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텔리에 부인의 눈은 총명하고 밝게 빛났다. 연갈색 머리카락처럼 눈도 같은 연갈색이었다. 부인은 두 눈을 빠르게굴려 어떤 대상을 보고, 깊은 생각이나 사색의 미로에 갇힌듯 그 대상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버릇이 있었다.
- P12

로베르는 자기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자신은 아직젊어서 철이 덜 들었다고 했다. 퐁텔리에 부인은 같은 이유로 자기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로베르는 가을쯤 멕시코에 가서돈을 벌어 볼 생각이라고 했다. 늘 멕시코에 가고 싶었지만아직 못 가봤다고 했다. 지금 그는 뉴올리언스의 상점에서평범한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다 구사할 수 있어 점원이자 통역사로서 꽤 괜찮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철이 덜들면 자기 이야기를 자제해야하는데 나도 그게 잘 안된다ㅜ 3개국어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 P13

퐁텔리에 씨는 자신의 유일한 존재 이유인 아내가 자신이신나서 하는 이야기를 별 관심 없이 귀담아듣지 않자 매우맥이 빠졌다.
- P15

그녀도 알 수 없는 의식에서 터져 나온 듯, 뭐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온몸에 희미한 고통까지 느껴졌다. 그 고통은 영혼의 여름날을 가리던 안개나 그림자 같았다. 이제까지 별로 느껴 본 적 없는 기이한 감정이었다.  - P17

바다에서 들리는 낭랑한 파도소리가 다정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애원처럼 들렸다.
- P30

그녀의 내면에서 희미하던 어떤 빛이 분명해졌다. 그 빛은 하나의 길을 보여 주었지만, 이는 금지된 길이었다.
- P31

간단히 말해, 퐁텔리에 부인은 우주 속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하나의 개인으로서 자신이 자기 내면과 주변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것은 스물여덟 살 여자의 영혼이 깨닫기에는 너무나심오한 지혜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성령이 여성에게보통 내려 주는 어떤 미덕보다 더 큰 것이었다.
- P31

그러나 모든 시작, 특히 하나의 세계의 시작은 필연적으로모호하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며 극도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우리 가운데 몇 명이나 이러한 시작을 이겨 내고 일어서는가! 얼마나 많은 영혼이 그 격렬한 혼돈 속에 스러지는가!
파도 소리는 유혹적이다. 절대 멈추지 않고 속삭이고, 포효하고, 중얼거리며, 이러한 영혼으로 하여금 고독한 심연을헤매게 만든다. 즉 내적 명상이라는 미로에 빠져 자신을 잃게 만든다.
파도 소리가 영혼에게 속삭인다. 바다의 감촉은 관능적이다. 부드럽게 몸을 꼭 안아 준다.
- P32

퐁텔리에 부인은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여성이었다.
지금까지는 속마음을 드러내는 게 성격에 맞지 않았다. 어린시절에도 자기만의 작은 삶을 마음속에 꽁꽁 감춰 놓고 살았다. 아주 일찍부터 그녀는 이중생활을 본능적으로 터득했던터라, 겉으로는 순종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의심하는 삶을살아왔던 것이다.
- P33

에드나는미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 처음에는 지극히 아름다운 이 크리올 여인의 육체적 매력에 이끌렸다. 다음에는 누구라도 한눈에 파악하는 그 부인의 솔직함에 이끌렸다. 그 솔직함은습관적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 자신과 매우 대조적이었다. 이것이 어쩌면 하나의 연결 고리를 제공했는지도 모른다.

(다른점은 때때로 매혹적이다) - P34

우리가 동정심이나 이른바 사랑이라는 미묘한 인연의 고리를 만들 때, 신이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누가 알겠는가.
- P34

 학창 시절 가장 친한 친구는 탁월한 지적 재능으로 멋진 수필을 쓰기도 했다. 에드나는 이런 수필에 감탄해서 자기도 모방해 보려 애썼다. 에드나는 그 친구와 영국고전에 관해 열을 올리며 토론하고, 때로는 종교나 정치적주제로 논쟁을 벌인 적도 있었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건 값진 선물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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