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아버지는 딸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독특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다이애나는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몇백 년 전 영국의영웅들을 잘 알고 있었던 반면,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사건들에대해서는 무지하다시피 했다.
다이애나는 지난 50년 동안 활동한작가들의 글은 별로 읽지 못했지만, 그리스와 로마, 과거 영국의 영웅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폭넓게 책을 읽었다. 그러므로 아버지보다인생과 사회가 지닌 알 수 없는 측면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도, 다이애나가 지닌 지식은 더 깊고 탄탄한 기반을 지닌 것이었다. - P317
아기였던 나를 여덟 살이 될 때까지 돌보는 일은 그곳으로 동행한 어머니의 하녀가 담당했다. 나는 집 안에서 구석진 곳에서 지내며 정해진 시간에만 고모를 만났다. 고모는 하루에 두 번 만날 수있었는데, 정오쯤이면 고모가 내 방으로 찾아왔고, 저녁 식사가 끝난 뒤 하인이 나를 고모에게 데려갔다. 고모는 나를 쓰다듬어주는법이 없었고, 내가 방에 있는 내내 말썽을 부려 성가시게 할까 봐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착한 유모는 응접실로 나가기 전에 내게 세심한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고모의 차가운 눈빛과 적은 몇 마디가일으키는 두려움이 어찌나 컸던지 나는 유모의 가르침을 어기는 법도 드물었고, 그처럼 잠시 만나는 동안 배운 대로 입을 다물고 있지못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
(자전적인 부분인것 같다. 쓰다듬어 주지도 않았다니..이건 사이코페스 양성법인데!) - P323
고모는 내가 스코틀랜드의 억양과 방언을 배울까 봐 두려워했다. 나도 조금은 스코틀랜드 억양을 조금은 배웠지만, 잉글랜드 말씨를잃지 않기 위해 매우 노력했다.
(계급적 차이에서 오는 영어발음의 차이에 지역적 억양차까지!) - P325
나이가 들면서 책들이 어느 정도는 사람과의 대화를 대신해주었다. 고모의 서재는 아주 작았다. 셰익스피어, 밀턴, 포프, 쿠퍼가 고모가 호기심에 모아놓은 시인이었다. 그리고 산문 중에는 리비와 롤린의 고대사 번역서를 주로 가장 좋아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이전에는 지루하다고 읽지않았던 다른 책들도 매우 흥미로워했다. - P326
"처음에는 내 가엾은 딸아이를 생각하는 것도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좀 지나고 슬픔이 조금씩 잊히면서 희망이 다시 나를 찾아오니 그 애가 자꾸만 생각났고, 여러 도시에서, 그리고 사막에서 내가 상상한 그 애의 요정 같은 모습이 끊임없이 눈앞에 어른거렸단다.
상쾌한 북풍은 네 영혼을 함께 실어다주는 것 같아 내겐 더 달콤하고 향기로웠다. 곧장 돌아가 너를 데려다 어딘가 비옥한 섬으로 가서 둘이서 평화롭게 영원히 함께 살 생각도 자주 했다. 돌아오면서 간절한 소망은 여러 가지 두려움과 맞닥뜨렸단다. 초조한 마음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지.
(초조한 마음!) - P333
인도의 뜨거운 태양과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버지가 지닌 활기를 더욱 강하게 해주었다. - P333
아버지는 너무나 많은 관습을 보고, 너무나 다양한 윤리 기준을 목격했기에 어느 한 나라에서 특정한 것과는 무관한 자신만의 관습과윤리 기준을 세웠다. 물론 젊은 시절 지녔던 의견이 그 원칙을 세우는 데 영향을 주었고, 대학에서 배운 사상이 예리한 통찰력이 내놓은 추론과 기묘하게 뒤섞였다. - P333
고국을 오래 떠나 있는 동안 삶에 아무런 깊은 관심도 지니지 못해 둔해진 마음은 아버지가 지닌 생각에 독특한 영향을 주었다. 젊은 시절에 비해 아버지가 외국에서 생활한동안에는 기묘하게 비현실적인 느낌이 늘 사라지지 않았다. - P333
마치 갓 다시 태어난 존재처럼 주위 모든 것이 새로운기분이었다. 아버지가 도착한 이후로 나는 작은 흙 알갱이에서 상상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이 큰 우주로 변했다. 이전의 내 삶은 자그마한 시골 개울처럼 고향 들판에서 떠나지 못해 조용히 맡은 임무를 다하고 땅에 스며들어 흔적도 남기지 못할 운명이었다. 이제 내삶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끊임없이 아름다운 비옥한 땅을 지나 흐르는 강이 된 것 같았다.
아아! 그 강이 곧 어떤 사막에 다다를지 알지못했다. 어떤 바위가 그 물길을 갈라놓을지, 어떤 끔찍한 광경이 그물결 위에 더욱 비틀어진 모습을 비출지. 나는 소망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깨어진 소망보다 더욱 쓰디쓴 절망을 가져다주는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 P335
그처럼 엄청난 행복에 곧바로 뒤이어 슬픔이 찾아온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달콤한 술을 마시고 나니 밑바닥에 쓰디쓴 독이 들어있었던 셈이다. 내 마음은 깊은 애정으로 가득했지만, 그 애정으로 고요했다.
