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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보수는 탐욕으로 망하고, 진보는 위선으로 망한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널리 퍼져 있는 말입니다. 탐욕과 부패는 보수의 가치가 아닙니다. 위선과 분열도 진보의 가치가 아닙니다. / p.14
당신은 진보입니까 보수입니까?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받는 질문이기도 하고 스스로도 깊이 고민해보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 보수를 표방하는 당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극우가 판을 치는 이 시점에 '보수'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는 다르게 들리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쉽게 당을 따라 이 쪽 당을 지지하므로 진보, 나는 저쪽이라 보수 이렇게 생각하고는 한다. 사실 공약을 하나하나 다 뜯어보고 정치성향을 판단하기보다 당의 색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이 점에 대해 꼬집어 비난할 마음은 없다. 그렇게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정권을 스스로 행사하는 게 더 낫지 않은가. 그래도 이쯤되면 한국의 진보를 표방하는 당은 정말 진보인지, 보수를 표방하는 곳은 정말 보수인지 의문이 든다. 왜냐면 뭔가 정치판이 비상식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긴한데 정확히 잘 모르니까. 학교에서도 솔직히 보수와 진보는 알려주지 않는다. 잘못하면 특정 당을 지지한다,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어겼다 말이 나올텐데 어느 교사가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있겠는가.
이 책에는 보수 성향의 '봉수'와 진보 성향의 '진봉'이라는 50대 가상 인물이 등장한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평범한 인물을 등장시켜 그 삶의 모습과 가치관을 대비시킨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이성적인 존재인가', '안정이 우선인가 변화가 우선인가' 등의 주제로 토론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나는 정말 내가 지향하던 정치 성향이 맞을까 의문이 든다. 난 진짜 내 정치 성향에 따라 투표를 한 건가 그냥 사람과 당을 따라 간 건가.
특히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킹스맨> <기생충> <설국열차> 같은 익숙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비교하며 보여주는 부분은 재미도 재미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언어들이라 보수와 진보의 개념 정립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말 그대로 '최소한의 정치 교양' 그 자체인데 읽는 재미까지 챙겨간다.
"보수는 현재를 '과거의 정점'으로 보고, 진보는 현재를 '미래의 출발점'으로 본다." / p.94
살면서 어떤 일이든 그렇지만 알아야 덜 흔들린다. 비판도 알아야 더 잘 하고, 더러운 것도 알아야 더 잘 피한다. 그러나 정치를 잘 들여다보며 토론하기보다, 정치인이 무능하다는 이유로 혹은 피곤하다며 무관심을 정당화하는 말이 정치에 대한 말보다 더욱 당당하게 쏟아진다. 그리고 그런 무관심은 오히려 자극에 약하고 잘 흔들린다. 그 결과가 나는 지금의 정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하면서 나는 진실로 알고 있는게 맞았을까. 하루에도 몇번씩 오르내리는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이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긴 했었을까.
한국의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개념이 오염되었다는 저자의 말에 통렬하게 공감한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자는 공론장에서 두 가지의 개념은 현재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이 더 옳다는 문제가 아니다. 맹목적인 확신에 돌을 한 번 던져봐야 할 때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똑 자를 수 없듯 어느 부분에서는 보수적 시각이, 다른 부분에서는 진보적 방향성이 필요할 때가 있다. 부록에는 '보수 유승민의 가장 진보적인 연설'(세월호 참사)과 '진보 노무현의 가장 보수적인 연설'(독도 문제)이 실려있다. 나는 이 연설들에서 이 책이 말하는 바를 실감나게 체험했다. 극단이 아닌 균형, 배척이 아닌 연대. 이 길로 가는 출발점은 정확한 개념 정립이다. 엉망으로 꼬인 출발선을 다시금 제대로 긋는데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 항상 생각하지만 현재 한국 거대당이 보수+진보 다 한다. 보수를 표방하는 곳은 당이라고 말하기 조차 싫고, 진보를 기대하는 제 3 지대의 당들은 너무 규모가 작다. 현재 모여드는 사람, 지지 선언하는 단체만 봐도 그냥 다 모인다.
++ 능력주의 관련 파트는 진짜...공감공감 밑줄 파티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