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감동한 여자가 고마움을 표시하려고 손을 내밀었을 때 남자는 깜짝 놀랐다. 여자는 마치 낯선 사람을 처음 보듯이 안경 뒤에서 깜빡이는 남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아이의 눈처럼 순수하고 온화한 푸른 눈동자가 있었다. 

여자가 그의 눈을 들여다보자, 갑자기 푸른빛이 더욱 깊어지면서 지극한감정이 번지는 것이 보였다. 불현듯 여자는 다른 어떤 남자에게서도 경험한 적이 없었던, 전혀 새로운 온기, 애정, 신뢰 같은것을 느꼈다. 그때까지 모호했던 여자의 감정은 확신으로 변했다. 여자는 그토록 진지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남자의 손을 잡아본 적이 없었다. 

여자의 돌변한 분위기를 감지하자, 남자는눈가가 붉어졌다. 몹시 혼란스러워하면서 숨을 깊이 내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 P55

불현듯 여자는 놓쳐버린 풍경들에 대한 아쉬움이무디고 메말랐던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난생처음웅장한 대자연을 바라보면서 여자는 마치 쟁기가 땅을 갈아엎듯이 인간의 영혼을 뒤흔들어놓는 여행의 위력을 실감했다. 여행은 일상의 삶에 익숙해져서 단단하게 굳어버린 영혼의 껍질을 단번에 벗겨버리고, 저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변신을 향한 욕망이 언젠가 열매로 맺어질 씨앗을 심어놓는다.
- P59

크리스티네는 감기 기운이 있는병약한 사람처럼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눈을 내리깔고 차의맨 뒷자리를 향해 통로를 걸어갔다. 사람들 무릎을 지나쳐 갈때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양해를 구하듯이 빠르고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실례합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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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1-04-22 12:09   좋아요 1 | URL
아ㅋㅋㅋ잠자냥님이 그런 언급을 하셔서 저도 구매 안하고 도서관에서 빌려봄요. 도서관 책은 열린책들 크기 비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