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민주주의의 이런 경향은 의심할 바 없이 어리석지만, 파시즘에는 아주 유용하다. 예컨대 선거에 나갔을 때"우리근 파시스트입니다"라고 명시적으로 말
하는 것만 조심스레 피한다면, 민주주의 바보들은 우리를 단지생각이 다른 상대로 믿고서, 선거전에 뛰어들어 표를 얻게 하고, 심지어 권력까지 쥐도록 놓아둘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것은 트로이 신화와도 비슷하다. 민주주의를 포위할 필요가 없다. 그저 목마를 만들어 놓기만 하면, 민주주의 제도가 스스로우리에게 문을 활짝 열 것이다. 나를 ‘적‘이 아닌 ‘상대‘로 소개하는 것은 훌륭한 트로이 목마 전략이다.
- P41

파시즘의 어휘가 시간을 낭비하는 민주주의의 어휘와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확실히 이해시키려면, 우리는 반드시 적을 기형적인 존재로, 심지어 인간이 아닌 존재로 묘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상징하는 동물에 비유하는 것이다. 선택할 만한 단어는 많다. 이를테면 기생충, 젖소, 벌레, 상어, 암캐, 대머리수리, 돼지, 해충, 침팬지, 바퀴벌레가 있다. 겁쟁이 양떼라 불러도 좋고, 상황에 따라서는 동물로총칭해서 불러도 꽤 효과적이다.
- P44

두 번째 단계는 비난이다. 하지만 상대‘를 비난하는 일은 항상 어렵다. 상대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과 생각을 가지고 그만의 행동을 하므로, 오로지 그가 실제로 한 일에 대해서만 비난할 수 있다. 

반면에 ‘적‘은 실질적인 정체성이 없으므로 당연히 어떤 것으로든 비난할 수 있고,
책임을 전가하는 과정에 시동을 걸 수 있다. 가령 한 명의 적이저지른 잘못을 그가 속한 범주 전체에 적용할 수도 있다. 흑인이 여성을 강간했다고? 모든 흑인은 강간범이다! 어떤 무슬림이 알라를 외치며 사람들이 붐비는 공간에 들어섰다고? 예언자 무함마드를 따르는 자는 모두 잠재적 테러리스트다! 

아래층에 사는 파키스탄 제빵사도 마찬가지다! 그가 오븐용 장갑외에는 그 어떤 것도 손에 쥐어본 적이 없다 해도 말이다. 이와반대로 그들이 선행을 한 경우에는 이런 도덕적 전이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선행이 공개적으로 인정을 받을 때도 반드시그 개인의 예외적 행동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 P45

우리는 적을 불가사의한 힘을감춘 세력으로 만들 수도 있고, 손에 미치지 않는 뭐라 규정할수 없는 자들, 우리의 종말을 늘 계획하는 세력으로 만들 수도있다. 이렇게 하면 타협을 하려는 모든 시도가 불길한 함정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이 전략은 음모론을 활용하면 더 나은 효과를 낸다. 

매일 아침 만나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적보다는 입증할 수 없는 적을 증오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 P47

일차적 목표는 언제나 가족이다. 우리는 모두 가족을 위해일하고 싸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정이 실로 얼마나 연약한지강조하는 것이야말로 아빠와 엄마의 투쟁심을 불러일으키는결정적 방법이다. 가족의 적은 남성과 여성이 맡아온 본연의역할이나 전통적 기능을 훼손하려는 자들이다. 그런 일을 획책하고 또 수십 년 동안 실행해온 두 집단이 늘 있었으니, 그들은바로 페미니스트들과 동성애자들이다.
- P56

결국 개인의 나약함은 국가의 힘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요소다. 왜냐하면 자신의 나약함을 인식하는 사람만이 강자에게 의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자는 자기 것을 지켜야 할 때 물러서지 않는다.
- P63

민주주의는 의견 갈등에 기초한 정부형태임에도 여전히 정치를 실행하는 방법으로 폭력을 거부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타란툴라 독거미를 상추만 먹여서 길들인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물러터진 민주주의 정신에 따른다면, 누군가 반대 의사를 표명해도 우리는 그것을 무조건 존중하고, 조정하고, 수용하고, 중재해야 하며, 또 이견 표명보다는중년의 다과회에 어울리는 형용사를 붙여야 한다.
- P67

심리적 압박조차 최소한으로만 허용된다. 만일 민주주의 근본주의자의 방식대로 하면, 범인을 벌거벗긴 채로 묶어서 방 안에 모기 한 마리와 두기만 해도 당장 국제앰네스티가 개입할 것이다.
- P69

범죄가 정치적 반대 행위와 관련됐을 때는 특히 그러하다. 여기서 우리는 그 무엇보다 심각한 역설에 이른다. 예를 들어 경찰이 시위참가자를 죽이면, 그 경찰은 결국 감옥에 가고 다시는 경찰이될 수 없다. 반면에 시위참가자가 경찰을 죽이면, 그는 물론 감옥에 가겠지만, 형을 마치고 나면 또다시 시위에 나설 것이다.
민주주의에서는 반대할 권리를 절대 빼앗을 수 없기 때문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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