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배고플 때 이리로 와요. 언제라도 도시락 먹고 가요."
사내가 젓가락질을 멈추더니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녀를 응시했다.
"알바들에게 말해둘 테니 돈 낼 거 없이 그냥 먹으면 돼요."
"폐, 폐기된 거 말이죠?"
"아니 새거 먹어요. 왜 폐기된 거를 먹어요.."
"알바들.…… 폐기된 거 먹어요. 나 그거... 아주 최고예요."
………
"우리 편의점은 폐기된 거 안 먹여요. 알바한테도, 당신한테도그러니까 제대로 된 거 먹어요. 내 그리 말해둘 테니까."
- P20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 P140

"어쩌다 보니…… 예, 불편한 편의점이..… 돼버렸습니다."사내의 솔직한 고백에 헛웃음이 나왔다. 뭐지? 이런 이색적인 자기 풍자는? 자기가 일하는 편의점을 불편하다고 자처하는 이 중년사내는 여기에 있기 전 무슨 일을 했을까?  - P144

그녀는 쉬지 않고 타이핑을 했다. 어떤 글쓰기는 타이핑에 지나지않는다. 당신이 오랜 시간 궁리하고 고민해왔다면, 그것에 대해 특건드리기만 해도 튀어나올 만큼 생각의 덩어리를 키웠다면, 이제할 일은 타자수가 되어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게 작가의 남은 본분이다. 생각의 속도를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당신은잘하고 있는 것이다. 인경은 연기하듯 대사를 발음하며 동시에 타이핑을 했다. 그녀의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그녀는 그동안 봉인됐던 필력이 풀린 듯 쉼 없이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저녁에 시작된 작업은 어느덧 자정을 넘겼고, 겨울 밤하늘의어둠이 짙어질수록 그녀의 글도 밀도를 더해갔다.
그 새벽, 동네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은 독고 씨의 편의점과그녀의 작업실뿐이었다.
- P163

나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절대 지치지않는 그녀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그래서 물었다.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 P247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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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4 1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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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4 11: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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