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나리는 개인으로서 우리는 모두 전쟁에 대해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Fornari, 1974). 나는 성차별주의에 대해, 우리 각자의 내부에 있는 근원에 대해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하려 한다. 정치·경제·사회 구조는 건축을 비롯한 여타의 예술 양식들처럼 인간의 상상과 경험에서떠오르는 이미지로부터 유래한다. 우리에게는 사회심리적으로구조의 영향이 깊이 드리워 있지만, 그 구조를 창조하고 변화시키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 P29
군비축소의 주요 장애물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심리적인 것이라는 사실은 평화 연구자들 사이에 이미 널리 공유되어있다. 다시 말해 공격자 혹은 적을 앞에 두고서 무방비 상태로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개인과 사회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많은 평화 연구자들은 성차별주의와 전쟁 체제의 문제가자연이나 본능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인 조건과 후천적이면서도 심리적인 욕구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 P30
인류의 뿌리 깊은 성차별 역사를 살펴보면, 사회적으로 유도되고 미리 규정된 성별 사이의 분리와 차이가 심리적 구조물의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심리적 구조물은 아마도 전쟁과 성차별주의를 비롯해서 폭력과 억압이 있는 모든 구조의 심리적 기원일 것이다.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에 의한 여성 억압이 구조적 억압 가운데 최초이자 가장 근본적인 형태라고 지적해왔다 - P32
성차별적 사회와 전쟁 체제 모두 두려움을 촉발한 타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하는 능력을 통해 질서를 유지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 P34
많은 연구들은 남녀 행동의 차이가 대부분 사회화 과정과 교육의 결과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어릴 적부터남녀라는 인위적 분화로 인해 매우 깊은 파편화와 상실의 감정을 느끼며, 심지어는 태어날 때부터 한 무더기의 특성을 빼앗기는 상처(내가 원초적 상처라고 부르는 분열)를 입거나 그것이 트라우마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트라우마와 고통의 감각은 타인에 대한 본능적 공포라고 알려져 왔던 것의 원천 가운데하나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공격성이라고 불러온것의 정체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성차별주의와 전쟁 체제 사이의 구조적 상호 관계와 공통의 정서적 뿌리를 인식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둘 다 타자에 대한 원시적 두려움에 대단히 많이 기대고 있다. 국제정치를 논할 때 이러한 점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특히 평화로의 이행이나 사회 체제를 변혁하는 필요조건을 고민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 P35
현재의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공포는 분명 "인간의 사회구조로 조직"되어 "개인의 정신에 내사"內射, introject 된 것이다. (패트릭 리와의 대화, 1983) - P35
나는 전쟁 체제라는 용어를 경쟁적인 사회질서라고 정의한다.
그것은 인간의 불평등을 전제로 하고, 권위주의적 원칙을 기반으로 하며, 강제적 힘에 의해 그 지위를 유지한다.
현재 이 힘을 통제 적용하는 기구들은 세계경제를 경영하고국가 정무를 관할하는 소수 엘리트들의 지배하에 있다. 이들은기본적으로 서구의 산업국가 출신 남성이며, 대개 서구적 분석틀로 사고하도록 교육받았다. 엘리트들은 엘리트 구조 내에서서로 경쟁한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붙들어주는 공통 목표가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들이 펼치는 통제와 지배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공통 목표를 기준으로 전체 엘리트들은 서로 어느 정도까지 합의하고 협력할지 결정한다. - P40
힘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하위 엘리트들은 가능한 한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그 힘을 집행하는 것은이들이 아니라 좀 더 갈아치우기 쉬운 개인들이다. 국가 폭력을 모호하게 감출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심하게 군사화된 나라들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높은 지휘 계통에 있을수록 폭력적 힘의 실제 적용 및 개별 전쟁의 수행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페르시아 황제들이 몇 마일씩이나 떨어진 언덕에서 전투를 조망했듯이, 오늘날 핵의 시대의 제국주의 수뇌부들은 비행기나 특수 지하 시설물에 몸을 숨긴다. - P41
전쟁 체제는 우리의 삶을 파고들어, 인간관계에서부터 구조에이르기까지 사회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다수는 이 체제를기꺼이 지지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지는 (이데올로기로 육성되고, 승자의 편에 오는 물질적 이익 등의 보상으로 강화되는) 근본적 신뢰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면, 두려움에서 비롯한다. 이때 두려움은 가능한 한 특정 엘리트가 통제하는 사회 단위 바깥에서 다가올 때 효과적이다. 하지만 위기나 기성 질서에 대한 위협이 전쟁 체제를 요구할 때면, 통제의 실제 원천인 엘리트들 자신도 종종 공포에 사로잡힌다.
