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갈아넣고 쥐어짜고 태우는 과로,성과체제에서 존버할 수 없는 사람들을 존버씨로 형상화해 존버하는 삶, 존버하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존버씨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혹자는 자신은 존버씨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로 + 성과체제의 우리 모두는 존버씨가 아닌가 반문하고 싶다. 과로위험과 성과 압박, 이와 얽혀 있는 괴롭힘에 노출되어 있는 잠재적 존버씨다. 존버씨는 노동의 고통과비참에 시달리는 김알바, 김인턴, 김사원, 김대리, 김과장과 다르지 않은 이름이다.
- P6

사건은 발생했는데 뭐라 이름 붙일 언어가 없는 경우가 있다. 현상은 벌어지고 있는데 뭐라 표현할 개념이 없는 경우도 있다. 사건과 현상의 본질을 어떻게 진단하고 해결할 것인가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 간의 논쟁은 치열할 것이다. 죽음은 이어지고있는데, 이를 나타낼 개념과 언어가 없는 경우는 더 그러하다. 과로사·과로자살 이야기다.  - P7

죽음을 둘러싼 각축에서 노동은 사회적 타살, 살인적인 ‘비정상적인 노동시간, 현대판 노예제, 인력 충원,
업무 연관성을 지목하고 강조한다. 반면 자본은 연관성 없음, 사2실과 다름, 통상적인 수준, 견딜 만한 정도,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과중한 업무는 아님, 효율과 유연화, 인력 재배치를 설파하고내세운다.
⚡⚡⚡ - P8

자본은 개인 취약성, 개인적인 기질, ‘건강 관리를 못 해서,
유리 멘탈, 과거 치료력, 출퇴근 기록을 공개할 의무 없음, 영업비밀, 느슨한 법제도, 통상적인 수준, 상당인과관계 등을 동원해난공불락의 고지를 점령한 채 죽음과 과로의 연결고리를 최대한은폐하거나 또는 망자 탓(실패/결함/문제)으로 전가하려 한다.

반면, 노동은 난공불락의 고지를 앞에 두고 극히 불리한 위치에서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치열한 전투를 벌이지만 패할 확률이 높다. 여기서 ‘불리한 상태는 노동ㅡ자본 관계 차원에서 봐도 그렇고 한국적 노동 현실을 봐도 그렇다.  - P8

비극의 피해자는 또 한 번 좌절을 경험하게 되고 비참을 유발하는 폭력의 지점은 면죄부를 받는다. 일터의 착취와 폭력은재생산되고 남은 노동자들은 각자도생하는 길만이 유일한 길임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과로죽음이 개인적인 비극으로 처리되는 그런 일터/사회에서의 생존법은 각자도생을 선택하는 것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다. 

존엄과 관용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기때문이다. 각자도생은 신자유주의적 경쟁 장치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과로죽음을 조직적/사회적으로 대응하는 언어가 없는 일터/사회에서 이는 더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행동양식이다.  - P9

실태조사가 요구된다. 전국 단위의 조사 말이다. 과로죽음의 공통성을 파악하고 유형별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필요한데, 과로사방지법같이 과로사·과로자살을 법제도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제도화를 위해서는 실태조사를 비롯해 과로 죽음을 다각도로드러내는 작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책은 드러내기 작업의하나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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