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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를 해부하다 - 〈키스〉에서 시작하는 인간 발생의 비밀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평점 :
『다빈치 코드』를 아십니까? 한 때 전세계를 휩쓸었던 소설인데 찾아보니 벌써 20년도 전이다. 이 소설은 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 주인공들이 다 빈치의 그림에 숨어있는 코드들을 해석하는 것이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이다. 어릴 때 이 책을 읽으며 그림에 숨겨진 코드(암호)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하면서 놀라워했던 기억이 나는데, 『클림트를 해부하다』 역시 비슷하게 클림트가 그림에 넣어둔 코드들을 해석하는 이야기라 저 책 생각이 나서 즐겁게 읽었다. 마치 '클림트 코드'처럼. 저 소설보다 좋았던 건 클림트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고, 반짝반짝하고, 의학 관련 도서라는 점.
예를 들어 표지에 사용되었으며 흔히 클림트의 작품하면 생각나는 <키스>는 그림 자체가 하나의 의학 서적 같다. 수정되지 않은 난자와 수정된 난자까지 표현되고, 적혈구라던가, 남성성과 정자까지. 예쁘고 반짝거리는 로맨틱한 그림에 그렇게 많은 코드들이 숨어있을 줄은 몰랐어서 읽는 내내 자꾸 앞으로 돌아가서 그림을 들여다보고 읽고 들여다보고를 반복했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훨씬 노골적이다. 해부학·발생학적 요소들이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모를 수가 없다. 상징으로 은은하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안구를 통해 뇌리에 내리꽂는 메시지는 상상 이상으로 강렬하다. <나의 탄생>은 놀라울 정도로 노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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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살펴보면 양다리를 벌린 산모가 침대에 누워 있고, 그 사이에 아이의 머리가 나와 있다. 출산 중에 나온 피와 양수 등의 흔적이 침대를 적시고 있고, 아이도 많이 지친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어머니의 머리는 시트로 덮여 있는데, 이 그림을 작업하는 동안 자신의 어머니가 사망한 것을 나타낸다. 침대 위에는 고통받는 성모상이 걸려 있고, 성모는 슬픔과 동정의 눈물을 흘리면서 바라만 보고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공감하고 인정하지만, 아무리 안타까워도 절대로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 있지 않은가? 출산의 과정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p.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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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적 요소를 통해 생각해보게 되는 죽음과 삶, 인간의 진화와 탄생의 순환 등은 철학적·인문학적으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고 있다. 특정한 학문이 다른 학문들과 얽히며 거미줄처럼 짜임새를 갖추어 이야기를 펼쳐나갈 때 지적 쾌락을 느끼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쾌락과 동시에 그림을 보는 눈을 색다른 방향으로 확장시켜 주는 특별한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뭉크의 <마돈나>도 너무 신기함. 적외선 카메라로 채색된 그림 속 밑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밑그림과 완성본의 오른팔이 다르다는 것.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팔의 위치이지만 이걸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가도 대단하고, 함의를 캐치하는 사람도 대단하다.
*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