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복지 - 공장식 축산을 넘어, 한국식 동물복지 농장의 모든 것
윤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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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라면 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를 구입할 때도 당연히 원산지, 신선도, 친환경, 무항생제 등 최소한의 항목은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어떻게 키워지는지 그 진실을 알게 된다면 다른 식재료를 구입할 때와 달리 불편한 감정을 마주해야 하기에 더욱 쉽게 외면한 것이 아닐까.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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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다. 식탁에 올라오는 축산물의 불편함을. 많은 이유로 외면해왔던 그림자 속을 들여다보았다.


계란에는 동물복지 인증 계란이 많다. 유기농, 무항생제라는 단어를 붙인 계란은 일반 계란에 비해 조금 더 비싸게 팔리지만 가급적 이 계란을 선택하려고 노력하기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동물 복지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돼지에는 조금 무감하지 않았나. 소도 '초지에 방목하는 소' 뉴스를 본 것 같은데 돼지 방목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사람들의 관심 사각지대에서 돼지들은 어떻게 키워지며 도축되어 식탁에 오를까.


먼저 말하자면 이 책은 채식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장식 축산 속 돼지의 삶이 이다지도 처참하니 육류를 끊어내자는 말이 아니다. 어미 돼지들이 몸에 꼭 맞는 철제 케이지 안에 갇혀 출산과 수유를 반복하고 분뇨로 뒤범벅되며 갓 태어난 수컷 아기 돼지들은 거세 틀에 넣어져 마취나 진통 조치 없이 거세되고 꼬리가 잘린다. 한국의 동물 복지 관련 시스템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그 인증을 받은 양돈장은 전체 농가의 0.3%에 불과하다. 저자는 사육 돼지의 가혹한 삶을 알려주며 그 복지 증진을 위한 방안들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슈퍼 박테리아라고 불리는, 여러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병원체들이 생겨난 것도 그동안 축산농가에서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온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가축에서 시작된 항생제 내성균이 사람에게 전파되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p.219)



동물 복지, 특히 돼지와 같은 축산농가들의 일은 눈 감고 모른척 하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돼지는 결국 소비자들의 식탁으로 올라오고, 우리는 그 동물을 먹는다. 이 동물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주사를 맞았는지도 모른채. 그들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단지 '인간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만 여긴다면 '동물 복지'에 대해 어떤 말도 논할 수 없다. 동물과 인간의 자연스러운 순환을 위해 이제는 돼지의 행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건강한 농산물을 원하는 만큼 건강한 축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반갑게 읽히고 축산 농가의 모습을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의 씨앗을 살짝 심어주는 책이다. 부디 이 책 이후로 나오는 다음 글에서는 한국의 동물 복지가 한 계단 더 오른 모습을 만났으면 한다.


+ 그림을 그릴 때 돼지 꼬리를 구불구불하게 작고 귀여운 용수철 모양으로 그리게 되는데, 한국 양돈장에서는 그런 꼬리는 잘라버리기 때문에 볼 수 없다는 것이 충격적이고 슬펐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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