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기체 역학의 대가로서 여러 분야에 걸쳐 비범한과학적 재능을 발휘한 꼰스딴찐 이바노비치 스뜨라호비치는레닌그라뜨 형무소로부터 우글리치 수용소로 호송되어 거기서 목욕탕 잡부로 일하고 있었다.  - P199

모름지기 지나치게 목숨에 매달려 있는 자들은 영혼이나 정신적인 면에는 그다지 매달리지 않는 법이다.
- P203

빵을 지배하는 자는 생명을 지배한다 - P204

1930년대 이후로 우리 나라에서 산문이라는 것은 땅속으로 잦아든 호수가 남긴 거품 같은 것이다. 그것은 그 시대의가장 중요한 것과 격리되었기 때문에 이미 산문이라 할 수는없고 단지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작가들 중에 제법훌륭하다는 사람들조차 자기 내부에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짓뭉개 버리고 진실에 등을 돌렸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 자신도 그들의 책도 멸망을 면할 수 있었다. 한편, 사물을 깊이 통찰하고 그 특징을 파악해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를그만두지 않은 사람들은 그 시대에 죽음의 길로 들어서야 했다. 그들의 대부분은 수용소 안에서 죽어 갔고, 일부는 전선에서 자포자기적 행동 속에 죽어 갔다.
- P210

그러나 여기에 중요한 인생의 법칙이 있다. 유복한 생활은인간의 내부에 있는 정신적 탐구심을 죽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첫째 분야는배부른 사람들에 의한 예술의 왜곡, 병적으로 자부심이 강한 유파, 즉 열매없는 헛꽃을 수없이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는 개인적으로 몹시불행하거나, 극도로 왕성한 정신적 탐구심을 타고난 사람들이 등장해야만 비로소 위대한 문학이 창조되는 것이다.
- P211

넷째 분야는 세계의 전승 문학이다. 이것을 위해서 개개인이 누릴 수 있는여가는 그야말로 쥐꼬리만도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분야에 공헌할 수 있는 것들, 예컨대 어떤 행운의 순간에 반짝 나타나곤 하는 현상이라든가 멋들어진 비유 같은 것도 그다지 풍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창조자들의 수는헤아릴 수 없이 많았으며, 그들은 거의 모두가 항상 압박을 받아 불만에 찬 사람들이었다. 창조된 모든 것은 그 후 몇십만이라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세월을 따라 전승되는 과정에서 선택되고 세련되어 더욱 빛을 내게 된다.  - P211

몇백만이라는 러시아 지식인들을 여기에 던져 넣은 것은수학여행을 위해서가 아니고, 폐인을 만들기 위해서였으며목숨을 끊어 버리기 위해서였다. 그들에게는 애당초 놓여날가망이라고는 없었다.  - P211

아마도 인간의 이기적인 본질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강제 없이는 유감스럽게도 그 울타리를 성큼 뛰어넘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세르반테스는노예의 생활을, 도스또예프스끼는 유형지의 생활을 몸소 체험함으로써 비로소 태어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데 바로 수용소군도에서는 그러한 실험이 몇백만이란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에 한꺼번에 행해졌던 것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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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1 1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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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1 15: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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