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상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양상은 꽤나모호한 경우가 많고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물론이는 의학적 설명이라기보다는 신체질환에 비해 정신질환이 상대적으로 원인 규명이 불명확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아픈 마음 상태를 이야기로 끄집어내는 것이 쉽지 않고 사회적 발언으로 드러내는 건 더 어렵다. 많은 인터뷰 대상자도
"사실 저도"라며 치료 경험을 꺼내놓기는 했지만, 그 상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가족 또는 동료나 회사에 털어놓지는 않는다고 했다. 물론 스스로도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쉽게 인정하(려들)지 않았다. 특히 남편/ 아내에게 아픈 마음 상태를 말하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굳이 힘든 얘기해서 뭐 하냐"는 것이었다. 마음이 아픈 상태를 ‘굳이 들춰낼 필요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말하기도 뭐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여럿이었다
- P74

정신질환의 구조적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 결함으로 치환될 여지는 높아진다. 정신건강 문제가 무능력이나 나약함으로 비치거나 동료에게 미안함을 유발할 수 있기에 각자가 알아서 감당해야 할 것으로 취급되고 만다.
- P75

업무 관련 스트레스가 유발한 정신질환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기질이나 성격을 원인으로 연결짓는 관점은 아픈마음 상태를 구조적인 것과 거리 두게 하고 문제의 화살을 개인에게 향하게 하는 자본의 언어, 비난문화와 상당히 맞닿는다는검을 유념해야 한다.
- P76

만성피로, 불안증, 가슴 통증, 질식의 고통으로 마음과 몸이이곳저곳 아프지만 ‘무능력하다 유별나다‘는 평가를 받지 않기위해 또는 동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미안함 때문에일터로 향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아픈 마음 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조한진희, 2019)를 두고여성학자 정희진은 이 책을 계기로 많은 이들의 몸 일기가 나오기를 바란다는 글을 남겼는데, 아픈 마음에 대한 마음/몸 일기를조직 차원에서 꾸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 P77

우울증, 자살 시도 같은 개인 과거력이 등장하는 순간 다른해석과 판단의 여지는 사라지고 목숨을 끊은 이유가 꽤나 그럴듯하게 설명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우울증이 왜 자살 시점에서악화했는지, 그 연유가 혹시 업무와 연관성은 없는 것은 아닌지,업무 문제가 아니었다면 과거 치료력이 있더라도 별문제 없이살아갈 수 있었던 건 아닌지를 따져 묻는 질문이 파고들 자리는없다.
- P80

위법적 관행-손실(스트레스) - 자살로 이어지는 사건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순간, 차명계좌 같은 위법적 요소는 더 극화되는
반면, 실적을 채우기 위한 업계 관행은 누락된다.
결국 자살의 원인은 불법한 개인에서 비롯한 것으로 설명된다. - P82

이를테면, 여느 항공사에 비해 대한항공의 자살자 수가 왜 그 시기에그렇게 많았는지? 여느 대학교에 비해 카이스트의 자살사 수가왜 그 시기에 그렇게 많았는지? 여느 철도에 비해 서울도시철도기관사의 자살자 수가 왜 그 시기에 그렇게 많았는지? 여느 부품업체에 비해 폭스콘의 자살자 수가 왜 그 시기에 그렇게 많았는지? 이는 업종 전체적인 문제 진단과 동시에 업체 특수적인 문제가 어떻게 자살 사건과 연결되는지를 규명하는 작업이 요망되는경우다.
- P92

우선, 마사회 전체 차원의 공통적인 문제를 짚어보자. 마사회는 산재가 상당히 많은 사업장으로 악명 높다. 연간 재해율13.9%는 전국 평균 재해율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말관리사의경우, 적정 인원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노동시간도 꽤 길다. 주당 60시간 이상이 46.5%를 차지한다.14 이는 마사회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마사회 왜이러나...) - P92

달라진 계약관계, 열악한 노동조건, 노동권 없음, 위계적 관계 구조에 또 하나의 문제가 덧대져 있다. 마지막 문제의 지점은반인권적인 경쟁 시스템이다. 이는 2004년 새로 개장한 부산경마공원의 특수성에 해당한다. 서울의 경우, 임금 및 소득 분배 방식은 순위상금의 일부를 분할해 기본급 형태로 말관리사와 기수에게 지급하는 ‘부가순위상금 방식이다. 고정급 70%, 상금성30%로 구성된다. 상금을 균등 분배하는 비율이 높기에 소득의고정성과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비해 부산경남의 경우는 순위상금 방식이다. 고정성 임금 30%에 비해 경쟁성 상금70%로 "너무 지나치게 경쟁성 상금이 많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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