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








저 우박 장막이 완전히 걷히면 무엇이 나타날까? 인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잔인성이 평범한 감정이 되었다면 어떡하지? 그사이에 인류가 인간다움을 잃고 냉혹하고 몰인정하고 엄청나게 힘센 동물로 진화했다면 어떡하지? - P48

나는 그들의 생김새를 더 자세히 살펴보고, 드레스덴 도자기 인형처럼 예쁘장한 그들에게 몇 가지 기묘한 특징이있음을 알았습니다. 곱슬거리는 그들의 머리카락은 목과뺨에서 갑자기 싹둑 잘려 있었고, 얼굴에는 털이 전혀 없고, 귀는 기묘하게 작았습니다. 입도 작고, 새빨간 입술은얇은 편이고, 작은 턱은 끝이 뾰족했습니다. 눈은 크고 부드러웠습니다. 
이것은 내 자만심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그들은 내가 기대한 만큼 나한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같았습니다.
- P52

이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남성과 여성이 이렇게 비슷해지는 것은 결국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남자의 힘과 여자의 부드러움, 가족 제도, 직업의 분화는 육체적 힘이 중요한 시대의 호전적인 필요성에서 생겨났을 뿐이니까요. 

인구가균형을 이루고 충분한 경우에는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국가에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됩니다. 폭력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자손이 안전한 경우에는 능률적인 가족의 필요성이 줄어듭니다. 아니, 사실은 가족이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서 키워야 할 필요성에 따른 남녀 양성의 분화는 사라집니다. 우리 시대에도 이미 그런 경향이시작되었지만, 이 미래 시대에는 그것이 완성된 겁니다.

이것이 그 당시 내가 추측으로 내린 결론이었다는 것을 여러분께 상기시켜 둘 필요가 있습니다. 나중에 나는 내 결론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졌는가를 깨닫게 됩니다.
- P61

인류는 사회적으로도 승리를 거두었더군요. 나는 인류가 멋진 집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사는 것을 보았지만, 그들이 힘들게 일하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사회적이나 경제적인 투쟁을 하는 징후도 전혀 없었습니다. 가게, 광고, 교통 등 우리 세계의 주요 부분을 이루는 상업 활동도 모두 사라졌더군요. 그 황금빛 저녁에 내가 갑자기사회적 파라다이스를 생각하게 된 것은 당연했습니다. 인구 증가라는 어려운 문제도 해결되었는지, 인구는 더 이상증가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 P65

더없이 쾌적하고 안전한 새로운 생활 조건에서는 우리의 강점인 활동적 에너지는 오히려 약점이 될 겁니다. 우리 시대에도 그런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한때는 생존에꼭 필요했던 성향과 욕망이 이제는 실패의 확실한 원인이되어 버렸지요. 예를 들면 육체적 용기와 호전성은 문명인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요. 그리고 신체적 균형과 안전이 유지되는 상태에서는육체적 힘만이 아니라 지적 능력도 필요 없을 겁니다.  - P66

내가 본 건물들의 정교한 아름다움은 인류의 에너지가 마지막으로 큰 물결처럼 격동한 결과인 게 분명했습니다. 그 후 그 정력은 새로운 생활 조건과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 차분히 가라앉았고, 지금은 목적과 의미를 모두잃고 말았지요. 그 아름다운 건물들은 마지막 평화의 문을연 그 승리를 축하하는 팡파르였던 것입니다. 사회가 안정되면 에너지는 언제나 이런 운명을 맞았습니다. 에너지는예술과 에로티시즘에 의지하다가 약해져서 쇠퇴합니다.
- P67

우리는 고통과 욕구라는 숫돌에 갈려서 항상 날카로움을 유지하지만, 미래에는 그 밉살스러운 숫돌이 마침내 부서진 모양이더군요!
- P67

나는 점점 짙어지는 어둠 속에 서서 생각했습니다. 이단순한 설명으로 세계의 문제를 완전히 파악했다고, 그 유쾌한 사람들의 비밀을 모두 알아냈다고 말입니다. 그들이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은 너무 성공적이어서, 인구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었을 겁니다. 그것은 버려진 폐허가 그렇게 많은 까닭도설명해 주지요. 내 설명은 아주 단순했고 충분히 그럴듯했습니다. 잘못된 이론이 대부분 그렇듯이 말입니다.
- P68

나는 그 생각이 내 목을 움켜잡아 숨도 쉬지 못하게방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P70

지나가는 난쟁이들에게 타임머신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손짓 발짓으로물어보았지만, 괜히 시간만 낭비했습니다. 그들은 아무도내 몸짓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어떤 사람은 그냥 무신경했고, 어떤 사람은 내가 장난하는 줄 알고 소리 내어 웃더군요. 웃고 있는 그 예쁘장한 얼굴을 때리지 않고 참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답니다.  - P75

그것은 어리석은 충동이었지만, 공포와 맹목적인 분노가 낳은 악마는 여건히 제멋대로여서 아직도 내 난처한 상황을 이용하고 싶어 했지요.
- P76

마침내 더위와 피로에 지친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대좌를 관찰했습니다. 하지만 안달이 나서 오래 관찰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역시 서양인입니다. 한가지 문제를 가지고 몇 년 동안 연구할 수는 있지만, 24시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보내는 것은 지옥의 고통이니까요.
- P78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게 바로 편집광이야. 이 세계를 직시해. 이 세계의 방식을 배우고, 이 세계를관찰해. 그 의미를 너무 서둘러 추측하지 않도록 조심해.그러면 결국에는 그 모든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발견하게될 거야. - P79

그러자 갑자기 이 상황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미래에 들어오기 위해 몇 년 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미래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던 겁니다. 나는지금까지 어떤 인간이 고안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가장절망적인 덫을 만들어 거기에 스스로 걸려든 것입니다. 나자신이 덫에 희생되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나는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 P79

지독한 냄새, 크고 무의미한 형체들, 그늘에 숨어 어둠이 다시 나를덮치기만 기다리고 있는 추악한 몰골들! 그때 성냥이 다타서 내 손가락을 따끔하게 찌르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꿈틀거리는 빨간점 하나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 P106

엘로이는 카롤링거 왕조4의 왕들처럼 그저 아름답기만 할 뿐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로 쇠퇴했습니다. 그들이 여전히 지상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몰록들이 그것을 묵인하고 봐주기 때문입니다.  - P111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우아한 엘로이를 향해 슬며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P112

여기서 나는 억누를 수 없는 충동에 굴복하여, 남아메리카 원주민이 숭배한 괴물의 코에 내 이름을 썼습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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