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1년 내내입을 꾹 다물고 있던 빈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와 오페라에 대해 신나게 떠들어 대며, 낡은 옷을 벗어 던지듯이하지 말아야 할 말을 경솔하게 하곤 하는 성수기였다. - P25
아주 즐겁게 타고 있어서, 장작 하나만 더 넣어 주면 새벽이 장례식처럼 음울해지지 않을것 같았다. 그녀는 장작을 올린 뒤 방 안을 사뿐사뿐 돌아다니며 꽃, 재떨이, 잭의 위스키 쟁반 등을 정돈했다. 자신의 내면에는 완벽한 것이 하나도 없으므로, 밖에 있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드는 중이었다. - P27
핌이 당신들에게 어떤 존재였든, 당신들이 지금 또는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든,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당신들이 안다고 생각했던 핌의 여러 모습 중 마지막 버전이다. - P55
손이 매끄럽게 움직였다. 줄을 그어 지운 단어는 하나도 없었다. 가끔은 말이다. 톰,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그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어. 가끔은 우리의 행동이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 되는 거지. - P56
그러나 이 공고 내용이 수정되어 있다. 뻣뻣한 재질의 공고문이 그 위에 핀으로 고정되어 있는데, 마치 법적 경고문처럼 전체를 타자기로 작성한 이 공고문에는 대문자 사용법이 엉망이다. 웃음이 나올 정도지만, 이 지역에서는 이런 것을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인다. - P60
여기는 풍자의 땅이니, 단도직입적인 말투는 죄인의 것이다. - P70
누군가를 비난해야 한다면 온전히 자신을 비난하라고. 그가 우리에게 내뱉는 은유에 비하면 별과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손가락질을 할거라면, 여길 가리키십시오." 그가 자신의 가슴을 한 번손가락으로 찌른다. 대가를 받아 내야 한다면, 여기 주소가 있습니다. 제가 있는 곳입니다. - P82
리키의 시선에 어둠 속에서 갑자기 잭나이프의칼날이 튀어나온 듯한 번득임이 나타난다. - P91
어쨌든 그가 그렇게 쓰러진 일을모리는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도러시는 그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는데, 모두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녀가 웃다니. 그 뒤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모리에 따르면, 릭이 교회 회보를 배달하러 글레이즈에 가면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 케이크와 레몬 향 보리차만은 아니라고 한번 자랑한 적이 있다고 했다. - P95
내 생각에 시드는 모리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다. 그는 많은 것을 보았다. 그가 비밀을 지켜 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와서 들려주는 이야기도 많다. 내 생각에 시드는 메이크피스 워터마스터의 집에 도사리고 있던 비밀을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노인이 된 뒤에도 그는 그비밀들을 깊숙이 파묻어 버리려고 최선을 다했다. 레이디 넬이 술을 마신 이유, 메이크피스가 그토록 자신감이없었던 이유, 그의 촉촉하고 작은 눈이 그토록 괴로운 빛을 띠었던 이유, 작은 입에 비해 식욕이 강했던 것, 그가아주 친숙한 것을 대하듯이 그토록 강하게 죄에 벌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를 시드는 알고 있다. - P95
「정말, 정말 재능이 많으십니다.」 그가 플로마리의 풍경을 그린 그림에 얼굴을 바짝 대고 감탄했다. 「혹시 미술 학교에 다니셨습니까? 아니면 그냥 그리신 건가요?」메리는 그를 무시했다. 브러더후드도 그를 무시했다. 그건 두 사람 사이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괜찮은 외교관은 귀가 들리지 않는 수도사뿐이다. 잭이 즐겨 하는 말이었다. 메리도 차츰 그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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