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츠에게
(그의 소네트 <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질 때>를 읽고)

시의 조각가, 너는 말했지,
"아, 내 영혼이 느끼는 모든 것을, 그래 모든 걸
뜨거운 시구로 옮기지 못하고 죽어버린다면!"
그리고 너는 죽었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갑작스러운 공포!
나도 그렇게 된다면!
당혹스럽고 깊은 내 느낌들을
나조차 세상에 말할 수 없게 된다면!
나의 영감과 고통을
내 안에 차갑게 가둬둔 채 죽는다면,
시의 조각가, 너처럼!

1908.11. 17.
- P11

애서가(愛書家)

오 야망이여…! 나는 얼마나
가련한 애서가가 되고 싶었던가
펼쳐진 영원의 고서 앞에 멈춰 서서
그것 말고는 살아 있다는 자각이 없는.

봄이야 녹음으로 물들든 말든
나는 늘 책 위로 잔뜩 구부린 채
중세의 어느 아가씨에 관한
오래된 과거에 미소 짓겠지.

삶은 잃지도 얻지도 않겠지
나로선 아무것도, 나의 몸짓은 아무것도
그 깊은 사랑에 몸짓 하나도 더하지 못하겠지.

나는 읽곤 했지, 등불에 이마를 맞대고,
아름다움과 무관하게

세상에도 무심한 채.

1911.12.29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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