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제로 할머니지만, 나에게 ‘누군가의 할머니‘라는 묘비는 주지 말라. 나에게 묘비가 있다면, 내 이름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보다도 작가의 성별이 아니라 글의 우수함과 작품의 가치로 판단받는 책들에 내 이름이 박혀 있었으면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
- P170

시도하는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은 아니지만, SF를 읽은 적이 없다면 SF를 쓸 수가 없다. 하지만 다른 것을 읽은 적이 없어도SF를 잘 쓸 수 없기도 하다. 장르는 윤택한 방언과 같아, 그 언어를쓰면 어떤 것들을 특별히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보편 문학 언어와의 연결을 포기해 버린다면 내집단에게만의미가 있는 은어가 되어 버린다. 장르를 완전히 벗어난 곳에서 유용한 본보기들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언제나 전복적이었던 버지니아 울프를 읽으면서 많이 배웠다.
- P171

소설 『플러시 Flush」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개의 마음속으로들어가는데, 말하자면 비인간의 뇌이자 외계의 정신이다. 이런 식으로 보면 대단히 SF적이다. 다시 한 번, 그 책에서 내가 배운 것은정확하고 선명하고 고도로 선별된 세부 사항이 가진 힘이었다. 

울프가 글을 쓰느라 앉은 추레한 안락의자 옆에서 자고 있는 개를 내려다보며 ‘무슨 꿈을 꾸고 있니?‘라고 생각하고 귀 기울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바람 냄새를 맡으며.…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개의 세상에서, 산에 나가서 토끼를 쫓고 있는 개……….
- P172

화면으로 읽기는 종이로 읽기와 확실히 다르다. 다만 우리는아직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차이가 상당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두 종류의 읽기에 다른 이름을 붙여야 할 정도거나, 전자책은 책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이다.
- P177

우리가 왜 모 아니면 도를 택해야 하나? 그건 필요도 없고 파괴적일 때도 많은 방식이다. 컴퓨터는 2진법이라도, 우리는 아니다.
- P183

문학 소설을 장르소설과 대립시킬 때의 문제점은, 소설 종류의 합리적인 차이를 말하는 척하면서 비합리적인 가치 판단을숨긴다는 겁니다. 문학이 우월하고, 장르가 열등하다고 말이죠. 이건 편견에 불과해요. 우리는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지적인 토론을 해야 합니다. 많은 영문학과가 다가오는 우주선을 다 쏘아 떨어뜨려서 담쟁이 우거진 상아탑을 지키려는 시도를 그만뒀습니다.
많은 비평가가 많은 문학이 근대 리얼리즘의 성스러운 숲 바깥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문학과 장르의 대립은 남았고, 그게 남아 있는 한 잘못된 단정적 가치 판단도들러붙어 있을 겁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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