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런치 모드는 출시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짧게는 몇 주부터 길게는 수개월동안 야근+밤샘을 반복하는 업무 관행을 일컫는 업계 은어다.
- P97

그간 IT 게임업계에서 장시간 노동은 당연한 것 또는 감내과정으로 생각해왔다. 개발자들은 "예전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예술혼" "헝그리 정신"을 불태웠다고 한다. 일종의 장인 노동 같은 "인고의 과정"처럼 여겼다.


2~3일 밤샘을 안 해봤으면 "아직 개발자 되려면 멀었다"며 농을건네기도 한다. 여기서 긴 시간 노동을 억압 기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지금보다 개발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고 개발프로세스상의 자율성이 높았으며 근저에는 성공신화가 넓게 깔려 있었기에 장시간 노동이라는 문제는 문제화의 대상에 오르지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개발 환경이 급변했다. 주력 플랫폼이 변화하면서 개발 과정은 물론 개발자의 태도나 상황도 달라졌다. 이런가운데 장시간 노동의 가혹함은 그 정도가 더해지면서 IT·게임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감내의 한계치를 넘어서는 실정이다.

물론 감내의 한계치가 법정 기준을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됐다.

⚡⚡⚡⚡⚡ - P98

모바일이 주력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 또한 달라졌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개발 기간이이전보다 짧아졌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시절에는 개발 기간이3~5년 정도였던 것에 비해 모바일로 들어서면서 1년도 채 안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게임을 몇 개월 만에 ‘찍어내기도 한다. 유행 주기나 라이브 단계도 훨씬 짧아졌다.  - P99

24시간 이슈가 발생한 거에 대해 빨리빨리 대응해야 되고그니까 주기가 빨라진 거죠. 그거에 맞춰서 하려다보니까그렇게 된 거예요. 그니까 쉬는 날에도 못 쉬는 거예요.
사실상 쉬는 날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항상 대기 중인 거예요.
메신저를 계속 봐요, 계속 쉬는 날에도, 그러다가 안 되겠다싶으면 회사로 뛰어오는 거고 아니면 집으로라도 원격으로라도 일을 해야 되고." (개발자 ㄱㅎ지) - P102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본은 더 이상 노동자의 이용 가능성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재교육 비용까지 노동자 각자가 알아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기계발의 이름으로 또는 ‘감을 잃지않기 위해‘ 또는 ‘살아남기 위해‘!
- P103

여기서 우리가 문제로 제기할 점은 부품화 경향이 날로 높아짐에도 노동권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는 조직적 대응이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노조 형태의 교섭 창구를 만든다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한다. 업계의 평판에 대한 우려 또한 집단적인 발언권을 제약하는요인이 된다.

ㅡIT업계 - P110

문화콘텐츠산업의 시장 성공 전략이 유발하는 위험은 가려진 채 Kㅡ게임, 한류산업, 창조경제, 경제 활성화, Kㅡ콘텐츠 담론이 앞세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 P112

수직적인 위계구조 아래 개발 과정상의 위험을 중소 개발사및 개발자가 떠안게 되는 양상이 커진다. 위험이 중소 개발사에전가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의 외형에는 기업 간위계상의 불평등이 가로지르고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직장 민주주의 workplace democracy)를 위해서는 기업 간 불공정 거래 관행이 함께 문제화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함께 뒤따르지 않는다면, 직장 민주주의의 가능성은 언제나 요원할 수밖에 없다.
- P114

앱마켓 수수료, 플랫폼 수수료, 퍼블리싱 수수료를 개발사가 이중·삼중으로 중복 부담하는 구조는 수익 분배의 불균형은말할 것도 없고 유통 파워만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동시에 소위성공 요소에 콘텐츠 자체보다는 홍보·마케팅을 위한 자금력이더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유통 파워가 뒷받침되지 않는 중소형개발사가 콘텐츠만으로 살아남기는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위계구조에서 성공한 게임의 수익은 유통 파워로 대거 흡수되는반면, 실패의 위험은 중소 개발사에 전가되는 양상이 빚어진다.
- P116

