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에 잠긴 달은 이곳 수도원 위에도 고요히 걸려 있었다.  - P162

창으로 달빛이 비추어 방바닥이 환했지만 그에게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귀뚜라미가 시끄럽게 울고 있었다.
옆방에서 시소이 신부의 코 고는 소리가 벽 너머로 들렸다. 노인 특유의 코 고는 소리에서 외로운 고아 같은, 심지어 방랑자 같은 무언가가 느껴졌다.  - P166

비록 그녀는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거북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를 <너>라고 불러야 할지 주교님 이라고불러야 할지,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없었다. 또한 자신이 주교의 어머니라기보다는 단지 보제(補祭)의 부인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한편 카차는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알아내야겠다는 듯 자신의 삼촌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아이의 머리카락은 머리핀과 벨벳 리본 위로 빠져나와서 마치 후광처럼 솟아올라 있었으며 코는 오똑했고 눈동자는 약삭빠르게 빛났다.  - P168

그는 소박하고 평범한인간으로 돌아간 자신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즐겁게 들판을뛰어가고 있고 머리 위로는 햇빛 가득한 넓은 하늘이 펼쳐져 있는 광경을 눈에 그리고 있었다. 그는 이제 새처럼 자유로우며 어디든 마음 내키는 대로 갈 수가 있는 것이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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