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리가 이걸 생각해봤으면 해요. 어떤 억압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있는데, 그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자유로운선택을 한다고 생각을 해요. 이걸 어떻게 해결할 거냐는 거죠.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하는 많은 것들이 실은구조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 우리의 선택이 자유로운 선택이라고믿게끔 하는 장치나 작동원리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게 중요해지겠죠. ‘왜, 어떻게 이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가. 베티 프리단이 말하는 신화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한 가지는 여성성이라는 게 사실은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에서 신화이고, 또 한 가지는 신화처럼 작동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거죠.
- P202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는 건 여러 가지를 의미하죠. 철학적으로는 근대의 종언을 의미해요. 근대라는 건 인류가 더 나아질 수 있고 진보할 수 있고 대서사가 이루어진다는 건데, 근대의 종언이라는 건 그것들에 대한 의심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의심과 상관없이 정치권력은 전쟁 전으로 사회를 복원하려고 전쟁영웅들을 국가의 지도자로 삼으면서 그 체제를 몇 년간 지속시키지만요. 

하지만 그게 1960년대부터 흔들리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제국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들이 탄생하는데, 이는 기존의 제국에도 영향을 줘요. 민권 운동 같은 것으로요. 미국의 경우에는 블랙팬서 Black Panthers와 같은 흑인 민권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나요. 

이들은 전쟁 이전의 질서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구호를 공유합니다. 급진적인 재현은 문화운동의 차원에서 일어나고요. 그게 세계적으로 폭발한 게 68혁명이라는 거죠. 프랑스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고, 제2차 세계대전패전국인 독일에서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자기 부모 세대를 고발하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페터 한트케Peter Handke를 위시한 47그룹Gruppe 47의 활동이나 빔 벤더스wim Wenders를 위시한 뉴시네마 운동이 그러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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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우리가 트라우마‘라는 용어로 말해요. 종교적으로도해석이 안 되고요. 상흔이라고 하죠. 특히 서구권의 사람들이 상흔을 입은 거예요. 이 상흔을 치료하고 치유하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고, 전쟁을 겪었던 군인들도 그걸 요구했어요. 

그러면서이때 미국에 정신분석학이 들어오고 많이 쓰이게 되는데, 특히독일 파시즘의 물결을 피해 미국으로 온 사람들 중에 프로이트주의자들이 많았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임상실험을 하고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이 정신분석학이 일종의 새로운 종교적 역할을 하기 시작해요. 

베티 프리단은 프로이트 심리학이 "고통에 대한 치유법이 되었고, 모든 것을 포함하는 미국의 이데올로기와새로운 종교가 되었다"라고 써요.  - P205

지금 우리한테도 그런 신화 많죠. 가난의 이유를 개인의 게으름이나 불성실함에서 찾으면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맡기면 어떻게 되나요? 가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고, 개인이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잖아요. 그리고 죄책감에 시달리다 병에 들면 누구를 찾아가요? 정신분석학자를 찾아가요.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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