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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한 미식가 -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초식마녀 식탁 에세이
초식마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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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한 해도 살지 못한 생명들을 먹고 있다'. 비건을 실천하기 전엔 생각해본 적 없는 사실이에요. 많은 생명이 인간에 의해 사계절을 채우지 못합니다.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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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처음 보는 분이다. 채식을 안할뿐더러 요리에도 관심이 없으니 유튜브가 내 알고리즘에 절대 띄워줄리 없는 분야의 채널이었다. 하니포터 미션도서로 해당 책을 고른 이유도 단순하다. 『돼지 복지』를 읽을 건데, 그럼 분명 이 레시피들에도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하여 세트처럼 묶어 골랐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의 '이 정도', 만만한 실천용 비건 레시피를 공유하고 싶다는 저자의 말은 내 심금을 울렸다. 요리계의 응애가 바로 나야. 실제로 레시피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재료도 별로 없고 그림 한 다섯개 정도면 요리가 뚝딱이다.
비건을 위한 레시피 책으로만 보이지만 저자의 비건을 향한 생각이 가득 들어간 에세이이기도 하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이야기가 많았고 그래서 더 무겁게 다가왔다. 당연한 나의 일상이 사실은 다른 동물의 살로 이루어져 있고, 나는 그에 대해 어떠한 의식도 못한채 살아간거였으니까. 이 책 역시 귀여운 그림, 아기자기한 편집과 달리 무겁고 어떤 면에서는 절망스러웠고, 앞으로를 위한 경고로 가득했다. 일상이야기인데, 인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l 누군가는 비건을 극단적이라고 말하지만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극단적인 육식주의 때문에 비건을 택합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고기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같이 동물이 들어간 식사를 합니다.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맛을 위해 먹습니다. (p.172)
나로서는 완전한 채식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그러기엔 고기가 너무 맛있게 느껴지는데다 사골 포기할 수 없는걸. 그렇지만 고기 3번 먹을거 1번으로 줄이고 조금 더 다채로운 채소를 즐기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읽는 이를 현실과 마주하게 만드는 책은 언제나 불편하다. 특히 일상과 묶어 경고하는 책은 훨씬 불편하다. 아예 외면하고 살 수 없으며 살아생전 반드시 오게 될 미래를 위해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마주해야한다. 이 간단한 채식은 그를 마주할 용기를 줄 작은 한 걸음일 것이다.
l 사람은 쌀 한 톨, 사과 한 알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주제에 자연의 심부름꾼이 아닌 자연의 지배자처럼 살아갑니다. 우리 몸과 땅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직 잘 팔리는 예쁜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각종 농약과 호르몬제를 뿌려댑니다. 인간의 욕심에 따라 만물을 키워내는 땅은 생명력이 약해집니다. 사람이 만드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당장의 이익입니다. (p.250)

+ 개인적으로 채식을 아예 모르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김태권, 한겨레출판) 를 권하는데, 육식의 문화사를 말하면서 고기 먹는 데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씨앗을 내면에 심어주기 때문이다. 채식을 강조하는 책은 아니며, 그저 '남의 살을 받는 최소한의 도리' 정도의 가벼운 걸음을 뗄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도 책을 읽으면서 육식할 거 채식을 고르기도 했으니 영향을 아주 안 미친 것은 아니었다. 워낙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 몰랐는데 지금보니까 이것도 한겨레출판사 책이었고...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 『돼지 복지』 (윤진현, 한겨레출판), 『비건한 미식가』면 한겨레 채식 첫걸음 삼신기 완성.
++ 토마토 맛잇고, 고추장 맛있지. 밥에 토마토를 썰고 고추장을 넣고 비빈다...? 조리가 어려운 것도 아니라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일단 하고 봤는데 맛있음; 당황스러움. 왜 맛있지... 레시피와 다른건 난 땡초가 아니라 열무를 넣었음! 근데 그냥 토마토랑 밥도 먹을만 했다. 놀라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