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 대한 지식이 있는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그리스 문화 전반에육체에 대한 부정과 부인과 무시가 퍼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는 문학적 성취 정치적 혁신 · 예술적 천재성뿐만 아니.
라, 육체적 아름다움 힘·기술 등을 개발하고 찬양하는 것으로도 이름나 있다. 

겉으로 표출된 활발한 남성 동성애 문화 그리고전투에서 드러나는 용맹과 성취가 그 뚜렷한 증거다 - P125

그리스에 대한 논의에서는 언제나 ‘황금시대‘의 아테네 문화가 매우 성적이라고 설명되었다.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성적 욕망을 담은 미덕은, 이렇게범람하고 편재하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었다.  - P126

대부분의 시인과 철학자는 이런 분위기가 개인적·집단적 위대.
함을 향한 분투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성적 충동에 대한 개인의 저항을 미덕으로 보았고, 집단적 억압은 타자들 너머의 명성을 추구하는 폴리스에서 종종 필수적이라고 명확히 표명되었다.

성적 · 생리적 갈망의 억압에 대한 그리스의 정치적 관심은 섹.
슈얼리티에 한정되지 않았다. 타자의 ‘열등한 육체‘에 저항하고육체적 착취를 인내하는 것이 정치적·윤리적·군사적 미덕으로💫💫💫💫💫
칭송되었으며, 철학자들은 이것이 진실을 탐구하는 데 필요한전제 조건이라고 보았다. 

『국가 The Republic」에서 세팔루스 Cephalus는 성적 충동이 더는 자신을 성가시게 하거나 미덕과 경건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며 안도감을 드러낸다.
- P127

소크라테스는 『파이돈 The Phardo』에서 육체적 안락, 욕망, 만족에8비교적 무심해졌다면서 스스로를 칭찬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가능한 모든 곳에 ‘절제‘를 적용하며 『니코마코스 윤리학, 한 권을 통째로 ‘절제‘의 미덕에 바친다. 플라톤은 이상적 도시에서수호자 계급의 생활환경을 설계할 때, 그리고 『국가』와 『향연 TheSymposium」에서 성적 욕망을 지혜를 향한 열정으로 완벽히 승화하려고 할 때, 개인에게서 육체적 갈망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그리고 크세노폰Xenophon은 ‘절제의 결여‘를 ‘굶주림, 갈증, 성욕, 장시간의 수면 박탈‘ 등에 맞서 이겨 내지 못하는 무능함으로 정의했다. 
💫💫💫💫💫 - P127

플라톤은 육체에 대한 여러 논의에서 육체를 영혼의 감옥으로그린 오르페우스교의 교의에 기댄다.
(중략)
 도즈는 ‘육체적 경험의 세계는불가피하게 암흑과 고행의 장소로 나타난다는 도덕관념에서 그리스인들이 해석한 (…) 샤머니즘적 믿음" 의 영향을 받아 그리스의 ‘육체에 대한 공포‘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플라톤의 말로하면, "육신은 무겁고 억압적이고 세속적이며 가시적이다. 따라서 육체의 존재로 더러워진 영혼은 가시적인 세계로 (……) 또는비가시적인 세계로 짓눌려 끌려가고 무덤과 묘지 위를 맴돈다."

암흑·혼탁·감옥·무덤 · 자궁은 육체가 정신이나 영혼과 맺는관계에 대한 은유이고, 집의 내부 여성들의 방·규방을 뜻하는그리스어 메가론megaron에 담긴 뜻이다.17 여기에서 우리는 육체와 연계되는 다층적인 것이 남자다움을 구축하는 과정과 대립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
- P128

고대 아테네인에게 여성은 본질적으로 육체와 그 육체 내부에 갇힌 생물체였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무절제하다. 절제라는미덕을 후천적으로 획득할 순 있지만, 여성은 임신 가능성 때문에 육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따라서 도덕적 · 생리적 차원에서 여성은 자연적이며 영속적인 덫에 걸린 듯 보였다.
⭐⭐⭐ - P129

