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시절의 감미로운 실수를 되찾게 되는 이 최초의스완은 훗날 내가 알게 된 스완보다는 오히려 당시 내가 알던사람들과 더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우리 삶이란것이, 동일한 시대의 초상화들이 걸린 모습이 마치 가족처럼보이는, 같은 색조를 띠는 미술관과 흡사하다고나 할까.  - P44

그녀에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일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아주 하찮은 구분에 근거하는 엄격하고도 풍부하며 상세하고 강경한 법전이 있었다.(그리하여 이법전은 영아 학살 같은 가혹한 명령을 내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자상함이 지나쳐 염소 새끼를 어미젖으로 삶는 것을 금지하거나, 짐승 넓적다리 힘줄을 먹는 것을 금지하는 고대 법전의 모습을 띠었다.) - P60

나는 이제 막, 눈에 보이지 않는 불경한 손길로 어머니 영혼에 첫 번째 주름살을 그었고, 첫 번째 흰 머리칼을 나타나게 한 것같이 느껴졌다. 이런 생각에 내 흐느낌은더해 갔고, 이제까지 나에 대해 어떤 동정의 기색도 보이지 않던 엄마도 갑자기 내 슬픔에 전염된 듯, 울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참는 것처럼 보였다.  - P76

내게 새로운 책이란 그 책과 유사한 많은 것들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있는 유일한 사람 같았다.  - P81

이처럼 오랫동안 한밤중에 깨어나 콩브레를 회상할 때면,
마치 벵골의 섬광 신호등이나 조명등이 건물 한 모퉁이를 선택해서 비추면 다른 부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기는 것처럼, 콩브레는 언제나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 잘린 빛나는 한 조각 벽면으로만 떠올랐다.  - P83

우리 과거도 마찬가지다.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살리려는노력은 헛된 일이며, 모든 지성의 노력도 불필요하다. 과거는우리 지성의 영역 밖에, 그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 우리가 전혀 생각도 해 보지 못한 어떤 물질적 대상 안에 (또는 그 대상이우리에게 주는 감각 안에) 숨어 있다. 이러한 대상을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우연에 달렸다.
- P85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도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 P86

심부름 하러 가던 거리며, 날씨가 좋은 날이면 지나가곤 하던 오솔길들이 떠올랐다. 일본사람들의 놀이에서처럼 물을 가득 담은 도자기 그릇에 작은 종잇조각들을 적시면, 그때까지 형체가 없던 종이들이물속에 잠기자마자 곧 펴지고 뒤틀리고 채색되고 구별되면서꽃이 되고, 집이 되고, 단단하고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는것처럼, 이제 우리 집 정원의 모든 꽃들과 스완 씨 정원의 꽃들이, 비본 냇가의 수련과 선량한 마을사람들이, 그들의 작은깁들과 성당이, 온 콩브레와 근방이, 마을과 정원이, 

이 모든것이 형태와 견고함을 갖추며 내 찻잔에서 솟아 나왔다.
- P91

* 흔히 ‘속물근성‘이라고 번역되는 스노비즘(snobisme)은 프루스트 소설의 핵심 주제 중 하나다. 이 말은 원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그 대학 출신이 아닌 다른 대학 출신의 낯선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하는데, 보다 일반적으로는 명문가에서 유행하는 태도나 방식을 찬양하고 채택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르 그랑댕이나 베르뒤랭 부인은 바로 이런 귀족 계급에 대한 부르주아의 모방망을 재현하는 인물들로, 피에르 지마에 의하면 『잃어버린 시간의 세계관은 곧스노비즘, 또는 ‘신화에 대한 욕망‘이라고 정의된다. 이 책에서는 주로(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스노브‘는 속물‘로, 스노비즘‘은 원어 그대로 옮기고자 한다.
** 사도 바울에 의하면 용서받지 못할 죄악은 바로 배교다. 히브리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 6장 4~6절)
- P125

예전에 읽었을 때 내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내 기쁨의 원인이었던 드문 표현에 대한 동일한 취향,
동일한 음악적인 유출, 동일한 관념론적인 ** 철학을 인식하면서, 나는 내 사유의 표면에 전적으로 단조로운 형상을 그려 보이는 베르고트의 어느 특정 문단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베르고트의 모든 저술에 공통되는 그의 ‘관념적인 단락‘을 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모든 유사한 구절들이 그단락과 혼동되면서 일종의 두께와 부피를 갖춰 내 인식이 확대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 P170

