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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팬덤과 극단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교양
이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민주주의가 밥 먹여 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 말은 정곡을 찌른다. 민주주의가 좋고 옳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소구력이 없다. (···) 우리 삶을 위해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이지,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 삶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 p. 4
탄핵된 윤석열 정부 시기, 2024년 3월부터 이철희가 한겨레에 연재한 정치 칼럼을 한데 모은 책이다. 즉, 그 시기부터 한국 정치가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 계엄 때는 어땠는지,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에 대한 저자의 고찰과 소망을 담은 글들.
개인적으로는 들어가는 말부터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고 가는 게 좋았다. 민주주의가 그저 이념으로서 옳기 때문에 지지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말이. 그렇기에 저자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좋은 정치'가 그저 그것이 좋아서 같이 바라보아야 하는 게 아니라, 나의 이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말에 설득력이 부여된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정치는 지겹고, 정치인은 거기서 거기이며 나의 관심 하나가 그리 큰 힘을 내지 못하리라 판단한다.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정치 하나가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는지, 우리가 희화화하고 무시하는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지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진의를 판단하고 내 발 밑의 현주소를 더듬어볼 수 있다.
물론 한국 정치의 위기는 여전하다. 계엄으로 인한 윤석열 정부의 몰락으로 인해 탄생한 이재명 정부, 이 과정에서 선명하게 드러난 정치적 양극화와 팬덤 정치. '내 편'이 아니라면 무조건 타도와 혐오의 대상이며, 정치 때문에 사람들은 싸우고 가족들이 불화하기도 한다. (근데 나도 남말할 것도 아닌게, 그쪽 당 사람들과는 말도 섞기 싫음...) 혐오를 넘어 아예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고 배제하는 현상이 당의 지지자를 포함해 정치인들에게도 발생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쪽에서 정권을 잡게 되면 자신의 당을 제외한 다른 당들을 아예 짓밟아 버리려는 행동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여당이 바뀔 때마다 드러나는데, 이런 정치가 과연 좋은 정치일까. 당심이야 당연히 그들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과연 '보통' 일반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한국의 정치가 왜 무너졌는지에 대한 원인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된다. 비판과 분노, 혐오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상처가 난 민주주의 위에 어떤 식으로 길을 다시 놓아야 하는지, 앞으로 사람들이 바라보아야 할 길과 새 정부에 대한 소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렇기에 차가운 시선과 다정한 용기를 담은 이 책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외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 물론 저자의 견해에 모두 동감하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다수당이 다른 당과 연대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맞는 말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국민의 힘은 해산되어야 하는 당이라 생각하기에 으음...
++ '노사모'를 정치 팬덤의 효시로 보지 않는 점에는 매우 동감한다. 팬덤 정치의 본질은 나와 생각이 다른 정치인이나 그 집단을 혐오하는데, 노사모는 상대를 악마화하거나 배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비판적 지지를 하고 있었으므로. 개인적 생각으로는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이라고 봄. 아니, 그때 진심 뭔... 꼭 뽑아야 한대. 그가 뭘 했길래요? 물어보면 일단 뽑아야 한대. 뭔가 불쌍하대...ㅎ...이게 팬이 아니라면 대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