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 경험이 글이 되는 마법의 기술
메리 카 지음, 권예리 옮김 / 지와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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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글쓰기를 유달리 많이 권하는 편이다. 아직 초등 3학년이라 학교 숙제도 독서록, 일기 각각 주 2회 정도지만 거의 날마다 일기나 독서록을 작성하도록 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원래 1,2학년까진 그림일기나 4~5문장 내외의 짧은 글이 주를 이루었다면 올 6월 들어서 펼쳐본 일기장은 15줄 가득 채워 나가고 있다.

나이 들어서 글을 써서 얻게 되는 다양한 장점을 체득했기에 더욱 글쓰기에 빠져드는가 보다.

1,2,3학년 최근까지의 아이의 일기장들! 나날이 쓰는 양과 내용이 풍부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글쓰기의 분야에서도 가장 쓰기 어려운 분야가 있으니, 바로 인생록이다. 여러 시와 소설, 산문을 발표하고,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글쓰기와 이야기에 이미 통달한 메리 카도 오랫동안 침묵하던 게 있었으니 바로 과거 어린 시절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23살에 들었던 제프리 울프의 자전적 글쓰기에 대한 강의는 저자를 인생록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한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책으로 내기까지는 이로부터 무려 17년이 걸린다. 심히 그 고민의 시간이 길었고, 비로소 3권의 인생록 <거짓말쟁이들의 클럽>, <체리>, <리트>가 나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가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30년간 자전적 글쓰기에 대해 강의했다.

그 강의들 중 정수를 담아 엮은 책이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이다.

그녀는 왜 유독 인생록에 파고드는가?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인생록을 쓰는 일은 어떤 면에서 자기 주먹으로 자기를 자빠뜨리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제대로 잘 써졌을 때 그러하다고 하는데, 인생록만큼 사람을 뒤흔드는 창작 분야는 없을 정도라고 여긴다.

실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생록을 쓰면서 저자들마다 끔찍했던 몸부림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이미 틀을 잡아놓은 자아, 현재의 욕망이 덧씌워진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 자신과 싸우는 섀도복싱과 같은 형태를 띠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몇 분 전의 사건에 대해서도 기억이 엉성한 인간의 기억력 때문이기도 하고, 강렬한 경험도 그때의 감정만 남고 사실의 측면은 사라지기 투성이기에 그럴 것이다.

너무나도 불확실한 인간의 기억을 드러내는 강의 첫 수업의 저자의 실험


그렇다면 이렇게 불확실한 과거에 대해 회상해 내고, 끊임없이 왜곡하려는 현재의 자아와 싸워가며, 때로는 너무 힘들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 가며 추스른 후 다시 인생을 돌아보고 회고하여 글로 쓰려는 까닭은 뭘까?

저자는 삶을 면밀히 돌아보면서 느끼는 해방감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자전적 이야기를 쓰든 쓰지 않든, 과거를 외면한 사람은 정신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과거는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끈질기게 끌어당긴다. 45p"

그리고 실제로 그녀가 선생으로서, 편집자로서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충실한 회고록의 저자들은 지나간 삶을 꼼꼼히 되돌아본 뒤 결국은 자신을 받아들이고 안도했다고 한다. 비단 회고록의 가치가 쓰는 이에게만 있을까? 나의 이야기에 마음속 깊이 공감하고, 희망을 찾을 그 누군가에게도 힘을 줄 수 있는 거다.

인생록을 쓰는 이유


그렇다면 제대로 된 회고록은 어떻게 쓰는가?

1, 2부에 거쳐 줄기차게 저자는 진실할 것과 자기의 목소리로 이야기할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다양한 회고록의 예시와 본인의 실수담을 들면서 자신에게 진실하기가 얼마나 어려우며,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렸는지를 책 곳곳에서 이야기한다. 이렇게 두 가지가 갖춰줬다면, 그 위에 쌓을 수 있는 다양한 회고록 쓰기의 노하우와 지침들을 여러 회고록의 예시와 저자의 경험을 들며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의 장점이자 작가를 꿈꾸거나 이미 작가의 대열에 있는 이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것일 거 같다.

목차


여러 글쓰기 기법에 대한 책은 많이 봤어도, 진실한 글 한 편 쓰기가 얼마나 어려우며, 그런 글을 준비하기까지의 내면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꽤 많은 작업이 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귀한 책이다. 하지만 저자만큼 나는 나의 인생에 대해 말할 준비가 아직 안 된 거 같다. 언젠가는 말하고 싶어 차오를 때가 오는 순간, 저자가 말한 부글부글 끓어올라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때가 온다면 이 책을 꼭 기억해두고 싶다.


인생록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다음 10가지의 과제를 체크하시오!

내 과거와 현재, 인생 전반에 대해 꾸밈없이 진실되게 살펴보는 자세와 흉내가 아닌 나만의 어법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불러일으켜준 이 책을 인생록을 쓰고자 하는 이에게 제일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비록 나처럼 인생록까진 쓰지 않더라도 나를 진실되게 표현한다는 게 뭔지 알고자 하는 이에게 또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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