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킬조이 - 쉽게 웃어넘기지 않는 이들을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 Philos Feminism 9
사라 아메드 지음, 김다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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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웃는 건 웃어넘긴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웃어넘겨야 마땅할 대상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억하자, 불평등은 일상적으로 유머의 형태를 띤다. 그래서 많은 페미니스트 킬조이 이야기는 무언가가 우습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경험에서 시작된다. (p.43)



“분위기 깨지말고 웃어^^” 라는 말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물론 정확한 워딩에는 비속어가 들어가 있지만. 정확히 킬조이를 일컫는 말이다. 다들 웃어 넘기는 순간, 혐오와 차별이 공기처럼 떠도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지적하여 분위기를 흩뜨리는 사람.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오르페우스는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 버렸으니까 책임져.” 라는 말에 흥을 돋웠지만 킬조이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 그들에게는 불행을 초래할 의지가 있다.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가 아니다. 그들의 기분이 상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한다는 것. 다른 이들에게는 그냥 주어지는 것을 끈질기게 요구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황에 적응하는 것은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일이다. 이미 존재하는 배치를 통해 강제되는 한계에 적응할 때, 그 한계는 더는 한계로 인식조차 되지 않는다. 강요된 상황에 기꺼이 적응하기를 거부할 때 페미니스트 킬조이가 된다. (p.138)



『페미니스트 킬조이』는 불편함이 목에 가시처럼 남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가시를 남의 눈총을 받는 것을 각오하고 뱉어낼 수도 있고, 속이 상하게 되리란 것을 알면서도 눈치를 보며 삼킬 수도 있다.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다. 사실 이걸 읽는다고 없던 용기가 갑자기 샘솟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의 침묵 앞에서 소리를 내주던 다른 여성들의 의지가 눈이 부시게 느껴진다. 그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말을 걸었는지, 무엇을 잃었으며 어떤 불합리한 일들이 있었는지 눈치챈 것만으로 나에게 있어 침묵의 의미는 완전히 뒤바뀐다.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 페미니즘은 백인성에 점령되었다. (p.63)



이 책은 읽기 쉽지만 불편하다. 나에게도 불편하지만 페미니스트에게도 불편한 책이다. 백인성에 점령된 페미니즘에 대한 통찰은 날카롭고, 다양한 여성들이 그들의 역사에 기록되지 않고, 언급되지 않고 지워져갔다. 이런 상황에서 외치는 연대의 허무함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다. 그야말로 킬조이 그 자체. 워딩은 강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예시를 제시한다. 문장이 반복적이라고 느껴지는데 이 반복적인 내용이 강한 어조를 만나서 읽는 내내 저자의 말에 고무되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페미니스트는 킬조이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한 번은 꼭 읽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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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철학 - 삶의 문제를 산뜻하게 풀어주는
워드 판즈워스 지음, 강경이 옮김 / 윌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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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나는 이 점만큼은 잘 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골칫거리를 이웃과 바꾸려고 시장에 들고 간다면, 다른 사람들의 골칫거리를 들여다보고는 자신이 들고 갔던 것을 기쁜 마음으로 다시 들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자가 없을 것이다. / 헤로도토스, 『역사』7.152 (p.166) - 사람들 사이에서 철학이 유행이다. 특히 쇼펜하우어. 철학이 유행하는 작금의 현상에는 아마 학문적 공부를 위함이라기 보다는 힘든 현실 속에서 인생의 답을 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 강할 것이다. 사회 자체를 바꿀 수는 없어도 이미 수많은 고민을 거듭한 철학자들의 삶의 지혜를 내 인생 속에 녹여서 마음 가짐을 바꿀 수는 있고, 그럼으로서 평안과 안정을 찾기를 바라면서 책을 고르게 된다. - 우선 이 책은 윤리를 다룹니다. 요즘 일상적인 의미에서 윤리는 특히 우리가 타인을 대할 때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규칙을 뜻합니다. 철학적인 의미에서 윤리는 더 큰 질문들을 아우르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와 '좋은 삶이란 무엇을 뜻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에 포함된 내용들은 그런 의미의 윤리에 포함되지만, 스토아학파가 윤리에 대해 말한 모든 것을 담고 있지는 않으며, 그들의 이론 체계도 많은 부분 다루지 않습니다. (p.13) -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쇼펜하우어 등 학자들의 지혜는 모아놓되, 이론적 설명은 거의 수록되지 않았다. 철학자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최소한의 핵심만 설명하고 나머지는 그들의 말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깨닫고 생각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또 요약해준다. '해법 철학'이라는 제목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모호한 개념 사용도 없이 명쾌했고, 난이도가 정말 낮아서 어느 누가 읽더라도 책이 어려워서 하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주변 환경과 타인,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 답답해질때 기꺼이 답을 제시해줄 것이다.


