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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밀리미터의 싸움 - 세계적 신경외과 의사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
페터 바이코치 지음, 배진아 옮김, 정연구 감수 / 흐름출판 / 2024년 1월
평점 :

1밀리미터. 인식하고 살아본 적이 있는가. cm도 아니고 mm. 손가락을 작게 움직여봐도 그것보다는 더 움직일 것이다. 그 미세함이 생과 사의 경계를 가르는 수술실의 이야기.
신경외과 의사로서 겪어왔던 사례들과 고민들, 환자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적혀있다. 어찌나 생생했던지, 수술실의 팽팽한 긴장감이 종이 너머로 전달되면서 읽는 나도 손을 모으고 환자가 무사히 완치되어 웃으며 걸어나가기를 바라면서 읽었다. 특히 뒤에 나오는 어린이 환자는 더더욱.
어디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출혈에 긴장하며 지혈을 반복하고 고작 몇 밀리미터씩 고도로 집중하며 나아가는 작업을 몇 시간동안 하는 일이란 대체 어느 정도의 정신력과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하는 일일까. (인식하지도 못할 작은 움직임 하나로 환자에게 치명적인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수술이라니 생각만 해도 벌써 손이 바들바들 떨림...)
그런 의학 드라마이자, 저자의 고민을 담은 일기는 전문성이 짙은 내용이 나와도 읽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 생명 연장과 환자의 삶의 질을 저울질할 수 밖에 없는 의사의 선택과 환자의 예후가 너무 궁금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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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을 할 때 겪게 되는 영원한 딜레마가 있다. 암을 최대한 많이 제거하여 환자에게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선사해 주고 싶은 마음, 심지어는 환자를 완치시키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중요한 기능들, 언어나 운동능력을 상실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당사자들은 그것을 더 큰 손실로 느끼지 않을까?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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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신경외과의 탈영웅화를 위해 썼다고 했지만, 신화적인 의미에서는 그렇고 인간적으로는 여전히 정말 영웅같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품은 작은 우주인 뇌.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마 인류의 역사 마지막까지 뇌를 완전 정복하기는 힘든 일일 것이다. 그 미지의 영역을 타인의 생명을 위해 작은 신경 다발을 섬세하게 더듬어 앞으로 나아가는 의료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으니까. 신경을 연구하고 기술을 만들어내는 과학자부터 최전선에서 환자를 삶으로 끌어올리는 의사, 수술을 보조하시는 그 수많은 분들. 모두가 개척자로서의 영웅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일을 해내며 생명을 지켜내려는 의료진의 노력과 그 힘든 수술을 견뎌내려는 환자의 생에 대한 의지가 차가운 무기질적 속성으로 가득한 수술실을 채우는 경이로운 장면을 엿볼 수 있는 경험은 이 책이 제공하는 가장 독특한 선물일 것이다.
(사실, 말은 길었지만 진짜로 의학 드라마를 책으로 보는 느낌이라 그냥 봐도 재밌다.)
+심지어 그런 수술도 있음...뇌 수술을 하는데, 수술 부위가 언어 영역과 가까우면 환자를 깨워서 치료하는겨.. 그니까 환자는 눈을 뜨고 앞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고 뒷통수에서는 의사가 두개골을 열어서 수술하는 건데 이거 나만 충격받은게 아닌듯... 사람들 리뷰보면 이 수술에 충격 받아가지구 이야기하는거 넘 웃기고 귀여웠다.
++ 표지 재질에 대해서도 말을 안할 수가 없는데, 재질이 신기하다. 책에서 자주 느껴보지 못한 질감이라 손 끝에 집중하게 만들어줌. 의사들이 손끝에 미세하게 집중하는 감각을 독특하게 체험시켜주는 느낌.
* 해당 글은 출판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