 나의 불안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노력은 그 자체로 사랑의 표시였으며, 기쁨은 없지만 그래도 심오한 사랑의 표시였다. 그리하여 갑자기 다른 사람의 작품에서 그런 문장을 발견하면, 다시 말해 양심의 가책이나 엄격한 잣대를 가질 필요 없이, 또는 번민할 필요도 없이 그런 문장을 발견하면, 마치 요리사가 한 번은 요리를 하지 않아야 비로소 음식을 음미할 시간을 얻는 것처럼, 그런 문장들을 좋아하는 취향에 즐겁게 자신을 맡기는 것이었다.  - P173

그때 갑자기 나는 내 소박한 삶과 진실의 왕국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며, 어떤 점에서는 서로 일치하기조차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마치 되찾은 아버지 품에 안기듯이 작가가 쓴 책의 페이지 위에 신뢰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 P174

나는 그녀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 존재가 어떤 미지의 삶에 참여하고 있어서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그 미지의 삶 속으로 뚫고 들어가게 해 줄 수 있다고 믿는 것, 바로 이것이 사랑이 생겨나기 위해 필요한 전부이며, 사랑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으로,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  - P180

뭔가 유리창에 부딪치는 것 같은 작은 소리가 나더니, 다음에는 위쪽 창문에서 모래 알갱이를 뿌리듯 가볍고 넓게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그 소리가 퍼지고 고르게 되고 리듬을 타고 액체가 되고 울리고 수를 셀 수 없는 보편적인 음악이되었다. 비였다.
- P182

성당에서 나가려고 제단 앞에 무릎을 꿇는 순간, 나는 갑자기 산사나무 꽃에서 아몬드의 씁쓸하면서도 고소한 향기가 풍겨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나는 산사 꽃에서도 아주 작은금빛 부분에 눈길이 쏠렸는데, 마치 프랑지판 과자의 맛이 갈색으로 굽은 껍질 아래, 또는 뱅퇴유 양 뺨의 맛이 주근깨 아래숨어 있듯, 산사나무 향기가 그 아래 숨겨진 것 같았다. 

산사 꽃의 고요하고 움직이지 않는 자태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으로 풍기는 향기는 그 강렬한 생명력의 속삭임인 듯했고, 제단은 살아 있는 곤충의 더듬이들이 방문하는 어느 시골 울타리인 듯진동했다. 거의 붉은 빛이 도는 몇몇 꽃 수술들을 보면서, 그것이 지금은 꽃으로 변신했으나, 곤충이 지닌 봄의 독기와 자극적인 기운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P203

마치 성당 채색 유리에 합장한 모습으로 그려진 왕과 왕비의 치세가 실제로는 피로 얼룩진 역사임을 보여 주듯이, 나는 점차로 프랑수아즈의 상냥함이나 뉘우침 또 여러 미덕들이 부엌 뒤채의 비극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친척을 제외하고는,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의 불행에대해서만 연민의 정을 느낀다는 것도 알게 되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당한 불행을 신문에서 읽을 때면 눈물을 평펑 흘리다가도, 그 불행의 대상이 다소나마 뚜렷한 모습으로 나타날 때면 눈물이 금방 말라 버리는 것이었다.  - P217

물론 이 말은 르그랑댕 씨가 고함을 지르며 속물들을 공격했을 때 진지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는 적어도 자신이속물이라는 사실을 스스로는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로지 다른 사람들의 열정만을 알며, 우리가 자신의 열정을 알게 되는 것도 주로 다른 사람들의 가르침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그 열정은 우리에게 이차적인 방식을 통해서만, 즉 첫 번째동기를 보다 품위 있는 동기로 바꾸는 상상력을 통해서만 작용한다. 르그랑댕의 스노비즘이 공작 부인을 자주 만나러 가라고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단지 그의 상상력에 명령하여, 공작부인을 온갖 우아함으로 치장된 여인으로 꾸미게 했을 뿐이다.
- P229

