 진로특강에, 진로 검사까지 접할 수 있어 나의 초등생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을 깨닫는다. 어찌 초등뿐일까 중고등학생이 되면 대학입시를 고3 한 해로 준비할 게 아니라 학종을 준비해야 하니 이미 고1 때부터는 진로를 확고히 하는 분위기다.



이렇듯 빨라진 진로 탐색의 시작 시기에 어울리는 책이 나왔다.

우리에겐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로 유명한 고대영 작가님이 <커서 뭐 될까?>라는 책으로 돌아왔다. 작가의 글을 보니, 지하철에서 긴장하다가 잠든 병관이가 벌써 성인이 되었다고 한다!

책에는 이안, 민호, 병관이가 나온다. 이들은 모두 초등 5학년이다.

한참 꿈 많을 이 어린이들은 새 학기에 장래 희망, 취미, 특기 등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써 오는 숙제를 받아든다.

자기소개서 숙제를 받아 든 병관이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병관이는 지금까지 일관된 꿈인 '평범한 아빠'라고 품고 있지만, 그 꿈을 장래 희망이라 불러도 될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평범한 아빠'가 되고자 한 건 유치원 때부터니 꽤 오래된 꿈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아빠'가 되기까지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 뒤로 병관이는 흔들렸다. 직업으로 의사로 시작하여 최근에는 프로 스케이트 보더로 바꾸었지만 이마저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어 아직 장래희망이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어찌나 똑 부러지게 자신을 소개하는지 병관이는 다른 친구의 발표 내용에 견주어 자신의 분명하지 않은 장래 희망이 불만이다. 게다가 함께 다니는 이안과 민호의 장래 희망은 더욱 구체적이고 이안이의 경우는 그 꿈을 위해 적극적이기까지 하다. 이안이는 프로 게이머가 장래 희망이라 가족들에게 자신의 꿈을 선언하고, 아빠는 이안의 꿈을 돕기 위해 그 분야 전문가와 만남을 주선한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일찍 철이 든 민호는 '속기사'라는 생소한 직업까지 이야기한다. 이렇듯 다들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병관이는 목적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답답하다.

그러다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병관이의 학년이 진로 탐색 시범 학년으로 지정된다.

프로그램은 자존감 수업, 강사 초빙 강연, 한국 잡월드 직업 체험 현장 학습, '나의 꿈' 발표하기로 구성되었다. 안 그래도 진로 탐색에 있어 자존감이 바닥을 친 병관이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 같다!

병관이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통해, 꿈과 직업을 구분하게 되고, 자신의 꿈인 '좋은, 평범한 아빠'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시켜줄 다양한 직업에 대해 차차 정하리라 다짐하게 된다.



예전 꼬마 병관이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초등 고학년 병관이로 자란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찾아갈지 무척 기대된다.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병관이에 대한 시리즈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아이와 함께 진로를 고민하는 학부모나 초등학생, 관련 종사자 모두에게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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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노트 - 인생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김익한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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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다이어리는 샀지만 첫 장 몇 장만 열심히 기록하기 일쑤여서 어느 순간부터는 다이어리를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기록된 걸 보면 새해의 목표, 그날 있었던 일, 해야 할 일, 그날 그날의 감정들을 끄적거렸던 거 같다. 하지만 지속적이지 않아 기록 다운 기록을 유지한 적은 없다. 그 다이어리들은 잠시 잠깐 나의 인생을 정리해 주려다 퇴장하여 반듯한 모습으로 책장에 연도 별로 꽂혀있다.



<거인의 노트>의 저자 김익한 씨는 책을 통해 우리 인생에 있어 기록의 가치를 알려주고 있다. 저자 또한 인생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떠났던 29세의 일본 유학 시절에서 기록의 가치를 깨달아 인생의 반전을 이루었다. 기록을 통해 지식을 쌓고, 생활 태도를 바꾸고, 목표한 것을 실행하며 충분히 성장한 그는 급기야 '기록학'이라는 분야의 교수가 되어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까지 설립하게 된다.