- 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모든 것이 너를 잊어버릴 것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7.21 (p.213) 배신자가 충성을 가장 엄격하게 강요하고, 거짓말쟁이가 남의 거짓을 처벌하려 들며, 양심 없는 변호사가 자신이 피소되는 데 심히 분노하는 법입니다. / 세네카, 『화에 대하여』 3.26.4 (p.258) 우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우리 행복을 걸어야 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p.414)



*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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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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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죽음을 토대로 번성한다. (p.38)



예상치 못한 슬픔이 밀려올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상실감이 몸을 짓누르고 세상과 격리된 것 같아 견딜 수 없을 때는 어디로 가야할까? 작가인 마거릿 렌클에게 있어 삶에 대한 문제의 답들은 창문 밖에 있다. 죽음 위에 번성하는 생명들, 몇 계절의 이별 후 다시 돌아오는 작은 새들. 그는 이 모든 것을 사랑한다. 보살피고 살뜰하게 살펴본다. 자연의 섭리를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서 생명을 돌본다. 이 돌봄의 역사는 작가의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증조대까지 올라간다. 땅을 가꾸고 가족을 사랑하며 돌보는 행위는 대대로 내려오고 반복되어 작가 역시 그러한 삶을 따른다. 작가는 그러한 사랑과 상실의 순환을 가족사에서 자연으로 정교하게 엮어 확장한다.



가족 안에서 살면서 내가 뭔가 배웠다면,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속한다는 사실이다. 밖으로, 밖으로, 밖으로, 양쪽 방향으로 확장되는 잔물결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속한다. 그리고 초록색의 이 근사한 세계에도. (p.321)



책은 에세이의 형식으로 쓰여졌지만 자연을 노래하는 한 편의 서정시와 같다. 저자는 마당에서 작지만 근사한 순간을 발견하고 문장에 눌러 담는다. 눈으로 보지만 귀로 들리는 듯한 글들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자의 마당으로 들어와 새소리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교훈적인 문장 하나 없지만 저자가 공유하는 숲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바람에 흔들리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말 없이 삶을 보여주고 꿋꿋이 살아가는 자연과 같은 책이었다.



애벌레가 약간 움직이고, 마침내 나는 깨닫는다. 이것은 죽음이 아니라 웃자란 피부를 찢고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으로부터 기어서 달아나는, 삶의 다음 단계에 도달하기 전의 휴지 상태일 뿐임을, 그것은 새로운 생물이다. 심지어 그 것은 다시 시작하기 전에 다시 시작한다.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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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경제학
토스.박민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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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살펴보면 경제가 발전하다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육류 소비량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습니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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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계의 알쓸신잡



별 생각 없이 따라가는 유행의 흐름에는 반드시 맥락이 있고, 한국이라는 상황적 특성이 강하게 작용한다. 특히 '밥에 진심인' 한국인에게 있어서 음식과 경제는 뗄 수 없는 사이다. 어렴풋이는 알지만 누군가가 콕 집어서 말해주지 않으면 흩어져버리는 모호한 정보들을 미식 트렌드를 통해서 정확하고 재미있게 짚어주고 있다.

내추럴 와인이 무엇이며 왜 유행하는지, 핫플레이스의 조건이나 국내 치즈 가격은 왜 비싼건지 그리고 '食'에 대한 주제라면 절대 뗄 수 없는 식량 위기 문제까지. 메뉴판처럼 생긴 책을 음식을 즐기듯 가볍게 읽어내려가다 보면 신기한 지식들이 들어와 있을 것이다.


가장 집중을 하며 읽었던 파트는 오마카세였다. 얼마전에 한우 오마카세집을 다녀와서 더 집중하면서 읽었다. 선택의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점, 정해진 금액 안에서 조금씩 다양한 메뉴를 접할수있다는 점이 좋아서 굉장히 만족했는데, 책에서도 비슷한 장점을 이야기하다가 오마카세는 재료비가 고정되어 있어 인플레이션 때는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시킬 수 밖에 없다는 특징을 보고 놀랐다. 만약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면 말없이 재료의 질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점이 재밌어서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보통은 불황 속에서도 음식 가격을 동결하면 식당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준다고 생각하니까.

식문화라는게 같은 공동체 속에서는 아무래도 보편적인 부분이 많아서 예상 가능한 부분도 있었지만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다각도로 바라본 경험은 없는지라 이런 이야기들이 새로웠다.


물론 유튜브를 봐도 된다. 나는 영상보다 책으로 읽는 것을 선호해서 만족스러웠지만, 활자를 읽는 것보다 영상으로 보는 것이 편한 사람들은 유튜브가 더 좋은 매체일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미식경제학을 접하든 알아두면 분명 쓸데있고 사람들과 간단히 캐주얼 토크를 하기 좋은 주제들이며 사회·경제를 보는 눈이 다른 방향으로 트일 수 있는 계기가 될거라고 생각한다.



