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본질은 폭력이고, 정치 공동체의 본질은 진공상태와- 같은 순고한 가치이다. 집단 · 인종·부족 등이 조직된 명망 높은정치권력에 속할 때까지 그들은 민족이 아니며 어떤 존재 이유도 없다는 베버의 주장은 이러한 사고에서 나왔다. 예컨대 베버의 표현을 따르면, ‘문화 없는‘ 존재였던 아프리카인들을 식민화하는 것은 적법하지만, 폴란드 같은 민족국가들의 문화적·정치적 자율성을 향한 투쟁은 지원해야 한다.
- P32

현대에 이르러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는 이러한 남성성에 틈새를 낸 대표적인 사상가이다. 이후 후기구조주의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페미니즘이 이들의 사상과 친연성을 가지면서 결합 · 경합하고 적극적 재해석을 시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P33

마르크스는 기존의 서구 철학이 관념임을 밝혔고, 구체적인 물질로부터 사유할 것唯物을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생각‘이 아니라 인간의 육체와 섹슈얼리티 활동을 통해 인류 문명의 구성을 밝히고자 했다. 이들의 사상이 단지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과남성됨을 추구했다는 점은 구별되어야 한다(정확히 말하면, 마르크스는 자신의 남성됨을 몰랐고 프로이트는 자각했다).
- P33

초월성은 개념을 구분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의 방법이다. 규정하고 분리하고 각각 역할을 ‘자신‘이 정한다. 

초월성, 목적의식, 자유의지will는 공명한다. 자신의 의지를 타인, 사회, 자연에관철시키고자 하는 이 거대한 저거너트juggernaut(무자비하고 파괴적이며 막을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힘)에의 추구는 오늘날 남성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전 지구를 사정거리로 삼는시속 1만 2천 킬로미터의 대륙간 미사일, 자신의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굴기의 정신, 여성의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일상적 남성 문화는 모두 남성에게 허락된 의지의 산물이다.

⭐⭐⭐⭐⭐ - P33

서구 철학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 Simone de Beauvoir 의 업적은 그의 은의 여성 정체성 부재‘에도 불구하고 초월성과 내재성이 성별화된 가치라는 사실을 증명한 데 있다. 

그는 초월성이 대상화와 타자화를 동반할 수밖에 없으며, 백인 남성이 자연, 여성, 유색인종을 타자other로, 즉 인간이 아니라고 본 점을 규명했다. 

그의 실존주의는 이후 수많은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타자성과 차이에 대한 사유에 영향을 주었는데, 한마디로 주체는 타자의 인질이라는 사실이다. 타자(일상, 여성, 노동 등) 없이 초월성은 존재할 수없다.

⭐⭐⭐ - P34

"남성됨‘의 결말은 그들이 추구하는 자유를 얻는 데 있다. 앞서 말했듯이 초월성과 자유는 ‘~로부터 자유 firee from what‘을 전제하는데, 인류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 what‘ 이다. 

이들은 무엇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가. 여성? 노동? 일상? 현실? 위험? 공포?
성찰? 섹스? 
⭐⭐⭐ - P34

신자유주의 시대의 초월성은 국가나 이성이 아니라 ‘돈‘이 되었다. 역설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베버가 그토록 경멸했던 물질이 이 시대의 초월성이자 자유의지의 전제다.
⛱⛱⛱ - P34

나는 근대 이후 세 가지 역사적 이정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홀로코스트, 사회주의 블록의 붕괴 그리고 기후위기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인간의 의지로 타자, 다른 사회, 자연을 정복하려는 것이었고, 이는 문명과 발전주의의이름으로 정당화되었다.

 세계를 이원론의 관점으로 파악하고 나의 외부(대상)를 극복해야 한다는 초월성에의 추구는 인류의 역사를 남성의 역사로 만들었다.

⭐⭐⭐⭐⭐
- P35

모든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사회의 일원의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자연과 적대하고 있다. 

생태주의자조차 기후 위기를 "자연의 역습"(인간중심적시각:미미)이라고표현한다. 우리가 자연에 포함되어 있다면, 나올 수 없는 사유다.

남성됨에 관한 연구는 전쟁, 기아, 근본주의, 인종주의를 넘어 지구 자체의 생존 문제가 되었다. 남성됨 연구가 절실한 이유이다.

⛱⛱⛱ - P35

 초기 자유주의자들의 서술에서 ‘보편적‘이라는 표현은 여성뿐만 아니라 재산이 없는 이들까지 제외한 개념이었다. 

그런데 이 원칙은 추상적인 데다 사람들이 저마다 처한 삶의 상황이나 고군분투 같은 구체적 내용보다는 개인이라는 개념에 기반하고 있다. 

그 덕분에 여성을 비롯한 사람들의 기본적인 시민권과 참정권을 박탈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았고, 이를 두둔할 수도 없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해리엇 테일러 밀,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초기 페미니스트들은 자유주의 사상과 실천에서 이런 ‘모순‘을 공격했다.

⛱⛱⛱ - P42

즉 남성의 권리‘를 재산이 없는 이들에게까지 넓히려고 한 18~19세기의 투쟁이 은연중에 여성의 권리 문제까지 제기한 것이다.  - P42

우리가 사는 세계의 정치적·경제적·사적 영역은 전통적 배치와 관행에서 형성되었으며 그것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마르크스가 상기시켰듯이 "모든 죽은 세대의 전통은 살아있는 세대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또는 프로이트의 좀 더 간결한 표현처럼 "죽은 자들은 힘센 지배자들이다. 

죽은 세대의힘, 그 역사의 힘은 개별적인 각각의 남녀보다도 ‘남성적‘·‘여성적‘ 영역인 전통과 제도 속에 더욱 강력하게 존재한다. 

무척 어렵긴 하지만, 개인적 차원의 변화는 활동, 담론, 교류 같은 사회적·정치적 전통의 변화에 비하면 그나마 시도해 볼 만한 일이.
다. 
⛱⛱⛱⛱⛱ - P44

가장 간결하면서도 명백하게 정치학을 뚜렷한 남성 영역의 남성적 행위로 만든 이는 아리스토텔레스다. 

그의 정치 및 윤리 이론에서 우리는 남성이 자연의 필요와 육체에 맞서 일종의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 자연의 필요와 육체를 지배하는 데 대한 관심, 그 지배를 수월하게 하는정치적 합리성의 발달 과정을 만나게 될 것이다.

⭐⭐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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