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무거운 생을 송두리째 들어 올리는 축제의 시간을 만나는 것이다. 상투적이고 지리멸렬한 시간으로부터 전속력으로 도주하는 에너지 같은 것. 세상의 모든 축제는 일시적이고,
얼마간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축제는 그 안에 방탕과 폭력을 포함하고 있으며, 때로 그것은 죽음과 맞먹는 삶의 폭발적인 낭비를 의미한다.
ㅡ<사랑의 미래>이광호 - P16

표면적으로는 상황이 일단 아내의 뜻대로 되었다. 아내는 스키장에서 맞닥뜨린 낯선 커플이 집에 오지 않기를 바랐으니. 그러나남편은 그들을 초대했고 그들이 오기를 원했다. 이 상황, 남편과 아내가 같은 걸 원하지 않는 이 상황에서 둘 모두에게 좋은 길은 없다.
어느 한쪽은 자신의 뜻을 굽혀야 하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만사형통하는 것도 아니다. ‘저쪽이 양보했지만 사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걸 다른 한쪽이 알고 있는 이상 둘 사이가 더는 맑고 투명할 수없지 않겠는가. 그 무거운 공기를 대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나는이런 상황이 진짜 너무 싫다. 내 뜻대로 됐지만 행복하지 않은 이런순간이, 아내도 그랬을 것이다.
- P22

이 책 속의 커플은 갑작스레, 예기치 않게 섹스를 하면서 속옷이 찢어졌으니, 어쨌든 지금 있는 장소에서 외부로 나갈 때 여자는속옷을 입지 않는 채로 나가야 한다. 아, 스트레스 받아, 어제 이 책을 읽고 친구에게 얘기해주다가 "내가 수습해야 되잖아"라고 했더니 친구가 "왜 네가 수습해?"라고 한다. 아… 내가 또 내가 되었구나,
깨닫고 나는 말을 바꿨다. "아니, 여자주인공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 P31

내가 어마어마하게 사랑하는 영화 <브로큰 잉글리쉬>에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좀처럼 안정적인 연애를 하지 못했던 여자는 어느 파티에서 한 프랑스 청년을 만난다. 젊고 키 크고 잘생긴 이 청년은 잠깐 미국을 여행하는 중이었는데, 그녀와 며칠을 함께하고는 이제 프랑스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남자는 여자에게함께 가자고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남자는 떠나면서 자신의 프랑스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간다.
- P37

그 사람을 만난 것도 여름이었다. 그 사람이 떠난 것도 역시 여름이었다. (206쪽)

ㅡ하느님의 보트,에쿠니 가오리 - P40

그렇기에"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는그의 말이 옳다. 우리는 언젠가 죽고, 함께 산다면 누군가가 먼저 죽을 수밖에 없다. 사랑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함께 산다고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그것이 우주의 순리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약하디약한 존재니까. 사랑이 끝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리고 그때마다 언제나 아프고 쓰라리겠지만, 그것이 꼭 사랑의 절정인 젊은 시절에만 해당하는건 아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이 더 늘어가고, 그래서 ‘이제껏 하나인적 없었던 두 가지가 온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그때 찾아오는 이별이야말로 비탄과 고통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는다.
- P49

보라. 
얼마나 사랑하는 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알 수 있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막 뜨기 전,
맨 처음 떠오르는 얼굴이라면 
그를 사랑하는 거란다.

사랑이 내 전부를 가득 채워버린 거지.

ㅡ정미경, 아프리카의 별에서 - P58

예전에,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스타킹훔쳐보기 시리즈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다. ‘당신의 문제는 내 문제‘라고, 우리가 함께 지내고 있다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당신의 문제는 결국 내 문제가 되고 함께 의논해서 풀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 P65

나는 나 자신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다른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기를 원한다. 궁극적으로 자신이 사랑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며, 자신을 가장 잘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역시 자기 자신이라 믿는다. 그런 면에서 아니 에르노는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를 가장 잘해낸 사람이 아닌가 싶다.  - P68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 관계에 보태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쾌락의 행위와 몸짓이 더해지는 만큼 확실히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리는 욕망이라는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는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갔다. (17쪽)ㅡ단순한 열정,아니 에르노 - P69

그 도시는 그것을 아직 보지 못한 나에게 지금 존재하듯그가 방문하기 전에도 이미 존재했다. 한낮에 분홍색과 황토색이 감도는 도시, 바다의 광채에 대비해 가벼운 안개가 잦은 도시, 리스본, 어두운 기운처럼 그 음절에서 향기가 묻어나는 도시, 루크레시아 이름의 음정 같은 도시이다. (113~114쪽)

ㅡ리스본의 겨울,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 P74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한군데를 정해놓고서는, 내 일상을 기다림으로 가득 채워 살아가는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 P75

나는 무언가 어떤 것을, 저기 저곳에 닿아야 할 것으로 정해두고, 묵묵히 그것에 혹은 그곳에 닿기 위해 뚜벅뚜벅 걷는 사람이 좋다. 그리고 그들은, 그게 뭐가 됐든 결국은 행할 것이며 닿을 것이라 믿는다. 항상 원하는, 늘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사람은 그것에닿기 위해 그쪽으로 신경을 쓰고 선택을 하고 방향을 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원하던 일을 결국 이루는 사람을 좋아하고, 원하던일에 결국 닿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 P77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식이는 자신의 전 애인에게 말한다.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고. 그러나 그것은 어떤 이들에겐 사실이 아니다. 역사가 길고 단단한 연인들에게, 추억은 단지 과거의 기억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들에게 추억은 힘이 세며, 그 추억을 이어받아 그대로의 이야기를 써나갈 상대를 원한다. 그러나 그 전의 사람과 똑같은 이야기를 써줄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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