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끄한테서는 다음과 같은 말을 절대로 들을 수 없다.
〈내년 봄에 나는…….〉 그것은 내년 봄까지는 무사히 넘겨야할 겨울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일이라도 운명이 그들을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옮겨 던져 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로, 일각이 여삼추인 것이다.
- P254

대체로 제끄들은 <유머>를 높이 평가하고 좋아한다. 그것은 군도 첫해에 죽지 않고 살아남은 주민들의 심리적 바탕이건전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들은, 눈물은 자기변명이 될수 없으며 웃음은 얼마든지 좋다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다.
유머는 그들의 변함없는 동맹자로서 그것 없이는 아마도 군도에서의 생활을 이어 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욕설까지도 유머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더 우스운 것이 그것이 그들에게는 더욱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대단치 않은 유머이기는 해도 질문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나, 주위에서 일어나는일에 대한 그들의 발언에도 언제나 유머가 양념처럼 따르곤 한다. - P266

가령 군도에서 몇 해나 살았는지 제끄에게 물으면,5년이라고 대답하는 대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여기 앉아서 1월을 다섯 번 보냈수다.」(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군도에 머무르는 것을 <앉아있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앉아 있는 시간이 가장 짧은데도말이다.)
「힘들지요? 당신이 이렇게 묻는다.」
「처음 10년만 힘들지, 뭐.」 그는 히죽 웃으며 대답한다.
이렇게 혹독한 기후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해 동정을표시하면 상대방은 이렇게 말을 받는다
「기후야 나쁘지만 동료들이 좋으니까.」 - P267

svistet – 러시아어 <휘파람 불다>가 <거짓말하다>로 뜻이변한다.
temnit 러시아어 <어두워지다>가 <속이다, 헷갈리게 하다>로 변한다.
raskidyvat chernukhu 러시아어 <검게 씌우다>가 <속이다. 눈에 재를 뿌리다>로 변한다.
kantovatsya 러시아어 <뒤짚어엎다>가 <빈둥거리다>로변한다.
mantulit-러시아어<아부하다>가 <열심히 일하다>로 변한다...후략

ㅡ수용소의 언어변화(미미) - P270

제20장
개들의 근무


이 장에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은 일부의 누구에게 심한 모욕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로서는 수용소의 전통을 지켜야 했을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결국은 그들 자신이이 제비를 뽑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직무란 경비견의 그것과 다를 바 없으며, 실제로 그 직무는개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 P276

로스또프 수용소에 갇혀 있던 독일군 포로들의 경우는 예삿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밤마다 수용소장이 건축 자재를 훔쳐 오도록 그들에게 명령하고는 했으니 말이다! 소장과 그 밖의 당국자들이 자기 집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 소장이, 감자를 한 반합 훔쳤다고 해서 그들을 군법 회의에 회부하여 10년, 25년 형을 받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순진한독일인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을까? 마침내 그들은 좋은 수를 생각해 냈다. 즉, 여자 통역 S.한테 가서 일종의 각서를 맡겨 놓고 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몇 월 며칠에 명령에 따라 본의 아니게 도둑질을 하러 간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철도 부설 공사를 맡고 있었는데, 날마다 시멘트가도난당하는 바람에 그 철도는 거의 모래 위에 놓인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 P293

무능한 인간에게 무제한의 권력을 쥐여 주면 그는 반드시 잔인해진다. - P294

집단 농장의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설명한다. 「농업 사정은 한결 나아졌지요. 요즈음 집단 농장에서도 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심고 있으니까요.」 (원시인이 동굴에서 나와 처음으로 산불 난 자리에 농사를 지을 때도 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심지 않았던가?)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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