게임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6~9% 이상을 기록하고 매출 총액이 17조 원(2020년 기준)까지 치고 올라가는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개발자의 실질임금 인상률이 매출액 성장률에 비례하지 않는 이유는 불공정한 수익 분배 구조에 기인한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재생산이 불공정한 수익 분배 구조와 연결되는 대목이다. 플랫폼을 매개로 한 국내외 자본의 막대한 지대수익을 사회적으로 제한 환원하는 장치가 요청되는 이유다.
- P116

국내에서 통용되는 룰은 7 대 3 법칙이다. 어떤 게임으로100만 원의 이익이 났을 때 30만 원은 앱스토어, 구글플레이, 올레게임 등이 가져간다. 남은 70만 원 중에서도 다시7 대 3 원칙이 적용된다. ‘애니팡‘ 등 카카오톡 기반 게임의경우 브랜드 사용료 개념으로 다시 70만 원 중 30%(21만원)를 가져간다. 총수익의 절반도 안 되는 49만 원으로 다시퍼블리싱 업체와 실제 개발자들이 분배한다. 개발 과정에외주나 하청 형식으로 참여한 업체들도 이 ‘49만 원‘ 안에서지분을 갖는다. - P116

"넥슨·넷마블 등 대형 퍼블리셔 (배급사)가 자본을 쥐고 개발사와 개발자들이 이를 따라가는 구조가 되면서관계가 고착화하고 있다." - P116

살인기업이란 표현이 있다. 이는 호주의 산업살인법 IndustrialManslaughter Law‘, 영국의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에서 비롯한다. 수도 캔버라가 속한호주 수도 준주 The Australian Capital Teritory는 기업뿐만 아니라 최고 임원에게 작업 중 발생한 노동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법을2003년 제정했다. 



⚡⚡⚡⚡⚡

우리나라는 이와 유사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최근에 발의되었다.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법안으로,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에 따르면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단, 5인 미만 사업장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출.시사상식사전)

그리고 1년이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고있다.ㅡ미미 - P120

호주의 ‘산업살인법‘

적용은 정규직 노동자는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작업장에서 일하는 모든노동자의 사망 사건에 가능하다. 사망 사건에 대한 형벌이 여느나라에 비해 진일보한 편인데, 경영자에게 최대 징역 25년까지선고할 수 있고 기업에 최대 6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한국 법원의 형량이 산재 사망 사건의 피고인 가운데 징역과 금고형을 받은 피고인 비율이 3%에 못 미치고 이 또한 대부분 집행유예나 500만 원 전후의 벌금형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호주 산업살인법의 무게감과 제도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 - P120

한국의 경우, 노동건강연대는 매달 ‘이달의 살인기업‘을 발표하고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한다. 최악의 살인기업은한 해 동안 산재 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을 말한다. 선정식은 산재 사망을 기업의 살인행위로 규정해 처벌을 강화하고 산재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GS건설, 현대건설, 한국타이어, 코리아2000, 대우건설, 한라건설,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한화케미컬, 삼성중공업, 포스코건설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꼽혔다. 그 가운데 우정사업본부는 ‘최악의 살인기업특별상‘을 수상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을 말한다ㅡ미미


⭐⭐⭐⭐⭐ - P121

집배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살인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살인적인 노동시간은 어떤 정도인가? 우선, 우편집배원 1인당 담당 가구 수를 해외와 비교해볼 수 있다. 우편집배원 1인당 담당가구 수는 미국이 514가구, 일본이 378가구인 것에 비해 한국은 1160가구다(2015년 기준), 일본의 3배가 넘는 수치다.  - P125

과중노동의 양상은 일상화된 겸배兼配로도 확인된다. 겸배는 집배 인원에 결원이 생기면 그 구역을 동료가 분담해 배달해야 하는 상황을 일컫는 집배 노동자들의 은어다. 죽을 맛‘이라고이야기될 만큼 장시간 중노동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지점가운데 하나다. 그 실태를 보면, 한 달 평균 5.7회다. 이로 인해발생하는 초과 노동시간은 매달 8.6시간이다. - P1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