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쩍 마른 몸에 고급 양복을 차려입은 A는 2년 전과 다름없이 위험한냄새를 풍풍 풍기며 신품 열쇠를 내밀었다.
"세세한 지시는 그쪽에서 메일로 보낼 거야. 거기서 하라는 대로 해."
그럼 잘 부탁한다, 라면서 A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 등짝은, 나는 어디까지나 중개인일 뿐,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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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나는 교통위반으로 몇 번 지문 채취를 당한 적이 있다.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남의 눈이 없는지 확인하고 A가 건네준 열쇠를 구멍에 꽂아 넣었다. 슬쩍 돌리자 달칵하고 잠금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마자 현관이 환해지는 바람에 흠칫 놀랐다. 센서가작동해 자동으로 켜지는 시스템인 모양이었다. 요즘 새로 지은맨션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치지만, 싸구려 원룸에서 사는 처지인 나로서는 심장에 영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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