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말에는 전제가 있다. ‘8시간 노동제‘는 가정에서 누군가가 가사 노동과 육아에 종사할 때만 가능한 사회 시스템이다.
한국이 ‘동아시아‘인 건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삼아 지명을 붙였던 근대의 역사적 산물이지 객관적 사실이 아니다. 이처럼 정치적 과정에 관한 이해 없는 지식은 페이크뉴스(fake news)에 불과하다. - P39

저절로 생긴 말은 없다. 말은 권력관계의 산물이다. - P39

융합은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 이질적인 것처럼 보이는 지식이 만나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내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 P46

이론은 거듭되는 장례식을 통해 진보한다 - P47

애초에 융합이 탄생한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학과별로전문화가 심화되면서 전인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 한편, 서구남성 중심 지식으로는 해석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가시화할 새로운 사유 방법론이 필요했던 것이다즉 서로 다른 생각끼리 닿으면서 그 접촉면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과 충돌이 융합의 주요 요소다. - P51

문명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전쟁은 지식을 양의 문제에서 가치관의 문제로 이동시켰다.  - P52

권력화된 무지는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 드러나지 못하게 한다. - P53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파악한다음에 가능하다. 사실 대부분의 인간은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관심이 없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는 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다. - P56

모든 지식은 특정상황과 맥락에서만 의미가 있다. 융합에서위치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지식의 본질적 성격인 부분성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이고 중립적인 것으로 포장되기 때문이다. 지식은 인식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이것이 이른바‘모순‘이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인 지식은 없다.  - P57

자기 인식이 부분적(partial)이라는 진리,즉 각자의 당파성(partiality)을 인정해야한다. 부분적 지식은 부족한 지식이 아니라 성찰적 지식이다. 지식의 구성은 경합의 과정이며 구성된 지식은 정치적 투쟁의 산물이다.자기 위치를 인식한 사람만이 당파성과 보편성이 반대말이라는 사실을 안다. 자기 포지션과 상대방의 포지션을 모두파악하는 길이 논쟁에서 ‘이기는 첩경이다. - P58

"나의 위치에서 생각한다." 이 말은 ‘네 주제(능력, 형편, 조건……)를 파악하라‘거나 ‘너 자신을 알라‘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만 정의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나의 위치에서 생각한다는 건 성별, 계급, 인종, 지역 등이 교차하며 발생하는 사회적 모순 속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아는 것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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