점에서 여성은 남성 및 자기 자신의 자유에 대한 공포의 극한을재현하게 된다. 인간성은 동물성과 반대로 정의되기 때문에, 이런 자아 개념으로 본다면 여성을 인간 종의 구성원으로 보는 것조차 위태로워진다.  - P130

이런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수긍하며 소포클레스 Sophocles 의 "겸손한 침묵이 여성의 영예"라는 비웃음을 인용한 것, 투키디데스가 페리클레스Perikles의 장례식 연설에서 여성 최대의 영광이 "남성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로 오르내리지 않는 것" 이라고 언급한 것에는 모두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침묵을 지키며 인간 담론에서 비가시적 존재로 있거나 부재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동물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 - P130

 그렇게나 ‘계몽된 사람들이 여성을 그렇게 끝없이 지독하게 대했다는 것이 아테네 문화와 정치를 연구하는많은 이들을 당황시켰고, 이들은 이에 대한 설명을 찾기 위해 비상하다 싶을 정도로 재주를 부렸다.26 하지만 바로 아테네인들의 남성됨이라는 개념 자체에 명징하게 여성에 대한 필연적 비하와 억압이 들어 있으며 ‘인간‘의 지위 부여를 거부했다는 것을이제는 분명히 해야 한다. - P131

 ‘형상이 훼손된 남성 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명 높은 여성 묘사는 우발적인 여성 혐오 이상의 의미가 있다. - P131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의 일반적인 열등함만상정한 것이 아니라 여성을 ‘미완의 존재‘로, 여성의 생각을 ‘두서없는 것‘으로, 여성의 전반적 상태를 ‘형상적 결함과 약함‘의조건으로 묘사했다.

또한 여성은 오직 남성만이 제공할 수 있는 ‘형상‘이 필요한 질료‘로 묘사되기도 한다. 따라서 여성은남성보다 못한 인간일 뿐만 아니라 인간보다 못하고, 형상이 훼손되었고, 인간의 기획에서 준비가 덜 된 존재로 짐승과 남성 사이의 회색 지대에 자리한 생물이다.
⭐⭐⭐⭐⭐ - P131

겉보기에 대립적인 듯한 그리스 육체관의 두 측면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고, 같은 원천에서 나왔다. 육체에 대한 거부와찬사가 동시에 나오는 것은, 개인적·집단적 영광을 추구하는 과정 중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 P134

육체는 진정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였을 때만 칭송되었으며, 이 인정은 육체의 일상적 능력을 뛰어넘고 일상적 욕구를 억누르려는 노력과 직접 연관된다. 
⭐⭐⭐ - P134

개인적 · 정치적 영광은 모두정치적 존재로서 남성의 ‘본성‘을 실현하기 위해 욕구 및 자연과싸우거나 거부하거나 초월하며 이런 물질성을 구축하는 데 달려있었다. 이런 소외와 그에 따른 인간적·환경적 한계를 넘으려는노력이 아레테로 알려진 뛰어난 행동에 대한 그리스식 찬미의핵심이었다 - P136

고전문학자 베르너 예거는 정치에서 아레테를 이렇게 묘사한다.


전투의 승리에서는 진정 남성의 미덕을 시험해 볼 수 있다.
이는 단지 적에 대한 물리적 정복만이 아니라, 힘겹게 얻어 낸아레테를 증명한다. 후일 서사시 영웅이 혼자 하는 모험을 뜻하는 단어로 쓰일 아리스테이아atisteia에도 꼭 들어맞는다. 영웅의 일생과 노력은 자기 동료들보다 우위를 차지하려고 분투하며 오직 승자가 되기 위해 펼치는 경주다. 
⭐⭐⭐⭐
(오늘날의 약육강식인 성과주의와 비슷해보인다) - P137

아렌트가 아레테를 망각에 맞서는 무기라고 한 점을 염두에둔다면, 우리는 아테네의 남성됨 문화에서 불멸이라는 더 큰 문제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분명 불멸에 대한 그리스의 집착은 부분적으로 존재와 연관된 것 또는 필멸에 대한 심각한 거부에서파생했다. 

