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우리가 정보와 지식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지혜를 원한다. 여기에는 차이가 있다.
정보는 사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이고, 지식은 뒤죽박죽 섞인 사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혜는 뒤얽힌 사실들을 풀어내어 이해하고, 결정적으로 그 사실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 P7
영국의 음악가 마일스 킹턴 Miles Kington은 이렇게 말했다. "지식은 토마토가 과일임을 아는 것이다. 지혜는 과일 샐러드에토마토를 넣지 않는 것이다."
지식은 안다. 지혜는 이해한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는 종류의 차이이지 정도의 차이가 아니다. 지식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지혜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지식이 늘면 오히려 덜 지혜로워질 수도 있다.
앎이 지나칠 수도 있고, 잘못 알 수도 있다.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다. 지혜는 실천하는 것이다. 지혜는 기술이며,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지혜를 운으로 얻으려는 것은 바이올린을운으로 배우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여기저기서 지혜의부스러기를 줍기를 바라면서 비틀비틀 인생을 살아나간다. 그러면서 혼동한다. 시급한 것을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고, 말이 많은 것을생각이 깊은 것으로 착각하며, 인기가 많은 것을 좋은 것으로 착각한다.
한 현대 철학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 - P7
나는 기차를 좋아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차 타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SD45 디젤 전기기관차를 보고 침을 줄줄 흘리는 철도광은 아니다. 용적 톤수나 레일의 폭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내가좋아하는 것은 경험이다. 오로지 기차로 이동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광활함과 아늑함의 희귀한 조합. - P9
우리 동네 서점에는 ‘철학‘ 섹션과 ‘자기계발‘ 섹션이 붙어 있다. 고대 아테네의 ‘반스앤노블‘에서는 이 두 섹션이 하나였을 것이다. 그때는 철학이 곧 자기계발이었다. 그때는 철학이 실용적이었고, 철학이 곧 심리 치료였다. 영혼을 치료하는 약이었다. 철학은 지유 효과가 있지만 핫스톤 마사지의 치유 효과와는 그방식이 다르다. 철학은 쉽지 않다. 철학은 멋지지 않고, 일시적이지 않다. 철학은 스파보다는 헬스장에 더 가깝다. - P11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철학을 근본적 반성" 이라고 불렀다. 메를로퐁티가 철학이 마땅히 누려야 할 약간의 통렬함과 위기의식을 불어넣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한때 철학자들은전 세계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철학자들은 영웅이었다. 그들은자기 철학을 위해 죽을 의향이 있었고, 소크라테스 같은 몇몇 철학자들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이제 철학의 영웅적인 면은 대학의 종신 재직권을 따내려는 투쟁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 P12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철학에대해 가르친다. 학생들에게 철학적으로 사색하는 법을 가르치지않는다. 철학은 다른 과목과는 다르다. 철학은 지식 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무엇을‘이나 ‘왜‘가 아니라 ‘어떻게다. - P12
그렇기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굼벵이처럼 느린 기차에 타고 있긴 하지만, 어떤 절박함이 내 펜을 움직인다. 삶을 살아내지않고서는 죽고 싶지 않은 자의 절박함이다. 특정 위기를 꼽을 순없다. 건강에 대한 불안도 없고, 경제적으로 천벌을 받지도 않았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올 법한 위기가 있다기보다는, 짜증과 실망이 은은하게 흐르고 내가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을 뿐이다. 내게 아직 삶은 골칫거리가 아니다. 하지만턱밑에서 시간이 내뱉는 뜨거운 숨이 느껴진다. 매일 조금 더 강하게. 나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알고 싶다. 아니, 알아야 한다. 그것도 너무 늦기 전에.
"결국 인생은 우리 모두를 철학자로 만든다." 프랑스 사상가모리스 리즐링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보고 생각한다. "왜 기다려야 하지?" 왜 삶이 골칫거리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오늘, 바로 지금, 아직 시간이 있을때 인생이 이끄는 대로 나도 철학자가 되면 안 되나? - P15
"나는 이불 아래 파묻힌 채 나를 때려눕히려고 마음먹은 적대적인 세상을 떠올린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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