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세상은 죽음을 토대로 번성한다. (p.38)



예상치 못한 슬픔이 밀려올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상실감이 몸을 짓누르고 세상과 격리된 것 같아 견딜 수 없을 때는 어디로 가야할까? 작가인 마거릿 렌클에게 있어 삶에 대한 문제의 답들은 창문 밖에 있다. 죽음 위에 번성하는 생명들, 몇 계절의 이별 후 다시 돌아오는 작은 새들. 그는 이 모든 것을 사랑한다. 보살피고 살뜰하게 살펴본다. 자연의 섭리를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서 생명을 돌본다. 이 돌봄의 역사는 작가의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증조대까지 올라간다. 땅을 가꾸고 가족을 사랑하며 돌보는 행위는 대대로 내려오고 반복되어 작가 역시 그러한 삶을 따른다. 작가는 그러한 사랑과 상실의 순환을 가족사에서 자연으로 정교하게 엮어 확장한다.



가족 안에서 살면서 내가 뭔가 배웠다면,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속한다는 사실이다. 밖으로, 밖으로, 밖으로, 양쪽 방향으로 확장되는 잔물결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속한다. 그리고 초록색의 이 근사한 세계에도. (p.321)



책은 에세이의 형식으로 쓰여졌지만 자연을 노래하는 한 편의 서정시와 같다. 저자는 마당에서 작지만 근사한 순간을 발견하고 문장에 눌러 담는다. 눈으로 보지만 귀로 들리는 듯한 글들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자의 마당으로 들어와 새소리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교훈적인 문장 하나 없지만 저자가 공유하는 숲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바람에 흔들리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말 없이 삶을 보여주고 꿋꿋이 살아가는 자연과 같은 책이었다.



애벌레가 약간 움직이고, 마침내 나는 깨닫는다. 이것은 죽음이 아니라 웃자란 피부를 찢고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으로부터 기어서 달아나는, 삶의 다음 단계에 도달하기 전의 휴지 상태일 뿐임을, 그것은 새로운 생물이다. 심지어 그 것은 다시 시작하기 전에 다시 시작한다. (p.259)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