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는 수용소에서도, 그렇게 쓸 수가 없다! (앞으로 쓰려는 소설을 위해 이름 몇 개만 간직하고 있어도 위험을초래한다. 조직의 명단이 아닌가 의심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이름의 어근만 남겨 명사나 형용사로 변형시켜 기입했던 것이다.) 기억이야말로 유일하고 확실한 은신처였다.  - P154

수용소에서는 연필과 백지를 가지는 것은 허용되고 있으나, <쓴 것>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스딸린에게 바치는 서사시가 아니라면). - P154

우리는 괴로울 때 신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신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행복한 때다.
- P16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따르면 시라쿠사를 점령한 로마군이 아르키메데스를 찾아와 마르켈루스 장군에게 끌고 가려 했으나, 수학 문제를 푸는 중이라며 거절하자 이에 격분한 군인이 아르키메데스를 칼로 찔러 죽였다고 한다ㅡ옮긴이
- P162

1956년에, 이미 존재했던 지하 출판물 속에서 바를람 살라모프의 시집을 보았을 때, 나는 오랫동안 보지 못한 형제를만난 듯이 기쁨을 느꼈다. 그는 시라쿠사가 점령당했을 때의아르키메데스처럼 죽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나는 알고 있다. 이것은 놀이가 아니라,
목숨이 달린 일이다.
그러나 펜을 버리고 , 다 쓰지 못한 종이를 구기느니
나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그 역시 수용소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모든 사람을 피하여, 어둠을 향하여 대답없는 고독한 소리를 외쳤다. - P163

수용소는 일반 사회와는 다르다. 사회에서는 각자가 거리낌 없이 자기를 강조하여 밖으로 그것을 표현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무엇을 주장하려고 하는지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런데 형무소에서는 반대로, 모두가 획일화되어 있다. 모두똑같이 머리를 깎고, 똑같이 수염을 깎지 않고, 같은 모자를쓰고, 같은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의 표정도 바람 맞고, 햇볕에 그을리고, 때 묻고, 중노동에 일그러져 있었다. 그개성을 잃고, 지친 외모를 통해 영혼의 빛을 식별하는 데는오랜 세월이 걸린다.
- P169

스딸린 사망 후, 야노시는 명예 회복이 되었을 때, 무엇 때문에 자신이 9년 동안이나 감금되었는가를 알고 싶어서, 헝가리어로 쓰인 판결의 사본을보여 달라고 부탁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두려웠다. <무엇 때문에? 사실,나는 그 이유를 알 필요도 없다……. >그는 <우리 국민>의 기분을 이해했다 ㅡ지금 그 이유를 알아서, 무엇하겠는가?
- P180

12년이 지나 야노시는 작은 도시 너지커니저에서 경리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나에게 무엇을 써 보냈는가?
<그 모든 것을 체험한 후에, 저는 저의 과거를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음을 단언했습니다. 저는 괴로운 경험을 통하여, 남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석방되었을 때 저는 러시아 민족을 절대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러시아인들이 겪은 고통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그 선량한 마음 때문이라고, 남은 사람들에게 약속했습니다..….. 나는 왜 지금도 신문 지상에 저의 옛[조국] 에 대한 기사를 관심을 가지고 읽는 것일까요? 러시아 고전 작가의 작품은 저의 서고 책장에 가득 있고, 러시아어로 쓰인 책은 41권이나 있으며, 우끄라이나어로 쓰인 책도 4권(셰프첸고) 있습니다…. 남들은 러시아인이 쓴 글을 영국인이나 독일인이 쓴 것과 똑같이 취급하고 있지만, 저는 러시아인이 쓴 글을 다르게 읽습니다. 저에게 똘스또이는 토마스 만보다 가까운존재며, 레르몬또프는 괴테보다 훨씬 가깝습니다.
제가 러시아의 얼마나 많은 것을 그리워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할 것입니다. 이따금 저는 제가 얼마나 바보인가, 자문해 보기도 합니다. 거기에서 무엇이 좋았는데? 무엇 때문에 러시아인을 그리워하지? 저는 청춘을 거기서 보냈고, 인생이란 지나가 버린 나날과의 이별의 연속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후략

ㅡ위 글은 솔제니첸이 수용소시절 만났던 헝가리청년의 편지임.
러시아어를 전혀 몰랐을때 죄도없이 잡힌 후 러시아군이 내민 서류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서명. 9년간이나 수용소 생활을 함. 스딸린이 죽은후 헝가리인들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간후 12년이 다시 지나갔을때 솔체니첸에게 그가 보낸 편지(미미)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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