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많은 책을 읽었다. 클럽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서 신경질적으로 턱수염을 잡아당기며 책이나 잡지의 페이지를 넘기는 그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얼굴 표정으로 보아, 그는 읽고 있다기보다 완전히 씹어 삼키고 있는 것 같았다. - P18

결국 이 병원이 그들에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편견과 세상속의 모든 속악하고 혐오스러운 것들도 필요하다. 마치 분뇨가 흑토가 되듯이 그것들도 시간이 흐르면 쓸모 있는 무언가로 변질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그 원천이 속악하지 않은 훌륭한 것이란 하나도 없다.
- P33

많은 책을 읽은 그는 책을 읽을 때마다 언제나 커다란 만족감을 느낀다. 봉급의 절반을 책을사는 데 쓴다. 그가 사는 집의 방 여섯 개 가운데 셋은 책과낡은 잡지들로 가득 차 있다. 그가 특히 좋아하는 글은 역사와 철학에 관한 것이다.  - P39

감옥과 정신 병원이 있는 한, 누군가 거기에 갇혀 있어야 합니다.  - P57

내가 아는 것은 신이 나를 따뜻한 피와 신경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렇소! 유기적인 조직체는, 죽지 않았다면 모든 자극에 반응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반응하고 있는 겁니다! 고통에대해 나는 비명과 눈물로 대답합니다. 비열함에 대해서는분노로, 혐오스러운 것에 대해서는 구역질로 대답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바로 삶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저급한 유기체일수록 감각이 무디고 자극에 약하게 반응합니다. 고등한 유기체일수록 더 예민하고 더 활발하게 현실에 반응합니다. 어떻게 이것을 모릅니까? 의사 선생, 이렇게 간단한 것도 모르나요?  - P67

사람이라는존재 자체는 굶주림, 추위, 모욕, 상실, 죽음에 대해 햄릿처럼 공포를 느끼도록 이뤄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느낌안에 삶 자체가 있습니다. 삶을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고싫어할 수도 있지만,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 P68

그리스도는 울기도 하고, 미소 짓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하고, 아니면 괴로워하기도 하면서 현실에 반응했죠. 그분은 고통을 미소로 맞이하지 않았고, 죽음을 무시하지도 않았으며, 겟세마네 동산에서는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 하고 기도드렸습니다. - P69

쓰디쓴 경험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여자들을 내키는 대로 불러도 된다고 여겼지만, 사실 ‘그 저급한 인종‘이 없다면 그는 단 이틀도 살지 못할 것이다.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는 지루해했고, 기분도 나빠 말도 나누지 않고 냉담했지만, 여자들과 있을 때에는 자유로웠고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았다. 심지어 아무 말 하지 않아도여자들과 함께 있으면 편안했다.  - P124

 어쩌면 바로 이 변화 없음에, 우리 개개인의삶과 죽음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에, 우리의 영원한 구원에관한, 지상의 끊임없는 삶의 움직임에 관한, 완성을 향한부단한 움직임에 관한 비밀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 P134

과연 그가그때 사랑을 했던가? 과연 그와 안나 세르게예브나의 관계에 뭔가 아름다운 것, 시적인 것, 아니면 유익하거나 순수하게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있기나 한가?  - P141

그는 언제나 자신의 경우처럼 남들을 판단해서, 눈에 보이는 것을 믿지 않았고,
누구나 밤의 덮개 같은 비밀 아래서 자신만의 가장 흥미로운 진짜 생활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각자 개인의 생활은 비밀 속에서 유지되며, 아마도 부분적으로는 그런 이유 때문에 교양 있는 사람들이 그토록 예민하게 사생활의 비밀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지도 몰랐다.
- P151

그의 광기 어린 연설을 제대로 적기는 힘들다. 그가 말하는 것은인간의 비겁함, 정의를 유린하는 폭력, 지상에 곧 도래할아름다운 삶, 폭력을 사용하는 자의 어리석음과 잔인함을시시각각 상기시키는 창문의 쇠창살 등에 관한 것이다. 오래된, 그러나 아직 못다 부른 노래의 무질서하고 사리에맞지 않는 접속곡이 이뤄진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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