+기질적으로 날강도 같은 면이 있어서 누가 이렇게 콕콕 집어서 떠먹여주면 날름날름 잘 받아먹는다. 이걸로 힙-한 사람들 유행 따라간다 ٩( ᐛ )و

 

++ 미식경제학 유튜브가 1년전 영상이고, 해당 책의 내용도 그걸 바탕으로 쓴 것 같은데 아직도 성수동이 핫플이고, 여전히 K-나물이 잘 나가는지 궁금하다. 미식경제학 시즌2 꼭 나왔으면 좋겠다. 앉아서 따라가는 유행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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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멸종 위기 음식으로 꼽히기도 하는 가운데, 제초제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추럴 와인이 던지는 화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p.36)


우리나라 젖소 농가에서는 보통 얼룩소로 잘 알려진 홀스타인 종을 사육하고 있습니다. 추위에 강하거든요. 그런데 이 종은 다른 종에 비해서 원유에 유지방 함량이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낙농가에서는 유지방을 높이려고 사료를 더 많이 먹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사료비가 많이 드는데, 그 가격이 그대로 원유 가격에 반영되는 거죠. (p.79)


우리나라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비덩'이라는 개념이 있대요. 국물은 어쩔 수 없이 먹기는 하되, 거기 들어간 고깃덩어리는 안 먹는다는 거죠.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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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언스 - 의식의 발명 Philos 시리즈 22
니컬러스 험프리 지음, 박한선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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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타난 그의 존재로 인해 너무 긴장해서인지 헬렌은 시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헬렌의 시력은 자신이 시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편안할 때만 가능해지는 것 같았다.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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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시각피질을 제거한 원숭이 헬렌이 있다. 수술 이후 헬렌은 사실상 맹인과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헬렌과 놀아주고 산책을 하면서 점점 앞을 보는 것 같고 공간 지각을 하는 것 같았으나 낯선 환경이나 사람을 마주하면 다시 시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나는 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나 알고 있다. 안경을 쓴 사람이 세수를 하다 거울로 자기 얼굴을 꼼꼼히 살펴보고 다시 씻는데 순간 깨달은 것이다. 안경을 안 썼는데도 평소와 같이 선명히 보였다는 걸. 이후 다시 거울을 올려다보자 흐릿한 얼굴 형태만이 보였다는 이야기이다. 보통은 자극이 주어지기 때문에 지각하고, 그걸 토대로 의식한다고 생각하지만 의식을 못했기 때문에 지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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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원시 조상, 즉 눈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생물은 피부를 통해 시각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과 비슷하다. 물론 시각을 통해 우리는 하늘의 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엄밀히 말하면 시각적 인식perception 이다. 감각sensation이 아니다.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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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인식은 무엇일까. 인식하는 모든 것을 사람들은 지각하고 있는가, 둘 중 무엇이 먼저일까, 의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동물들에게도 지각이 있는가, 더 나아가 나는 무엇일까. 모든 고민에 대한 답이 아마 이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각과 의식을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누가 "손이 뜨겁다는 걸 '느꼈으니' 이 것은 불이구나 하고 '지각하자'." 이걸 쪼개서 생각하고 있겠는가.

당연히 하나처럼 느껴지던 개념을 분리하자 세상과 나 자신조차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어렵다. 이론 역시 쉽지 않다. 과학이라는 특정한 분야에 한정짓지 않고 저자는 의식 연구를 심리학, 철학, 예술까지 저변을 넓혀서 수십 년간 깊이를 더했기 때문에 쉬운 글은 아니다. 어려움에도 끝까지 페이지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경쾌한 어조와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이해를 돕고, 한 꼭지가 짧아서 지루할 만 하면 다음 이야기, 이해가 안돼서 지치면 다음 연구가 활력을 불어 넣어주기 때문이었다. 사실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


의식 연구에 대해 읽었을 뿐인데 내가 평가하는 남과 나 자신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갖게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는데 평생 나 자신을 모르고 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긴 이걸 끊임없이 곱씹어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니겠는가.


+ 나의 문어 선생님... 헤이... 우리 통한거 아니었냐며...😢
++ 책이 너무 예쁘다. 올해 만난 책 중 최고로 아름다움. 사실 책만 보면 감성적이기 그지 없는데 내용은 철저한 학문과 치열한 논쟁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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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으로 개는 타고난 심리학자다. 그런데 자신을 모델로 사용하여 상대를 예측하는 데 너무 의존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 이상을 상상할 수 없다. 안내견은 눈을 뜬 상태에서 환한 방에 있으면서도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을 겪은 적이 없다. 그러므로 실명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p.271)

다양한 종에서 타 개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 욕구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개를 이용한 한 실험 연구에서, 개 주인은 개가 코로 눌러 열 수 있는 문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주인은 고통스럽게 울거나 혹은 즐겁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주인이 울고 있을 때 개는 더 빨리 문을 열었다. (p.274)

물론 인간이나 다른 지각 동물이 다른 개체 모두의 자아에 자동으로 신경 쓸 리는 없다. 우리가 논의했던 것처럼, 동정심은 선택적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지각은 그 자체로 마음이나 행동에 강요할 힘이 없다. 그러나 인간의 윤리는 다른 곳에서 비롯한다. 만약 우리가 윤리적으로 행동한다면 그건 본능이 아니라 이해에서 비롯한다. 우리는 비인간 동물 중 일부만 우리처럼 자아를 갖고 있다고 인식하므로 그들의 감정에 신경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p.304)


*해당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읽은 뒤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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