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성차는 원인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젠더화된 각종 제도적 실천, 법, 감정 노동, 언어, 무의식, 섹슈얼리티 등이 상호 작용하면서 체현된 인간의 몸(social body)의 일부이다.  - P129

나는 여성학을 공부하지만 말이나 글에서 ‘남녀 양성 평등‘이라는 표현이나 주장을 사용한 적이 거의 없다. 거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도 없다‘고해도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여기 쓰기엔 길고 복잡한 이야기지만, 일단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남녀 양성으로 구성되어있지 않다. 2천 명당 1명꼴로 양성 구유자(hermaphrodite)가 태어난다. 성별과 섹슈얼리티가 사회 조직의 주요 원리가 되는 남성 중심 이성애주의 사회에서만 인간을 양성으로 구분한다. 

또한 여성주의 사상에는 여러 흐름이 있지만 최소한 내가 아는 여성주의는 남성과 같아지는 ‘평등‘이 아니라 인간 몸의 차이의해석을 둘러싼 권력 관계, 젠더라는 사회적 분석 범주가 구성되는 경계의 정치학에 대해 논한다.
- P130

사회주의가 ‘실패‘한 원인은 좌파가 인간 본성의존재를 부정해서라기보다는, 내가 보기엔 ‘원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별로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시스트나 파시스트나 설거지 안 하기는 마찬가지" 라는 말처럼, 사회주의와자본주의는 차이보다 공통점이 훨씬 많았다.  - P131

"성이 본질적으로 상반된 대립 관계라는 것은 완전히 틀린 말이다.
동물계와 식물계는 두 성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48개의 염색체 중 단 하나만 다른데도, 우리는 
48개 전체가 다른 것처럼 행동한다." (29~34쪽, 맞다. 인간은 양성으로 구성되어 있지않다. 따라서 양성 평등 구호는 자제되어야 한다.)

ㅡ<여성,거세당하다>저메인 그리어의 글 인용 (괄호는 정희진님) - P141

페미니즘을 ‘하나‘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다. 

나는평소 숱한 사람이 사상가들을 언급할 때 마르크스, 프로이트,
푸코, 루소…… 그리고 페미니스트 식으로 나열하는 데 분노한다. 

남성들은 ‘개인‘으로 호명되는데, 어째서 페미니즘은 한 덩어리로 간주되는가? 이는 마르크스 한 사람과 모든 여성이라는식의 발상이다. 

물론 이러한 경계의 정치학은 페미니즘 내부에도 있다. 흔히 페미니즘을 소개할 때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급진주의 페미니즘, 제3세게 페미니즘으로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제3세계에는 마르크스주의나 자유주의가 없다는 말인가? 마치 인간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줌마로 구분되듯이? - P151

내가 생각하는 지식으로서 페미니즘의 가장 큰 매력은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준다는 점이지만, 페미니즘의 정수는 스스로 내파와 파생을 거듭하는 지식이라는 데 있다. 이 변화는 멈출 수가 없다. 

왜냐하면 여성의 현실, 그리고 현실의 운동이 끊임없이 언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해 모든 진보적 사상이 그러하다. 지식은 현실의 필요에 의한것이지 유행을 타는 공부가 아니다. 

‘한물가거나‘ ‘이제는 필요없는 페미니스트는 있을지 몰라도 페미니즘 자체가 그럴 일은절대 없다. 

이 과정이 진화다.  - P151

성매매, 성폭력 제도의 본질적 공통점은 남성의 성은 남성의 몸에서 분리되지 않지만 여성의 성은 여성의 몸에서 분리된다는 점이다. 

남성의 성은 남성 개인의 몸에 소속되어 있다. 여성의 성은 여성 자신의 것이 아니라 국가, 가족, 그리고 그녀의소유자인 남성의 자원이거나 상징이다. 

남성의 성과 달리 여성의 성은 대상화된다. 유통, 기부, 거래, 순환 등 교환 가치를 지닌다. 남성 간 정치의 매개물이 되거나 강자들의 싸움터(battle ground)로 제공된다. 우리가 성 상품화, 여성의 대상화라고 부르는 현실이 이것이다. 내가 스스로 팔든 남에게 팔리든, 성매매는 여성이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물건이 됨을 의미한다. - P171

좋은 서평은 결국 좋은 독후감이다. 독서 감상문은 쓰는 이 자신에게로 회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성찰적이어야 한다. 

독후감은 개인의 맥락에서 읽혀야 한다. 다시말해 서평을 쓴 사람은 한 사람의 독자일 뿐 독자를 대변하는길잡이가 아니다.
- P220

페미니스트는 성차별의 보편성과 역사성(특수성, 차이, 지역성 ....)을 동시에 주장해야 하는 어려움을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 - P221

젠더는세상 어느 제도보다도 사회를 구성하는 데 핵심적이며 개인의삶에 깊은 자상을 남기는데도 그 부당성과 야만성에 비해 너무나 비가시화되어 왔다.
- P221

동성애자에게는 외국 군대보다 이성애 제도가 위협적이고,
장애인에게는 분단 상황보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체제가 더위협적이다. 

국민 국가 내부의 타자들은 공사 영역에 걸쳐 문화와 정상성이라는 이름의 일상적, 구조적 폭력에 시달린다. 이들에게 정치는 선거 때나 혁명, 혹은 전시에 국한되는 특별한그 무엇이 아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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