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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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꽃으로 오고 여름은 잎으로 온다. 그리고 가을은 열매로 오고 겨울은 나무껍질(수피)로 온다는 말이 있다. 매일 만나는 나무를 살피며 서로 함께 삶의 기쁨이나 어려움을 나눌 수 있다면 그 나무는 이미 반려목이고 친구 이상의 치유목이 된 것이다. (p.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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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당산나무 근처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당시 방을 구할 때는 집 앞에 커다랗게 있는 나무가 그것임을 몰랐지만.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도중 기사님께서 "여기는 주소를 부르는 것보다 당산나무라고 하면 다들 안다"라고 알려주셔서 그제야 당산나무임을 알았었다. 이후 그 나무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 집을 나설 때 슬쩍 인사해보기도 하고, 과제가 쌓인 날에는 교수님의 심금을 울릴 레포트를 쓸 수 있기를, 시험 당일에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를 빌면서 지나다니게 되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나무가 내게는 친구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바라기만 하는 양아치같은 친구였지만.





30년 이상 사진 기자로 근무한 사진가 겸 산림 교육 전문가인 저자의 이 사진 에세이는 그런 기억을 불러온다. 누구든 기억에 남는 나무 한 그루 쯤은 있지 않을까. 알게 모르게 항상 나무와 함께 자라왔으니 말이다.



인상적인 점이 있다면 저자는 특이할 것 하나 없는 나무 하나에 눈이 간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간다. 매번 해가 넘어가고 계절이 바뀔때마다 그렇게 십수년간 나에게만 특별해보이는 나무를 꾸준히 찾아간다. 사진을 봐도 저자가 찍는 나무는 군계일학처럼 나무들 사이에서 특히 아름다움을 뽐내는 독특한 나무가 아니라 흔히 볼 수 있고 너무 가냘퍼서 시선조차 가지 않는 나무들이 대부분이라 이런 걸 보고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누군가의 마음을 두들겼던 찰나의 순간이 담긴 사진이란 어떤 수식어나 말이 없어도 읽는 사람을 고요한 풍경 속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해는 그냥 지나쳤던 나무를 한 번 더 눈에 담고 지나갈 것 같고, 핸드폰 갤러리에는 나무 사진이 조금 더 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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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골무 조직에서 나오는 점액질로부터 단단한 바위를 가르는 힘이 시작되는 것, 미약한 힘이지만 끊임없이 바위를 적셔 무르게 만들고 결국은 부식되어 갈라지게 하는 것. 달걀로 바위를 치고 또 치다 보면 바위가 정말 깨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p. 39)


□사람이 곁에 둔 나무 중에 천수를 다하는 나무는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주변을 살펴보면 잘려 쓰러지는 나무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나무들이 죽어 간다. 나무도 죽지 않으려고 애를 썼겠지만 아마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었기에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p. 198)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8기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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