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머릿속에 수상쩍은 장면이 떠오르는 게 보이는군, 그 여자를 얼마나 잘 아나? 그리 잘 알지는 못합니다. 왜요?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전까지는 잘 안다고할 수 없거든. 그래서 묻는 거야. - P53
후아레스26) 미국 엘패소와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멕시코의 국경 도시, 마약 밀매 조직이 기승을 부리면서 1993년부터 여성 대상 실종, 살인 사건이 늘기 시작했으며 2007년 마약 전쟁의 주무대가 되면서부터는 마약 밀매 조직의 보복 살인이 급증하여 세계에서가장 많은 살인이 발생하는 도시로 악명을 떨쳤다. - P53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은사라져, 영원히. 힘들게 획득한 모든 깨달음도 함께 사라져 버리지. 뉴턴과 아인슈타인에서부터 호메로스와셰익스피어와 미켈란젤로까지. 시대를 초월해 숭상받는 모든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야. 인류의 예술과 시와과학은 심지어 연기조차 남지 않아. 괴테의 말을 빌리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야. Alles Verginglich ist nurein Gleichnis, 소멸되는 모든 것은 똑같은 법이다. 확실히 플라톤적이지. 무엇이 똑같다는 걸까? 과연 그게진실일까? - P57
고해실에서.
신부: 어디 출신이시지요? 말키나: 부에노스아이레스.신부님은요? 신부: 네? 말키나:어디 출신이신가요? 신부:애리조나 주 피닉스입니다. 말키나:피닉스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여자와 데이트해 본적 있어요? 신부:아뇨. 당연히 없죠. 말키나:남자와는요? 신부:아뇨.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 P74
웨스트레이: 스너프 필름 본 적 있나? 변호사: 아뇨. 본 적 있어요? 웨스트레이: 아니, 볼 생각은 있나? 변호사: 전혀요.. 웨스트레이: 스너프 필름의 소비자는 그 생산에 필수적 존재인 법이지. 그걸 본다는 건 곧 살인에 연루된다는 뜻이야. - P99
말키나:그래. 배제된 중간 상황. 테르티움 논 다투르. 라이너:무슨 소린지 원, 자기. 당신이야 그런 걸 읽지만 난 아니야. (침묵.) 나는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게 싫어. 하지만 완전한 정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들과의 만남을 미룬다면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 아직 스스로 결정을 내릴 정도의 여유는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아냐.
*라틴어로 ‘제3의 존재는없다‘라는 의미 - P102
라이너: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전에도 자네는 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지. 그래서 이 년 전 자네의 탐욕에 호소해 보았지만 그땐 끄덕도 안 했잖아.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어, 탐욕은 언제나 과대평가되지만, 공포는 그렇지 않지. - P105
에스코트말키나에스코트말키나에스코트말키다. 어떤 아버지인데요? 최고의 아버지는 죽은 아버지죠. 진심으로 하는 말이군요. 어머니에게 숭배받은 아들은 자아를 결코 의심하지않는다는 프로이트의 말은 옳다고 봐요. 하지만 호전적인 아버지는 그 효과를 없애 버리죠. 게다가 죽은 아버지의 경우, 중요한 것은 그 신원뿐이에요. 어머니의상상에 따라 죽은 아버지의 인품은 얼마든지 달라질수 있으니. 다소 불편해하는 것 같군요. 괜찮아요. 내가 당신이 가질 수 있는 여자였다면 당신은 나에게전혀 관심이 없었을 거예요. 선수의 저주죠. 그게 진실이 아니기를 빌겠습니다. (웃으며) 자기가 욕망해 마지않는 대상이 자기를 저울질해 본 다음 퇴짜를 놓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그누구도 싫겠죠.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려면 무척 어려울 거예요. 차라리 욕망의 대상이 변덕스럽고 우유부단한 성품이라고 믿는 편이 낫겠죠. 그렇게 생각하지않나요? (웃으며) 꽤 냉혹하군요.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하게 될걸요.
그럼 당신은 무엇을 욕망합니까? 나 자신의 삶. 나는 가진 게 별로 없어요. 보석 약간.옷 몇 벌, 나의 순수함이 돌아오면 좋겠다고 상상하던때가 있었죠. 순수라는 것을 가져 본 적이 있다면 말예요. 하지만 나는 절대 순수를 되찾기 위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대가를 내주지는 않을 거예요. - P161
말키나:(그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세상 자체가 고통의 근원이되면 적어도 세상의 일부에라도 복수를 자유롭게 가할 수 있게 되죠. 여자만 이해할 수 있는 얘기인 것 같네요. 복수할 기회를 얻기 전까지는 자신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기회가 열리는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돼요. - P161
우아하게 사냥감을 잡아먹는 모습은무척이나 감동적이에요. 언제나 그랬죠. 섹시한가요? 물론이죠. 그런 일은 늘 섹시하죠. 하지만 품위와 자유도 느껴져요. 사냥꾼은 다른 곳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죠. 사냥꾼은 무엇이 되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되지 않았느냐에 의해 더 잘 정의된다고 봐요. 그가 누구인가와 그가 무엇을 하는가 사이에 전혀 차이가 없죠. 사냥꾼이 하는 일은 다른 존재를 죽이는 거예요. 물론 우리는 다른 문제고요. 우리는우리가 선택한 길을 가기에 부적합한 것 같아요.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준비도 제대로 안 되어 있죠. 그 모든 피와 공포를 베일로 덮어 버리고 싶어 하니까. 그래서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예요. 심약한 마음 탓에모든 현실에 눈을 감아 버렸죠. 그리고 그 결과 우리의운명이 정해졌고요. 아마도 당신은 찬성하지 않겠죠. 글쎄요. 하지만 비겁한 인간보다 더 잔인한 것은 없어요. 그리고 다가올 대학살은 우리 상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죠. 이제 그만 뭘 주문할지 정할까요? 배고파 죽을 지경이에요.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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