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서울이나 평양에 다녀온 사람들이 날짜 지난 대한매일신보를 가져왔다. 대한매일신보는 조선 전역의 소요사태를 상세히 보도했다. 신문은 소요군중을 ‘의병‘이라는 두 글자로 일컬었는데, 글자 두 개가 더 큰 무리를 불러모았다. 신문의 문장은 곧고 단단해서 읽는 사람을 찌르고 들어왔다.  - P55

이토를 죽여야 한다면 그 죽임의 목적은 살殺에 있지 않고, 이토의 작동을 멈추게 하려는 까닭을 말하려는 것에 있는데, 살하지 않고 말을 한다면 세상은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세상에 들리게 말을 하려면 살하고 나서 말하는 수밖에 없을 터인데, 말은 혼자서 주절거리는 것이 아니라이 세상에 대고 알아들으라고 하는 것일진대, 그렇게 살하고 나서 말했다해서 말하려는 바가 이토의 세상에 들릴 것인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 P89

만월대에서 찍은 이토의 사진은 벼락처럼 안중근을 때렸다.벼락이 시야를 열었다. 몸속의 먼 곳에서 흐린구름처럼 밀려다니던 것이 선명한 모습을 갖추고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토의 몸이 안중근의 눈앞에 와 있었다.시간이 없구나. 연추를 떠나자, 운신할 수 있는 자리로가자 내 몸을 내가 데리고 가서 몸을 앞장세우자. 몸이 살아 있을 때 살아 있는 몸으로 부딪치자.... - P97

러시아 군인들 사이로 두 걸음 정도의 틈이 벌어지고 그 사이로 이토가 보였다. 키큰 러시아인들틈에 키가 작고 턱수염이 허연 노인이 서 있었다.
저것이 이토로구나.... 저작고 괴죄죄한 늙은이가....저오종종한 것이.....안중근은 러시아 군인들 틈새로 조준선을 열었다. 이토의 주변에서 키큰 러시아인들이 서성거려서 표적은 가려졌다. 러시아인과 일본인들 틈에 섞여서 이토는 이동하고 있었다. 이토는가물거렸다. - P166

-글은 아는가?
-조금 안다.
-평소에 존경하는 사람이 있는가?
-없다.
-평소에 적대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한 사람 있다.
-그게 누구인가?
-이토 히로부미다.
-왜 이토 공작을 적대시하는가?
-그 이유는 많다. 지금부터 말하겠다. - P189

안중근은 미조부치에게 물었다.

ㅡ이토는 총 쏜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죽었는가?
안중근의 질문은 대답할 수 없이 많은 것들을 묻고 있었다. 총맞아 죽은 자가 총 쏜 자의 국적을 알고 죽었는지 모르고 죽었는지가 안중근에게 중대한 문제가 되는 까닭에도 사건의 본질이있을 것이었다.  - P221

ㅡ내가 이토를 죽인 까닭은 이토를 죽인 이유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오늘 기회를 얻었으므로 말하겠다. 나는 한국 독립전쟁의 의병 참모중장 자격으로 하얼빈에서 이토를 죽였다. 그러므로 이 법정에 끌려 나온 것은 전쟁에서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객으로서 신문을 받을 이유가 없다. 이토가 한국 통감이 된 이래 무력으로 한국 황제를 협박하여 을사년 5개 조약, 정미년 7개 조약을 체결하였다. 이것을알기 때문에 한국에서 의병이 일어나서 싸우고 있고 일본 군대가 진압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과 한국의 전쟁이라 하지않을 수 없다.... - P238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9-03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3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