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도 이렇듯 반쯤은 알게 반쯤은 모르게, 사실일 리 없는 기억의 방문을받으면서 세상을 이런 식으로 어찌어찌 통과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공포라는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듯 자신만만하게 보도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마음인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삶은 아주 많은 부분이 추측으로 이루어진 듯하다. - P22

책이 내 외로움을 덜어주었다. 이것이 내 말의 요점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도 사람들이 외로움에 사무치는 일이 없도록 글을 쓰겠다고!  - P34

그뒤로 나는 많은 남자와 여자와 친구가 되었지만 그들도 그비슷한 말을 했다. 늘 무심결에 진실을 드러내는 그런 한마디를하는 것이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이 단지 한 여자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난다. 우리가 그런 한마디를 듣고 그 한마디에 주의를 기울일 만큼 운이좋다면 말이다. - P38

길에서 그를 지나치기만 해도, 그리고 그를 보기만 해도-그는 키가 크고 마르고 짙은 머리색에 짙은 색 정장을 입었으며 영혼이 충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ㅡ내 가슴은 부풀어올랐다. "제러미!"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면 그는 싱긋 웃고는 정중하게 옛날에 유럽에서 하던 방식 ㅡ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으로 모자를 들어올리곤 했다. - P49

아파트는 깨끗했고 가구가 많지 않았다. 자주색 아이리스 한 송이가 유리병에 꽂혀 하얀 벽 앞에 놓여 있었고, 벽은 예술작품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나는 그와 나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내가 그 예술작품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짙은 색의 길쭉한 형체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추상에 가깝지만 완전히 추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구성들로, 나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현학적인 세계의 징후라는 것만 알 수있었다. 우리 가족이 자신의 공간에 있는 것을 제러미가 불편해한다는 게 감지되었다. 하지만 그는 더할 나위 없는 신사였고,
이것이 내가 그를 그토록 좋아했던 이유였다. - P50

그러자 그가 나를 바라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다정함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내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내 곁은 풍족해 보여도 속은 외롭다는것을 알아차렸던 것 같다. 외로움은 내가 맛본 인생의 첫맛이었고, 늘 그 자리에, 내 입안의 틈 속에 숨어 있다가 자신의 존재를일깨워주었다. 그날 그는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그는 친절했다. "그러네요." 그는 그렇게만 말했다. 쉽게 이렇게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제정신이에요? 저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다고요!"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나를 에워싼외로움을 이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싶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P54

삶의 날실과 씨실이 어떻게 엮여갔는지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가?  - P61

헤일리 선생님은 그해 말에 떠났다. 내 기억으로는 입대를 했는데, 시절을 감안하면 틀림없이 베트남에 갔을 것이다. 나중에워싱턴 D.C.의 참전용사기념비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내가 그에 관해 더 아는 건 없지만, 내 기억에 캐럴 다는 그뒤부터-그의 수업 시간에는 내게 못되게 굴지 않았다. 무슨말인가 하면, 우리 모두 그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그를 존경했다. 이것은 열두 살짜리들의 학급에서 한 남자가 이루어내기에 절대 작은 업적이 아니다. 그는 이루어냈다. - P86

나는 애써 울음을 참느라 한동안 간호사실 쪽에 있는 의자에앉아 있어야 했다. 치통이 옆에서 나를 감싸안아주었고, 그렇게해준 그녀를 나는 지금도 사랑한다. 가끔 나는 테네시 윌리엄스가 블랑시 뒤부아의 이런 대사를 썼다는 사실에 슬퍼진다. "나는늘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하며 살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낮선 사람들의 친절을 통해 여러 번 구원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그것도 범퍼스티커처럼 진부해진다. 나는 그 사실이 슬프다. 아름답고 진실한 표현도 너무 자주 쓰면 범퍼스티커처럼 피상적으로 들린다는 사실이. - P98

우리가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집단보다 스스로를 더 우월하게 느끼기 위해 어떤 방법을 찾아내는지가 내게는 흥미롭다. 그런 일은 어디에서나, 언제나 일어난다. 그것을 뭐라고 부르건, 나는 그것이, 내리누를 다른 누군가를 찾아야하는 이런 필요성이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저속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P111

"독자에게 무엇이 작중 화자의 목소리고 작가의 개인적인견해는 아닌지를 알리는 건 내 일이 아니에요." 그 말만으로도나는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13

하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이유를 거의 말할 수는 있었겠지만.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날 밤부터 이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이야기의 부분 부분을나는 써보기 시작했다. - P115

 "내 말을 잘 들어요. 깊이 새겨들어요. 당신이 쓰고 있는 이것, 당신이 쓰고 싶어하는 이것." 그녀가 몸을다시 앞으로 숙이며 손가락으로 내가 보여준 그 글을 톡톡 두드렸다. "이건 아주 좋아요. 발표할 수 있을 거예요. 잘 들어요. 가난과 학대를 결합한 것 때문에 사람들이 당신을 쫓아다닐 거예요. ‘학대‘라니, 정말 바보 같은 단어 아닌가요. 아주 상투적이고바보 같은 단어예요. 사람들은 학대 없는 가난도 있다고 말할 거예요. 그래도 당신은 절대 아무 반응도 하지 말아요. 자기 글을절대 방어하지 말아요. 이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고, 그건 당신도알 거예요. 이건 자신이 전쟁에서 저지른 일 때문에 평생을 하루도 빠짐없이 괴로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예요. 이건 그의 곁을지켰던 한 아내의 이야기예요. 그 세대에 속한 아내들은 대부분그랬으니까요. 그녀가 딸의 병실에 찾아와 모두의 결혼이 좋지않은 결말을 맺었다는 이야기들을 강박적으로 하는 거예요.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해요. 자기가 그러고 있다는걸 그녀 자신도 몰라요. 이건 딸을 사랑하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예요. 불완전한 사랑이긴 하지만요. 왜냐하면 우리 모두 불완전한 사랑을 하니까요.  - P124

왜 나는 그렇게 말하지 못했던 걸까? 그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건, 그게 내가 평생 해왔던방식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가 그 자신은 인식하지 못한채 스스로 망신거리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의 실수를 덮어주는 것.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내 생각에 많은 순간에 그런 사람이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129

세라 페인이 말했다. 자신의 글에 약점이 보이면 독자가 알아내기 전에 정면으로 맞서서 결연히 고쳐야 해요. 자신의 권위가서는 게 그 지점이에요. 가르친다는 행위에서 오는 피로가 얼굴에 가득 내려앉았던 그 강의 시간 중 하나에서 그녀가 말했다.사람들은 우리 엄마가 사랑한다는 말을 절대 할 수 없을 거라는사실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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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4 15: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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