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편견이라는 평원 위로 날아오르려는 새는 강한 날개를 가져야 해요. 약한 새들이 상처 입고 지쳐 날개를 퍼덕이며 다시 지상으로 낙하하는 모습은 서글픈광경이에요.> - P174

두 사람은 말없이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아로뱅이 몸을 앞으로 기울여 키스하자, 에드나는 아로뱅의 머리를 안아 그의 입술을자기 입술에 포겠다.
그것은 평생 처음 그녀가 진짜 본능적으로 반응한 키스였다. 키스는 불타는 횃불처럼 욕망에 불을 붙였다.
- P175

무엇보다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뭔가 이해한 듯한 기분도들었다. 눈앞을 가리던 뿌연 안개가 걷혀, 삶이란 것이, 그 괴물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한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P176

사회적 지위는 낮아졌지만, 정신적으로
는 그만큼 높아진 기분이었다. 일상의 의무에서 벗어나고자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자기 존재가 더 강해지고 딛고 선 범위도 넓어졌다. 이제는 오로지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삶의 저변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자신의 영혼이 이끄는 대로 살 뿐, <세상의 평판을 의식하며 >사는 데 만족할 수 없었다.
- P197

하지만 정신이 들자 로베르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결국 로베르는 그저 몇 달 떠나 있었을 뿐이므로 전혀 바뀌지 않았다. 에드나와 비슷한그의 머리카락은 이전처럼 관자놀이에서 뒤로 물결쳤다. 그랜드 아일에 있을 때보다 피부가 더 그을리지는 않았다. 로베르가 에드나를 말없이 잠깐 바라볼 때, 에드나는 예전처럼따뜻한 애정을 느꼈다. 이전보다 더 따뜻해지고 갈망하는 눈길이었다. 잠을 청하려고 자리에 누우면 그녀의 영혼을 파고들어 잠 못 들게 하던 그런 애틋한 눈길이었다.
- P204

「늘 그랜드 아일의 파도와 백사장을 보았어요. 셰니에르카미나다섬의 풀로 뒤덮인 한적한 거리, 그랑드테르의 오래된요새 말이에요. 저는 기계처럼 일만 하면서 길 잃은 영혼 같은 기분으로 지냈어요. 흥미로운 일은 하나도 없었죠.」에드나는 불빛을 가리려고 손을 눈 위에 가져다 댔다.
「그럼 부인은 뭘 보고, 무슨 일을 하고, 무엇을 느끼셨나요?」 로베르가 물었다.

「늘 그랜드 아일의 파도와 백사장을 보았어요. 셰니에르카미나다섬의 풀로 뒤덮인 한적한 거리, 햇살이 잘 비치는그랑드테르의 오래된 요새 말이에요. 저는 기계보다 좀 낫지만 잘 모르는 상태로 일만 했고, 아직도 길 잃은 영혼 같은기분이에요. 흥미로운 일은 하나도 없었죠.」

「퐁텔리에 부인, 잔인하시군요.」 로베르가 말했다.  - P208

에드나는 로베르와 함께 있었고, 그의 목소리도 듣고 손도 만졌다. 하지만 어쩐지 저 멀리 멕시코에 있었을 때가 오히려 더 가까웠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 P215

 하녀가 삐뚤빼뚤 휘갈겨 쓴 라울의 편지를 가져왔다. 엄마를 사랑한다면서 봉봉 캔디를 보내 달라는 편지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P217

그날 로베르는 오지 않았다. 에드나는 몹시 실망했다. 로베르는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오지 않았다. 에드나는 매일아침 눈을 뜨면서 희망에 부풀었다가, 밤이면 절망하곤 했다. 로베르를 직접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그런 충동에 굴복하기는커녕, 로베르를 만날 기회를 일부러피했다. 라이즈 양의 집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르브륑 부인의 저택을 지나가지도 않았다. 로베르가 아직 멕시코에 머물고 있다면, 몇 번이고 찾아갔을 것이다.
(이건 거의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이다ㅠ) - P218

마치 신의 섭리로 로베르가 자기 있는 데로 온 것 같았다.
- P222

「여기 참 유쾌한 곳이죠?」 에드나가 말했다. 사람들이 잘몰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참 조용하고 좋은 곳이에요. 거의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거 눈치챘어요? 무척 외진 데다 한참 나가야 마차를 탈 수 있죠. 하지만 걷는 것도 괜찮아요.
걷는 걸 싫어하는 여자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그들은 너무도 많은 걸 놓치고 있죠. 삶의 소중한 것들을 많이 놓치고있다고요. 그래서 우리 여자들은 삶에 관해 별로 배우는 게없죠.  - P223

 로베르는 비단처럼 부드러운 고양이 털을 쓰다듬으면서, 고양이 이야기를 조금 했다. 그러고는 에드나가 읽는 책을 보더니, 자기는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었노라고 했다. 에드나가 끝까지 읽는 수고를 덜어 주겠다며 그 책의 결말이 어떻게 됐는지 알려 주기도 했다.
(맙소사ㅋ) - P224

에드나는 먼 곳을 응시했다. 한순간 이전에 느꼈던 공포가 몰려왔지만, 이윽고 다시 사라졌다. 아버지와 마거릿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플라타너스에 묶인 늙은 개가 컹컹짖는 소리도 들렸다. 기병대 장교가 현관을 나설 때 울리던,
구두 뒤축의 박차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도 들렸다. 윙윙대는 벌들의 소리, 패랭이꽃의 사향 같은 향기가 온 천지에 가득했다.
- P243

어머니가 갑자기 사망한 뒤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 주치의였던 프레더릭 콜벤하이어 박사Dr. Frederick Kolbenheyer가 돈도 벌고 넘쳐나는 에너지를 분출할 수단으로 그녀에게 글을 써보라고 권유했다. 쇼팽은 칸트와 헤겔, 쇼펜하우어에 정통하고 성숙한 종교적 견해와 철학적 자세를 지닌 이 의사의 영향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닌 작가로 성장했다. 아울러 생물학과 인류학에 흥미를 갖고 플로베르와 모파상, 에밀 졸라의 작품을 탐독했다. 그녀는 특히 모파상으로부터 전통과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사상과 직접적이고 간결하며 역설적인 표현법을 배웠다. 가령 첫 번째 단편집 『바유 사람들 Bayou Folk』(1894)에 실려 있는 「데지레의 아기 Desirée‘s Baby」가 좋은 예다.
- P248

그 의사의 권유에 따라 쇼팽은 1892년부터 단편소설을 간행지에 기고하면서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그녀는 두 권의단편집인 『바유 사람들』과 『아카디에서 보낸 하룻밤A Nightin Acadie」(1897)을 출간했다. 주요 단편소설로는 「데지레의아기」와 「한 시간 이야기 The Story of an Hour」, 그리고 폭풍The Storm」 등이 있다. 그녀는 불과 10여 년간 100여 편의 단편소설과 3편의 장편소설, 그리고 20여 편의 시와 10여편의 수필, 여러 편의 희곡과 평론 외에 음악 작곡 등 왕성한작품 활동을 했다. 그녀가 이처럼 늦은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해서 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작가로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놀라운 일이다.  - P248

결국 잠에서 깨어나는 게 고통스럽긴 해도 평생 망상에 사로잡혀 바보처럼 사는 것보다는 낫다

💫💫💫💫💫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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