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

왜 현부양부(賢父良夫)라는 말은 없는 것일까. 스위트 홈‘과 자녀 양육이소중하고 성스러운 일이라면 그것은 책임이라기보다 권리일 것이고 남성들도 앞다투어 참가해야 한다. 

그러나 ‘집에 가서 애나 보라는 말은 노동 시장에서 남성들이 듣는 가장 모욕적이고 비참한욕이다. 현모양처가 과연 성취 가능한 일인지도 의문이다.
- P78

가정 내 성폭력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근친 성폭력은 드문 일이아닌 것이다. 친족 내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가정폭력의 특징은 반복과 은폐다. 아버지의 딸(혹은 아들)에 대한 성폭력이 지속 가능하려면, 지지는 방관이든 어머니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근친 성폭력가정의 어머니가 현모가 되려면 딸 편을 들어야 할 것이고, 양처가되려면 남편을 옹호해야 한다. 이것은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다.
- P79

가족 구조에서 어머니의 노동이라고 간주되는 육아와 가사는 문화적으로 비하되고 경제적으로 보상되지 않는다. 어머니의 일이단순하고 반복적인 미숙련 노동이라는 인식은 공적 영역에도 확장되어, 노동 시장에서 여성 노동에 대한 낮은 평가와 연결된다. 

노동현장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본래 업무 외에 추가된 성역할 노동을하면서 아니, 그러한 이중 노동을 하기 때문에 저임금이 합리화된다. 배려와 보살핌, 감정 노동을 중요한 노동 요소로 요구하는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유치원 교사의 저임금은 이들 노동의 특징이 어머니의 노동을 닮은, 성별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학력과 연령대의 남녀가 담당하는 남성 경비원과 여성 청소부(사실 청소의 노동 강도가 더 세다)의 급여가 다섯 배 격차가 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일이 어떻게 취급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노동 현장에서 커피 접대, 사무기기 청소 등 여성의 일이라고 간주되는 일을 남성에게 시켰을 때, 남성 노동자는 자존심의 상처를 넘어 회사를 그만두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 P80

나는 몇 년 전 국가 폭력과 관련한 국제 학술 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한 남성 참가자로부터 "어떻게 아줌마가 (애를 안 보고)이런 곳에 다 왔느냐."라는 ‘칭찬‘을 여러 번 들었다. 나는 그 말을모욕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는 칭찬이라고 주장했다. 그 말은 "여자주제에 어떻게 인권과 평화를 논하는 자리에 왔느냐."는 의미가 아니다. 그 대회에 참가한 미혼 여성들은 어느 누구도 그런 말을 듣지 않았다. 아줌마는 여성이 아니라 제3의 성이다. 공적 영역에 나올 수 있는 여성은 남성이 규정한 여성 이미지 ㅡ 젊고 예쁜, 자신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에 걸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줌마는 그들이 기대하는 여성이 아니다.
- P85

전 세계에서 이혼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인도인데, 대신인도는 기혼 여성의 자살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2005년 기준.통계는 이면을 읽어야 함) - P88

누가 나더러 여성주의를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하면, "착한 여자는 천당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라는 말을 소개한다. "착한 여자만이
천당 갈 수 있다."가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생각이라면, 여성주의는 "나쁜 여자가 천당 간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주의는 이러한 이분법적 사유와 거리가 멀다. 여성주의는 남성을 미워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애정이든 증오는 이제까지 남성에게 쏟았던 기운을 여성 자신에게 돌릴 것을 제안한다.
- P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