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와 칼뱅의 사상, 그리고 칸트와 프로이트의 사상 저변에 깔려 있는 가정은, 이기심과 자기애는 동일하다는 생각이다. 즉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미덕이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죄악이다. 게다가 타인에 대한사랑과 자신에 대한 사랑은 서로 배타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적으로 사랑의 본질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다. 사랑은 원래 어떤 특정한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 속에머물면서 꾸물거리고 있는 자질이 어떤 ‘대상‘에 의해 현실화할 뿐이다.
증오는 파괴를 원하는 열망이고, 사랑은 어떤 ‘대상‘을 긍정하려는열망이다. - P124
이기심은 자기애와 동일하지 않다. 오히려 자기애와는 정반대의 것과 동일하다. 이기심은 일종의 탐욕이다. 모든 탐욕이 그렇듯이, 이기심은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불만족감을 포함하며, 그 결과 진정한 만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탐욕은 바닥이 없는 구덩이다. 탐욕스러운 사람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지만 끝내 만족에 도달하지못하고 기진맥진한다. - P125
그는 자기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에 대한 불타는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무의식적인 역학 관계를 좀 더 관찰해보면, 이런 유형의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며, 사실은자신을 몹시 혐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126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이 수수께끼는 쉽게 풀 수 있다. 이기심은 바로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별로 없다는 데 뿌리를 두고 있다. 자신을좋아하지 않는 사람, 자신을 좋게 생각지 않는 사람은 항상 자신에 대해 불안을 품고 있다.
그에게는 진정한 사랑과 긍정의 기반 위에서만존재할 수 있는 내면의 안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기본적으로 안정과 만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을 걱정해야 하고 스스로 모든것을 차지하려고 탐욕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자기도취적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을 위해 뭔가를 얻는 데 관심을 갖기보다는오히려 자신을 칭찬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이들은 표면상으로는 자신을무척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들의 자기도취는 이기심과 마찬가지로 자기애의 근본적인 결핍에대한 과잉 보상인 것이다.
자기도취적인 사람은 사랑을 남으로부터 빼앗아,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돌린다고 프로이트는 지적했다. 이 말의앞부분은 맞지만 뒷부분은 틀렸다. 자기도취적인 사람은 타인은 물론자기 자신도 사랑하지 않는다. - P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