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는 존재론적인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페미니즘에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삼았던 차이로서 젠더(gender)상의 차이와는 전혀 다른 위상을 갖는다. - P34
페미니즘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젠더는 보통 사회, 문화, 이데올로기, 심리적으로 구성된 성별의 특성을 일컫는다. 이는 생물학적 성을 지시하는 섹스와 대비된다. 섹스는자연법칙에 종속되는 물질적 사실이자 고정된 육체적 차이를 지시한다. 반면 젠더는 각 성이 소유하는 속성이나 특징,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 심리적이거나 성격적인 특성, 욕구나 욕망 등을 규정한다. 그 내용은 사회와 문화마다 다르며 역사성을 갖는다. 즉 젠더는 섹스를 어떻게 해석하고이해할 것인가와 관련해 각 성에 부여된 의미들이며, 따라서 생물학적인 것과 어떤 필연적 대응관계도 없는 사회적, 문화적 생산물이다. - P34
젠더 개념은 섹스, 젠더 이분법과 그에선행하는 자연/문화, 육체/정신의 이분법을 전제로 해야만 성립한다. - P35
이러한 심신이원론 혹은 이분법적 사고는 우선질적으로 전혀 다른 두 실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상호협력하는지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이분법은 육체·자연·감성 · 욕망 등을 정신, 문화 · 이성·의식에 의해 통제와 지배를 받아야 하는 열등한 것으로 취급한다. - P35
이리가레가 주장하는 성차는 육체와 정신, 섹스와 젠더의 이분법을 벗어나며 뚜렷하게 그어진 경계선을 지운다. 존재론적 차이로서 성차는 육체적인 것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는 것만도 아니며, 오히려 그 두 영역 모두의 토대가 되는 차원에 있으면서 둘모두를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리가레는 의식 - P36
이리가레가 성차의토대로 삼는 것은 신체의 형태나 그 형태가 갖는 기능들(월경, 출산, 수유 등)이 아니라, 우리의 신체를 비롯한 자연 전체에서 물질적 흐름의 패턴들과 시간성을 규제하는 리듬인것이다. - P47
남성은 자연, 물질, 모체에 진 빚을 모른 체 하면, 서 자연과 단절해 버린다. 이로써 남성은 자신이 성적으로체현된 존재임을 거부하고, 그 대신 중성적이고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주체의 입장을 취한다. 남성이 열등한 것으로치부해 거부한 자연적이고 육체적인 일들은 여성의 의무가 된다. 말하자면 가부장제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여성과남성 모두 성적으로 체현된 자신의 존재를 인수하지도, 본능적 욕구를 넘어 문화적으로 길러진 성적 관계를 가져 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 P48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토템과 터부에서 인간 문명이 부친 살해(patricide)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모든 권력과 쾌락, 재산과 여자를 독점하는 아버지를 아들들이 죽이고, 아버지의 소유권과 소유물을 나눠 갖기 위해 그리고 같은 살해 위협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 법을 만들게 되었다 는 것이다. - P54
오레스테스를 뒤쫓으며 단죄하려는 복수의 여신은 모친 살해가 중죄라고 주장한다. 이리가레에 따르면 그들은 "이제 막 생겨나는 중인 가부장적 권력에 맞서 봉기한 혁명적 히스테리이다(Irigary, 1987:24). 반면 남성들의 연인인 아폴론과인 과아버지(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난 아테나는 새로운 질서인 가부장제를 옹호한다. - P55
최초의 가장 완벽했던 사랑의 상실은 남녀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정신분석학에서 그 상처는 영원히 채울 수 없는 구멍, 빈 곳으로서의 욕망이다. 이리가레는 주체가 이상처를 언어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어머니와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표상하고 재현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캉의 정신분석학에서 이 재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남근에 부과된 상상적 · 상징적 의미의 최종 근거가 되는기표로서의 팔루스(phallus)다. 팔루스는 남근이 상징하는완전한 만족과 거세가 상징하는 만족의 영원한 상실 모두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즉 욕망과 결여 모두를 나타낸다는점에서 최고의 기표다(황주영, 2008:40). - P57
이리가레는 "남성의 오이디푸스콤플렉스가 결코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Irigaray, 1974:98). 가부장제에서 여성은 곧 어머니와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친모에 대한 근친상간 금기는 남성이 다른 여성들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욕망을 되살리는 것까지 막지는못한다. 기원적 장소로서 어머니의 육체로 되돌아가고자하는 남성의 욕망은 모든 여성의 육체를 모체로 삼으면서여성적인 것을 모성적인 것에, 여성을 어머니에 흡수시켜버린다. - P58
결국 가부장제에서 여성은 여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된다. 가부장제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유일한 자리, 유일한 정체성은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성적 특수성은 모성으로 환원되며, 그것도 남성을 위한 어머니라는 협소한 의미의 모성으로 환원된다. 성차가 제거된 상태에서여성의 성적 특수성은 재생산 기능으로 축소되고, 이 기능은 남성의 계보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P59
팔루스를 통해서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표상할 수 없다. 어머니-딸 관계의 상징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상징계 내에서 승화의 작동을 위한 매개를 결여" 하고 있다는 것이며(Whitford, 1991:78), 이는 결국 여성의 언어와 문화가 전승되고 발전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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