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숨 옆에 숨을 가지런히 두고 강을 하나 만들고 싶었지, 발원은 같지만 서로 다른 곳으로 흘러갈, 그 물에 단출한 점심과 서운한 오후와 유난히 말수가 많았던 저녁을 띄우고, 단번에 끊긴 것 같았던 시간이 사실 단번에 끊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흘리고, 비가 그친 날은 있어도 땅이 마른 날은없었다는 뒤늦음 같은 것도 함께 보내고,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하는 글씨를 작게 적어두고, 사람의 기대 같은 것으로 풀죽은 미움 같은 것으로 입을 동그랗게 보고 앉아서,마음높이 거짓을 생각하면서. - P11

사전에서 ‘저녁‘ 이라는 말을 찾아보았습니다. 
저녁: 해가질 무렵부터 밤이 되기까지의 사이.‘ 사전적 정의라고 하기에는 다소 추상적인 풀이를 보고 친구와 저는 동시에 웃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저녁은 오지 않을 듯 머뭇거리며 오는 것이지만, 결국 분명하게 와서 머물다가 금세 뒷모습을보이며 떠나갑니다. 물론 저녁이 아니더라도 오고가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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