(분단상황을 이용해 안보위기적 공포조장으로 지지자들을 연합하고 정치이익을 도모하는 보수세력) - P42
비엘리트 다수가 자신의이익에 대해 무지하고 서로 고립된 채 있을 때, 그리고 엘리트들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권을 두고 경쟁하도록 부추겨질 때만이엘리트에 대한 지지가 유지된다. 이러한 지지가 흔들린다면, 엘리트들은 공동선共同害을 파괴할 만한 외부의 위협이 있다고 다수를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엘리트들은 위협적 힘을증대시키거나, 심지어 강제와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대중들이 질서를 지키게 만들어야 한다. 체제는 존재하는 기간 내내 상당한노력과 대량의 자원을 전쟁 및 전쟁 수행 역량에 지속적으로 투입한다. - P42
나는 체제가 전쟁을 생산하는 것이지, 전쟁이 체제를 생산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명"의 주요 요소(인간 정착지, 계획 농경, 국가, 남성 지배 등)와 함께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권위주의적가부장제는 그 자신이 생산하는 사회질서를 흔들리지 않게 잡아줄 전쟁을 발명해냈고,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Anonymous, 1967). - P43
전쟁이 곧 안보 기구인 이유는, 실제의 적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해서가 아니라, 죽여야 할대상으로 실체가 있는 적을 발견하거나 혹은 더 극단적으로적을 발명해내기 때문이라는 역설적 결론에 이르게 된다. - P44
전쟁은 법적 승인을 받았으며, 제도화되어 무장한 물리력이다. 국가는 지속적으로 사회를 통제하고, 공공의 목적을 추구하며, 사활적 이익 vital interests 을 보호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데 전쟁을 활용한다. 여기에 깔려 있는 가정은, 강제적 힘이 그렇게 바라 마지않던 조건들을 확보 · 유지하는 데 있어 전쟁이 궁극적이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전쟁 외에 여타의 대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모든 접근법들은 효율성의 측면에서 차선책으로 여겨진다.
👍👍👍👍👍 - P45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정치적 엘리트들에게 전쟁의 활용이 독점적 특혜로 주어졌고, 국제법은 이를 성역화했으며, 종교 역시 이러한 특권을 축적했다는 것이다. - P46
전쟁 행위는 전쟁 수행능력, 숙련 기술, 과학 등이 함께 만들어내는 복합체이다. 이 개념의 기저에는 무력 사용의 수단 및 메커니즘이 반드시 체계화되어야 하고, 끊임없이 좀 더 효율적이 되어야 한다는 가정이 있다. 과학은 언제나 전쟁 행위에 복무해왔고, 기술은 깊이 전쟁의영향을 받아왔다.
우리 시대에 과학 연구 및 기술 개발의 가장많은 부분이 전쟁 조성의 역량과 전쟁 행위의 기법을 개선하는데 투입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는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닫힌영역인데, 어떤 이들은 여성들이 이 분야에서 배제되는 데 전쟁행위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Chilchinisky, 1978). - P46
2 [옮긴이] 1982년 미국 연방 의회에서는 성차별 금지를 헌법에 명시하기 위해 남녀평등권 수정안을 발의한다. 이를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진영의 격돌이 벌어지는데, 미국의 변호사이자 보수적인 뉴 라이트 운동가 필리프 슐래플리(1924~2016)는 이 수정안에 반대하는 조직을 이끌며 페미니스트들과 대립한다.
결국 수정안은 좌초되고, 슐래플리는 이를자축하는 자리에서 향후 핵 동결 반대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말한다. 핵무기를 둘러싸고미국과 소련이 각축을 벌이던 냉전 시대에 이에 부응하는 활동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슐래플리가 보여준, 페미니스트들의 남녀평등권 요구에 반대하는 입장과군사 무기로서의 핵을 찬성하는 입장 사이의 연관성을 지적한 것이다. - P48
안보는 군사적인 것, 즉 "국가가 통제하는조직적 폭력의 구조"(Enloe, 1981)를 생산하는 강한 추동력이다. - P49
가부장제는 제도의 지지를 받고 폭력적 위협으로 뒷받침되는 신념 및 가치의 집합이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 사이, 여성과여성 사이, 그리고 남성과 남성 사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관계들을 규정한다. 가부장제는 어떤 일을 "자연스러운, 남성의 일로, 또 다른 일을 "자연스러운"여성의 일로 만드는 구조를 강제한다. 그리고 남성의 일에는 항상 더 많은 가치와 의미, 보상을 부여한다. - P50
가부장제가 상정하고 있는 가정, 가치, 노동 분업 등 모든 측면들은 이미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도 가장 가부장적인 제도, 즉 군사적인속성 the military 속에서 결정화되어 굳어진다 (Elster, 1981, 이탤릭체는 원문). - P50
따라서 군사주의는 가부장제의 정수가 체현된 것이다. 사회의군사화는, 통치의 명시적이고 노골적인 양상으로서 가부장제를 거리낌 없이 드러낸 결과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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