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티유 감옥 습격이 있던 1789년, 한 여행자는 "파라에서는 모두가 책을 읽는다."라고 보고했다. 그곳에서는 모두가ㅡ그러나 주로 여성들이ㅡ주머니에 책을 넣어 다닌다고 했다. 사람들은 마차 안에서, 산책길에, 극장에서, 휴식 시간에, 카페에서, 욕실에서 책을 읽는다. 상점에서는 여성들, 아이들, 장인과 도제들이 책을읽는다. 일요일에 사람들은 자기 집 문 앞에 앉아 책을 읽는다. 하인은 의자에 기댄 채, 마부는 마차 위에서 책을 읽는다. 군인들은 보초를 서면서책을 읽는다. - P123
소설 외에 철학과 정치 서적, 또한 포르노그래피, 무엇보다 풍자와 비방을 담은 글들이 유통되었다. 최초의 대도시 리포터였던 루이세바스티앵 메르시에는 그가 1781년에서 1788년 사이에 펴내었고곧 영어판으로도 나온 《파리의 풍경 Le tableau de Paris》에서 다음과 같이보고했다.
독자들의 문의가 빗발쳐서 책 대여업자가 하는 수 없이한 권을 삼등분해서 빌려줄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 있다. 빌려간 사람들은 며칠이 아니라 몇 시간 만에 다시 와서 값을 치르고 다음 권을빌려간다." 런던 사람들은 프랑스 혁명은 책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콩도르세와 토머스 페인을 위시한 많은 사람이 실제로 그렇게 보았으며 이 시기 독서의 엄청난 위력을 찬양했다. - P123
메리(메리 울프턴크레프트)의 깨달음에 따르면 처음의 환희가 잦아든 뒤에는 독서 자체가 무슨 직접적인 변화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책의 내용은 결코 부드러운 밀랍처럼 독자들의 이성에 스며들지 않으며, 뭔가를 읽는다고 필연적으로 그것을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생각들이 머릿속에 저절로 심어지지는 않을지라도, 새로운 독서 습관은 서서히 독자들의 머리를 변화시킨다. 그리하여 읽은 책의 권수가 더해갈수록 기본적인 회의와 의심도 높아만 간다. 파리에서 들려오는 소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아주 자연스런 일상 가운데서 독서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연구의상이 아니라 탐욕스럽게 소비하고는 다시금 내팽개쳐버리는 대상이다.
우선은 새 책이 제공하는 새로움에 매혹되었다가 그다음 실망는 식이다. 그러다 보면 독자들은 권위에 대한 존경심을 잃어버리시작하고, 읽은 내용에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 즉, 그들에독서는 필연적으로 이성의 활용을 동반하는 행위인 것이다. - P124
분석하고 판단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즐거움이나 동일시, 혹은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어쩔수 없이 글쓰기로 넘어가는 독서다.
페이지 가장자리나 따로 종이를마련하여 메모하고, 생각을 기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독서는 행위가 되고, 독서하는 사람은 텍스트에 응답을 하게 된다. 독자는 책의 수혜자가 되며, 또한 책의 라이벌이 된다.
그런 독자는 읽은내용을 다른 책의 내용과 비교하고, 분류하고, 지적하고, 바로잡고, 판단하고 칭찬하고, 매도한다. - P125
문화비평가 게오르크 슈타이너는 지식인이란 그저 "연필을 들고 책을 읽는 남녀" 라고 말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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