이토록 '기록'에 매료된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조금 끄적거리다가 마는 나의 기록을 보면 그다지 기록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정도의 기록의 힘이란 과연 무엇인가?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기록하는 인간>에서는 기록의 중요성과 가치를 일깨우고 성장을 가로막는 벽을 뛰어넘는 방법을 제시한다. 2부 <거인의 요약법과 분류법>에서는 머릿속을 한없이 맴도는 생각을 어떻게 요약하고 정리하는지 설명한다. 또 정리한 것을 언제든 쉽게 꺼내 볼 수 있으려면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마지막 3부 <거인의 다섯 가지 기록법>에서는 누구에게나 즉각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록법을 소개한다. 공부, 대화, 생각, 일상, 일까지 삶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주요 영역으로 나눠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기록의 의의를 지속적인 성장, 삶의 주도권에 두고 있다. 쏟아지는 정보와 내 안의 잠재성이 잘 어우러지도록 기록을 활용할 수 있으며, 나의 머릿속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언제든 적재적소에 맞게 내 생각을 쓸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주도적인 삶을 살도록, 기록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록으로 주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말에 매우 공감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집안의 물건이 어디에 있고, 언제라도 꺼내 쓰도록 잘 정리되어 있으면 외출할 때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우리의 머릿속도 마찬가지라 지속해서 밀려들어오는 온갖 정보와 해야 할 일에 우리의 머리 작업대는 언제나 분주하고 정신없다. 이 때 기록을 활용하면, 어떤 정보를 어떻게 입력하고, 그간 쌓아온 나의 지식과 경험, 체득한 노하우들과 어떻게 결합하여 가공해낼지 답을 찾을 수 있다니.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기록 과정이 습관화되면, 내 인생까지 다시 정리하여 줄기차게 성장할 수 있다니 솔깃하다.

책 속에서는 성장 메커니즘 3단계를 만들어 실천하도록 권한다.

기록하고, 기록을 반복하고, 기록의 반복을 지속하는 것이다.

여기서 메커니즘은 여러 상황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책을 읽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책의 한 챕터가 끝나면 책 속에서 '자기화'된 정보를 키워드로 챕터의 말미에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이를 매 챕터마다 반복한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챕터마다의 기록을 보며, 자기화된 서평을 써 읽은 책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고, 지속한다. 이렇게 지속된 독서 시 기록 습관은 책의 맥락이 머릿속에 정리되어 훨씬 빨리 읽게 되고, 이해를 도우며, 자기화되어 쌓인 지식은 언제 어디서라도 새로운 정보나 상황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인생 전반에 적용하도록 안내한다. 크게 공부, 대화, 생각, 일상, 일로 나눠 각 영역별로 기록하는 방법이 나와있어 성장형 인간으로 가는 길을 하나씩 안내해 준다.

기록은 나를 알아 가는 데에도 유용하다. 인생에서 삶의 중심이 되는 일을 기록하고,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분하여 자신만의 인생을 정돈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원하는 일이나 진짜 욕망, 남이 아닌 내가 바라는 것을 모른다면, 기록을 해보자. 기록을 하게 되면 현재의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내 욕망, 바라는 바, 원하는 모습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하게 된다. 그리고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방해하는 그 한계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장 자유>를 읽으며, 예전에 읽었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은 기분부전장애를 가진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의 대화를 엮은 것인데, 읽으면서 저자의 감정과 머릿속, 세상을 보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글쓰기를 통해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이때도 막연하게 글쓰기의 힘에 대해 느껴서 며칠간 내 머릿속이나 일상에 렌즈를 들이밀어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일기를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일기를 들여다보면, 기록하는 것 자체로 위안이 되고 정리가 되었으며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주었던 같다. 기록은 진정 나를 객관화하여 현 상황을 볼 수 있고, 과거 또한 볼 수 있으며 불안해하는 나의 미래에 대해 방해물을 하나 둘 제거하도록 돕는다.

책속에서 저자는 꾸준히 기록의 가치를 강조하며 당장 적용해 보도록 쉽고, 간결하며, 실천 가능하도록 손짓하고 있어 어쩌면 책을 다 읽고 나면 연필이나 만년필, 간단한 A5 크기의 나만의 노트를 손에 쥐게 될지도 모르겠다. 심플한 키워드라도 기록하고 반복하고 지속한다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는 같다. 저자가 기록을 통해 변화했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고 자부하니 저자를 따라 기록형 인간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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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법 - 상위 1% 아이가 하고 있는
이재익.김훈종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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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명의 아버지가 있다.

이들의 부인들은 직장에 매여 모두 바쁘고, 아이는 한창 공부에 매진할 중고등학생들이다.

