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성취를, 여성은 관계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도록 사회화되었기 때문에, 여성이 상대적으로 외로움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남성은 대개 독립심과 자립심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아왔지만 여성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여성들은배려와 보살핌의 원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사회의 지배 원리가 ‘여성적 가치‘가 아니라 ‘남성적 가치‘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자신이 사회화된 방식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외로움을 호소하는 것을 의존성이나 ‘쿨‘하지 못함으로 연결하는 사고방식은, 남성 중심적인 인식이며 이로 인해 남녀 모두 고통받게된다. - P118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무게는 절제와 인내력 등 자기 관리의지표일 뿐 아니라, 여성의 인격과 정체성의 기준이 된 지 오래다. 물론 뚱뚱한 남성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몸무게가 일상적으로 남성의 삶을 통제하거나 규율하지는 않는다. 여성의 체중은 곧바로취업·결혼·대인 관계 자존감으로 연결되는,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다. 여성의 거식증은 연속체로 존재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현대 가부장제 사회에서 먹는 양을 조절하지 않는 여성은 거의 없다.
(생각해보니 방송에서 건강,다이어트 관련바례는 대부분 여성이다. 통계적으로도 비만인이 여성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 - P127
남성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은 동시에 달성하기 힘든 이중메시지인 경우가 많다. 음식을 만들되 먹지 말라, 말라깽이가 되되가슴과 엉덩이는 풍만하라, 정숙하면서도 섹시하라……. 식욕·성욕·수면욕은 인간의 3대 욕구가 아니라 남성의 3대 욕구인 셈이다. - P129
흔히 여성은 ‘보는 주체‘가 아니라 ‘보이는 대상‘으로 간주된다. 사회는 여성의 몸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몰두할 뿐, 여성이자기 몸을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여성은남성의 눈으로 자신의 몸을 만든다. 물론, 요즘 세상에 다이어트나화장 등 외모 관리를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촌스럽게말하는 여성은 거의 없다. 대개는 "자기 만족을 위해서"라고 말하며, 실제로도 그렇다. 그러나 그 바람직한 자기 이미지‘는 미디어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남성은 여성만큼 ‘자기만족을 위해 다이어트와 외모 관리에 몰두하지 않는다. - P129
여성의 섭식 장애는 지극히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이다. 여성과여성성을 비하하고, 여성에게 이중 노동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감정의 허기, 남성의 이중 메시지로 인한 무기력 같은 정치적 허기를 신체적 허기라고 착각하기 쉽다. - P130
‘북핵 문제‘라는 말은 조지 부시의 언어다. 이 말은 이미 북한에핵이 있는 것처럼 간주한다. 이러한 명명에서 문제 집단은 전쟁을일으키려는 미국이 아니라 핵을 보유한 것으로 가정된 북한이 된다. 대개의 사회적 논쟁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섹슈얼리티와 여성문제에 관련한 논쟁도 그 논의 구도 자체가 ‘정답‘을 찾지 못하는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양성 평등‘이나 ‘여성의 사회 진출‘은 내가 피하는 말들 중 하나다. ‘북핵 문제‘ 처럼 이러한 용어들은 자신의 고통을 지배자의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모든 사회적 약자의 딜레마를 압축한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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