콩브레 주변에서 산책을 하려면 ‘길‘이 두 개 있었는데, 이두 ‘길‘은 아주 반대 방향에 있어서 우리가 집을 나갈 때면 결코 같은 문으로 나가지 않았다. 하나는 메제글리즈라비뇌즈였는데, 그 길로 가려면 스완 씨네 소유지를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스완네 집 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길은 게르망트 쪽이었다. 메제글리즈라비뇌즈에 대해서는 그런 ‘길‘이있다는 것과, 일요일이면 이상한 사람들이 콩브레에 와서 산책한다는 것밖에는 알지 못했다. 그 이상한 사람들이란 이번에는 아주머니조차도 알지 못하는, 그래서 우리 모두가 ‘전혀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이런 이유만으로도 그들은 ‘메제글리즈에서 왔을 것 같은 사람‘으로 간주되었다.  - P237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어떤 모습이 단지 우리 시선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깊은 지각을 요하면서 우리 존재 전부를 사로잡은 것이다. 붉은빛 도는 금발머리 소녀가 지금 막 산책에서 돌아온 길인 듯,
손에 정원용 삽을 들고 분홍색 주근깨투성이 얼굴을 들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가 반짝였다. 당시에는 어떤 강렬한 인상을 객관적인 요소로 환원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그 후에도 배운 적이 없었으며, 또는 눈 빛깔에 대한 개념을 추출하기에도 충분한 ‘관찰력‘이 없었으므로,
오랫동안 그녀를 생각할 때면 그 눈의 광채에 대한 추억은, 그녀 머리가 금발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선명한 하늘빛광채로 떠올랐다. 

따라서 만약 그녀 눈동자가 그토록 검지 않았다면 ㅡ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주는ㅡ 특히 내가 파란색이라고 생각하며 사랑에 빠졌던 것처럼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 P248

내 상상력은 관능적인 것과 접촉하면서 힘을 얻었고, 관능적인 것은 내 상상력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어 내 욕망은 이제 끝이 없었다. 바로 이렇게 해서 — 습관의 활동이 유보되고, 사물에 대한 추상적 개념이 배제되는자연 한가운데서 몽상할 때면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는 깊은 신앙심으로 우리가 있는 장소의 독창성이나 개별적인삶을 믿게 된다. —— 내 욕망이 호소하던 그 지나가는 여인은그녀가 속한 일반적인 전형 중 한 예가 아니라, 그 대지의 필연적이고 자연스러운 산물로 느껴졌다. 
- P273

수련은 물 흐름과는 반대로 피어 있어 불행히도 거의 휴식을 취하지 못한채, 마치 기계적으로 행동하는 나룻배처럼 한쪽 냇가에 닿았나 싶으면 금세 왔던 냇가로 되돌아가면서 끊임없이 왕복하고 있었다. 

냇가 쪽으로 밀려난 꽃자루가 접혔던 곳을 펼치고, 길게 뻗고, 실을 풀어 헤치고 팽팽하게 하여 냇가 맨 끝까지 닿았는가 싶으면, 거기서 다시 냇물 흐름에 붙잡혀 초록빛동아줄처럼 휘감기면서 그 가엾은 식물을 출발점이라고 부를만한 곳으로 돌려보내곤 했는데, 거기서는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지 않고는 한순간도 머무를 수 없었다. 산책할 때마다 나는 언제나 같은 상태인 수련을 발견하곤 했다.  - P292

우리가 한 여인을 사랑하는 데는, 때로는 스완양의 경우처럼 ㅡ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ㅡ그녀가우리를 경멸의 눈길로 바라보고, 또 그녀가 결코 우리 것이 될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또 때로는 게르망트 부인 경우처럼, 우리를 호의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또 그녀가 우리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 P306

"홀로,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길을 잃은 듯 두 마르탱빌 종탑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다. 곧 우리는 세 종탑을 보았다. 뒤늦게 비외비크의 종탑이 빙그르르 급회전하면서 두종탑에 합류하며 그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몇 분이 흘렀고우리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 그러나 세 종탑은 여전히 우리 멀리에서, 마치 들판에 내려앉은 세 마리 새처럼 햇볕 속에서 꼼짝 않았다. 그러다 비외비크 종탑이 멀어지면서 다시 거리를두자 마르탱빌의 종탑들만이 석양빛을 받으며 홀로 남았는데, 그 종탑의 경사 위로 석양이 노닐며 미소 짓는 모습이 멀리서도 보였다. - P312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08-01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1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1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