다행히 나름 한국에서 인정받는 대학을 나왔으며, 자칭 타칭 모두 읽기와 쓰기의 달인들이며 글 쓰고 말하는 일을 업으로 살아가면서 그 분야에서만큼은 성공을 거두었다.

시간도 나름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이 아버지들은 아들의 교육에 매진한다.

매진하는 분야는 독서와 글쓰기다.

그런데 공교롭게 아들들은 모두 이과 기질이다. 각각 과학 영재원 출신, 과학고에 다니고 있다.

아버지는 문과 중에서도 오리지널 문과생들인데 말이다.

문과에 특화된 아버지들의 이과형 아들을 가르치는 노력은 눈물겹다.

하지만 한걸음 한걸음 와보니 어느새 문해력 독서법에 관한 책까지 쓰게 되었다!



<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 속 사춘기 아들과 소통하고, 무뚝뚝하고 둔감한 아들의 독서를 독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들의 사례를 읽다 보면 제3자인 나도 오소소 닭살이 돋기도 하는데 가족인 아들은 오죽할까?

그래서 영문학도 출신인 저자 이재익 피디가 되새기는 카사노바의 명언이 구절이 더욱 와닿는다.

"거절을 두려워 마라. 99명에게 거절당해도 1명이 승낙한다면 그것은 승낙이다"

이 아포리즘을 마음속 필통에 적어두며, 아들에게 슬쩍 멋진 글귀들을 전한다고 한다. 비록 아들의 무반응이나 읽씹 등의 '99번의 거절'이 있을지라도 가끔씩 그 글귀들이 아이의 마음을 쳐서 그 명언의 저자에게 호기심을 갖거나 책을 찾아 읽게 된 단 '1번의 승낙'에 아빠는 감동한다.




이재익 피디와 다른 색채인 저자 김훈종 피디 또한 읽기와 쓰기에 대한 그 열정에서는 닮아있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교육서와 논문, 다큐멘터리, 다양한 TV프로그램 등등을 찾아보고, 나름 집대성하여 아이에게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하여 접근하다.

뇌의 발달에 대한 정보부터 여러 심리학자의 이론과 읽기와 쓰기의 전문 논문까지 찾아 소개한다.

무엇보다 독서와 글쓰기 등의 효용이 학창 시절에서 끝나지 않고 어른이 되어서 빛나는 사례를 본인들의 경험담과 노하우까지 넣어 풀어나가 멀리 보고 교육을 하게끔 방향을 알려준다. 참고로 이재익 피디는 방송국 피디이지만 웹 소설가이자 시사 방송의 라디오 자키까지 겸하고 있어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그 덕업 일치를 몸소 실천한다.

중간중간 직접 아들을 지도하면서 찾은 인생에서의 공부의 이유와 읽기와 쓰기의 다양한 효용성을 자신의 어릴 적 사례와 현업을 곁들여 들려주는 데서, 연령별로 책 읽기와 글쓰기 재미 붙이게 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수능을 향한 실전 노하우, 덤으로 사춘기 아들과 소통하는 방법까지 도움과 자극을 많이 받게 된다. 한자교육의 이점, 속독법 트레이닝과 필사, 화학적 요약의 중요성, 때론 과부하와 불량한 독서 방법도 필요하다는 등등 깨알팁도 나온다. 물론 나와 마인드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스마트 기기의 사용이나 웹 소설 등에 좀 더 허용적이고 때로는 욕도 섞어가며 아들과 대화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하기에는 새가슴이라 참고만 하련다.



둘 다 방송 프로그램 구상부터 진행까지 맡아서 하는 피디들이라서 그런지 단순 문해력 교육서라고 보기엔 그 다루는범위가 넓고 글도 재미나게 엮어 술술 잘 읽힌다. 그중 교육과 연계한 대한민국 현 상황에 대해 과거와 비교하며 짚어보는 <4부. 아빠의 고민>에서는 마음이 많이 무거워진다. 어쩌다 이러한 지경까지 와서 아이들을 몰아세우는지 과열된 교육 환경과 이로 인해 더 이상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발견해서 재밌게 읽다가도 무거운 마음으로 끝난 책이다.

기존의 독서법에서 좀더 발전하고자 하는 친구들이나 학부모님이나, 좀더 나은 글을 쓰거나 이 방향으로 진로를 정하고자 하는 이, 읽기와 쓰기 공부의 가치를 좀 더 확고히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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