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화가 무서운 사람들을 위한 책 - 불안 전문 심리치료사가 알려주는 스트레스 없는 대화법
리처드 S. 갤러거 지음, 박여진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월
평점 :

-
대화할 때마다 괴로움과 굴욕감을 느껴 아예 대화 자체를 피하는 사람도 있다. 상담 치료를 하면서 다른 사람과 말하는 것이 두려워 직장이나 학교에 가지 못하는 사람, 심지어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봤다. 이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지적이고 합리적으로 말을 잘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소통의 능력이 아니라 자신이 한 말의 사회적 결과나 감정적 결과를 지나치게 걱정하는 데 있다. (p.11)
-
2020. 3. 재택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길어질 것 같은 코로나 상황에 일단 재택을 일주일 정도로 예정하고 헤어졌으나 그게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 될 줄은 몰랐었다. 화상 근무를 해서 컴퓨터 모니터로 얼굴 자체는 보면서 일을 했지만 액정 속 사람을 대하는 것과 실제로 같은 공기를 공유하며 대화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인지라, 나름 허물 없이 지내던 사람들과도 서먹해져 가고 업무 중에도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던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혀 공적 대화 외에는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대화는 텍스트가 되고, 표정은 이모티콘으로 대체되었다.
내가 점차 타인을 대할 때 정적을 어색해하고 말이 빨라짐을 체감했을 때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대화도 일종의 근육 같은건데, 사용하지 않으니 점차 퇴화된다고 생각이 들자마자 평소에 읽어본 적 없는 대화법 관련 서적에 자연스레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목적이 분명한 만큼 책에 요구하는 바도 뚜렷했고 그 시점에 적절하게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대화의 중요성, 수줍음과 내향성, 사회불안장애가 어떻게 다른지부터 짚는 내내 이상하게 전부 내 얘기 같아서 몰입했고, 나의 마음가짐을 긍정적으로 바꾸라는 모호한 이야기나 무턱대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 보다는 좋은 첫인상을 주는 법, 처음 만났을 때 시작하는 대화,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 방법, 대화에 적절하게 끼어드는 방법 등 너무 두껍지 않은 분량 내에서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 좋았다.
또한 이론보다는 실천에 중심을 맞춘 책답게 미리 대화를 연습해보는 페이지가 군데군데 섞여있었고 마지막은 상황 별로 실전 시나리오를 실었다는 점이 특징 중 하나인데, 한 번도 대화를 머릿속으로 미리 시뮬레이션 해 본적이 없어서 이런 경험이 낯설고 새로웠다. 그래도 초보자 입장에서 무난히 따라갈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책이 상황과 배경을 전부 미리 지정해주고 대화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게끔 떠먹여주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어느 정도 저자가 유도한 대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걸 읽는다고 갑자기 달변가가 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화젯거리를 적절하게 선택하여 대화를 무난하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부터 자연스럽게 대화에서 이탈하는 법까지 가능한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여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에 대화 전에 긴장이 많이 되거나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팁들을 얻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역시 외국도 반드시 피해야 할 대화 주제로 정치와 종교를 꼽는 것을 보고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구나 생각했음.
++ 미국에는 '수줍음 연구소'라는게 있다고 한다. 왠지 귀여워.
-
사회생활에서 편안함을 느끼려면 새로운 방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더 용감해질 때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익혔을 때 증세가 훨씬 더 개선되었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상황을 적절하게 예측하며, 앞으로 맞닥뜨릴 상황에 차근차근 대비한다면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될 것이다. (p.82)
대화를 할 때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 몰라 잔뜩 긴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불안 때문에 오히려 쉼 없이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감 있는 태도와 대화를 독식해 아무도 끼고 싶지 않게 만드는 태도는 엄연히 다르다. (p.166)
-
* 해당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