사랑에서 불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나는 모두가 결국에는 배워야 할 이 교훈을 남들은 받아들일 수없는 방식으로 배우고 말았다. 이제는 그처럼 낙원의 행복을 누린짧은 몇 달이 한탄스럽다. 영원히 한탄해야 한다. 어떤 명령도 거역 한 적 없었고, 선악과를 먹은 적도 없었지만, 그런데도 낙원에서 가차 없이 쫓겨나고 말았다. - P335
아버지는 시인의 상상력을 가졌고, 당시에 느꼈던 감정의 동요를 묘사할 때면 그 말이 너무나 생생하게 와 닿아 나는 떨면서 그 말을 믿었다. 미친 듯 제멋대로날뛰는 생각에 마치 저승의 존재가 된 것 같았던 그 이후에 아버지가 어떻게 다시 삶으로 되돌아왔는지 의아했다.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동안 전하는 생각이 너무나 엄청난 것이라 좁은 인간의 마음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여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버지의 감정은인간의 육신에 깃드는 것보다는 지진이나 화산 속에 사는 정령에게어울렸다. 하지만 그것은 기억일 뿐이었다. 아버지는 그 후로 변화했다. 이제 오로지 사랑밖에 모르는, 너무나 상냥한 사람이 되었다. - P336
매와 부딪친 어리석은 참새처럼 나는 천국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두 눈에서는 눈물이 그칠 줄 몰랐고, 갑작스러운 슬픔에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불평과 눈물로 얼룩진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기쁨에서 슬픔으로 좀 더 서서히 떨어지기를청하는, 그것이 안 된다면 죽어서 나를 휩쓸어가는 잔인한 광풍 아래 사라지기를 간청하는 헛된 기도를 올리며 종종 기운을 내기도했다. - P341
조용히 우울하기만 한 날은 드물었다.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피신할 곳을 찾는 작은 배처럼 나를 밀어붙이는 격렬한 감정의 광풍에 그처럼 조용히 우울한 날의 평화는 자주 깨어졌다. 그바람은 내 고향 항구에서 불어오는 것이고, 나는 점점 더 멀리 밀려나다 폭풍우가 지나가고 바다가 겉보기에 잔잔해졌을 무렵 산산이부서지고 말았다.
아버지의 감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따금 아버지는 자신의 감정을 말 한마디, 손짓 하나로 드러내고는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몰래 다가갈 수 있는 만큼 가까이 다가가 두려운 마음으로 방 안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소리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갑작스러운 정적이었다. 정확히 무엇이무서운지 모르면서도, 나는 시종일관 두려움에 휩싸였다. - P344
내 영혼 전체가 그 눈물 속에 녹아버린 것 같았다. 손을 맞잡지도, 머리카락을 뜯지도, 한탄을 내뱉지도 않았지만, 보카치오가 지스카르도의 마음을 놓고 시기스문다가 느낀 강렬하면서도 소리 없는 비탄을 묘사하듯이, 나는 두 손을 모으고 앉아서 소리 없이 눈물을쏟고 있었다. - P361
나는 비둘기 같은 얼굴을 하고, 여우의 심장을 갖고있었다. 실제로 나는 거짓으로 타락을 느낄 뿐이었고, 그것을 구할순수한 양심이 깃든, 신성한 감정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전에는진정성이라는 흰옷을 입고 있던 내가 이제는 색색의 옷을 빌려야했다. 처음에는 그 옷이 어색했지만, 익숙해지니 우아한 주름을 접어서, 고상한 차림새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내 영혼의본색을 감출 때까지, 나는 거짓으로 내 영혼을 죽일 수 있었다. - P388
용감한 녀석들은 내 손에서 빵조각을 쪼아 먹었고, 내 손가락 위에 앉아서 고맙다고 노래를 했다. 좀 더 그곳에서 살자다른 동물들도 찾아왔는데, 여우 한 마리는 날마다 자기 먹을 것을구하러 왔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어도 가만히 있었다. 그 밖에 책 여러 권과 하프가 있어서 절망이 찾아오면 영혼을달래고 동정심과사랑으로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 P393
이렇게 2년이 흘렀다. 하루하루, 수백 일이 지나갔다. 세월이 흘러도 겉보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내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마음에는 몇 가지 느린 변화가 일어났다.
나는 더 공부하기시작했다. 책에 표현된 타인들의 사고를 좀 더 공감하기 위해서, 역사를 잃고, 내 앞에 존재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내 개인성을 잃어버리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어쩌면 긴박한 고통이 차츰 사라지면서나는 좀 더 인간다워졌다. 고독도 그 매혹을 몇 가지 잃게 되었다. - P395
우드빌은 늘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과 행복한 것에 대해 사색하도록 이끌었다. 그의 마음은 악보다는 선에 대한 믿음에 항상 경도되어 있었고, 희망을 잃은 이들조차 기쁘게 만들어줄 이 감정은 그가하는 말속에서 늘 빛을 발했다. -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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