필멸에 대한 적대는 생명 유지 관련 활동에 대한 지배와 폄하로 드러나며, 이 적대에 이어 불멸의 가치를 매기는 작업이 자연스레 뒤따른다. 즉 한 요소가 다른 요소를 생산한다. 
⭐⭐⭐ - P143

그리스의 남성됨과 정치는 개념과 실천에 모두 극심한 소외가 뒤따른다. 남성의 모든 생리적측면이 소외되며, 정치에서 걱정·불안·끊임없는 지배욕을 품고 있는 외적 자연 역시 소외된다. 이런 정치는 문제가 있을뿐더러 억압적이고 위험하다는 것도 살펴보았다. 

정치를 유지하기위해 의존하며 착취하는 대상에게 정치는 억압적이고, 정치의경계 밖에서 희생당하는 이들에게 정치는 위험하다. 억압된 것이 사라지지 않고 일그러지거나 어슴푸레한 채로 계속 그 주변을 위협하고 오염한다고 말하기 위해 프로이트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성, 노예, 노동자, 남성의 육체적인 면, 그가 살아가는 자연계 등 모든 것이 지배의 정치를 통해, 즉 남성이 형상을 부여하고 남성됨을 획득하는 정치를 통해 예속되고 폄하된다. 
⭐⭐⭐⭐ - P148

서구 남성에게 육체와 분리된 정신은 자연, 자연적인것에 묶인 이, 그 자신의 희망과 욕망을 부추기는 외적 요소뿐만아니라 선택된 적 등 그 모든 것에 맞서는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고안된 무기다. 노먼 0. 브라운 Norman O, Brown은 이렇게 말한다.

외부의 적은 투사된 우리 자신의 일부다. 우리 자신의 악, 우리 자신의 추방된 어떤 면이다. 내적 위험에 맞서는 유일한 방어는 그것을 외적 위험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럴 때 그것과 싸울 수 있다. 그것이 더는 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도록 자신을기만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이제 싸울 준비가 된 것이다. 
⭐⭐⭐⭐⭐ - P149

마키아벨리ㅡ


마키아벨리는 인간의 본성이 고매하다는 원대한주장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는 정치적인 면을 삶의 전부로보지 않는다. 정치학에서 그의 악명이 높은 이유는, 그가 정치를윤리에서 떼어 내고 정치적 인간의 미덕과 미덕 자체를 구별했기 때문이다. 
(중략)
마키아벨리는 과거 500년간 갖은 해석을 통해 정치 이론의 전통가운데 있는 그 어떤 동료 이론가들보다 많은 비방과 폄하를 받그는 서구 정치학의 속살과 서구 정치학을 구성해낸 이들의 폐부를 치열하게 비타협적인 태도로 꿰뚫었다. 그리고 심약한 이들은 그의 태도에 반발했다.
무엇보다 마키아벨리는 (우리가 앞서 살펴본) 그리스인들이 제거하려던 육체를 정치사상에 다시 통합했다. 
⭐⭐⭐⭐⭐ - P154

변치 않는 ‘형상‘이나정신적 이상은 마키아벨리의 정치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실현할 궁극의 목적, 인간이 정치 활동을 통해 존경을 바칠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는 미학적 이상이 아니라 삶 자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의 정치학에서 육체, 욕망, 욕구는 철저하게 젠더화되어 구성되었다.  - P154

마키아벨리는 정치 행위자에게 가치 있는 본보기로 몇몇 동물을 선정한 뒤, 이동물들에게 정치적 성공과 관련된 인간적 특질을 옮겨 넣는다. 이때 여우는 영리한 책략과 날카로운 기지 때문에, 사자는 흉포한힘 때문에 선택된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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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5 17: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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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5 1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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