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폭력 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 사건에서 성폭행 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2018도2354 판결) - P42

1심 재판에서 손정우는 나이가 어리고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으며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석방된 뒤에는 결혼도 했다. 검사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재판부는 그의 죄가 무겁다며 집행유예 없이 실형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으나, 결혼해 부양할 가족이생겼다는 점을 참작 사유로 삼았다.  - P56

심지어 공중보건의인 한 이용자는 9세 아동 성착취 영상물 등 불법 영상 33개를 다운받아 소지하고 있었는데도 형사처벌되면 취업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벌금형마저 선고 유예됐다. 이 정도면 처벌이 아니고 가히 ‘대접‘이라고 할만하다. 명백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이처럼 대접받는이유는 무엇일까.
- P57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 성착취의 형태로 성매매를 명확히 열거하고 있고, ‘아동 성매매‘라는 용어 대신 ‘성매매 상황에 있는 아동 성착취라는 용어를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성매매에 동원된 아동은아동의 합의나 동의 여부를 떠나 성매수 범죄의 피해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 P61

2017년 대법원은 15세 여중생과 성관계를 맺어 임신에 출산까지 하게 한 49세 기획사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해 크게 논란이 됐다. 법원은 아이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성관계에 동의했고 두 사람이 연인 사이였다는 가해 남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미성년자는미성숙하여 어른이 보호·양육해야 한다는 주장이 왜성인 남성과의 성적인 문제로 얽히면, 남녀 간의 사랑에 따른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로 둔갑하는가.
- P63

불법 영상을 촬영한 남성들이 교사 및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유로 처벌이 감경 (벌금형에 심지어 기소유예) 혹은 면제되는 것을 보라. ‘웰컴투비디오‘ 사건에서손정우에 대한 양형 참작 사유도, 결혼하여 부양할 가족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법원이 성범죄자들의 취업을금지한 직업군에 있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오히려 법을 무력화하기도 한다. 성범죄로 인해 고통받는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가족 부양이, 가장이 되고 사회를 이끌어 나갈 남성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친딸을 유린한 경우에 피해자인 딸을 양육하라며 석방해준 경우도 있었다.  - P66

남성들이여, 제발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성범죄를저지르고 ‘동의‘나 ‘사랑‘을 했다고 말하지 말라. 그렇게사랑한다면 아직은 어린 그들이 건강하게 무사히 성인으로 성장하게 지켜보라.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  - P66

2015년 교육부가 배포한 성교육 표준안에는 ‘성에 대한 남성의 욕망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충동적으로 급격하게 나타난다‘는 묘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배꼽티, 짧은 치마, 딱 붙는 바지 대신 긴 치마를 입은 모습을 ‘여성의 바른 옷차림으로 제시하는 표현이 있으며, 심지어 ‘데이트 비용을 많이 내는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성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원하게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원치 않은 데이트 성폭력이 발생할 수있다‘는 식의 왜곡된 통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있었다. 6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마련한 성교육 표준안이었다. 이처럼 공교육이 앞장서서 왜곡된 성관념을 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 P74

아동 성착취 영상‘만‘을 다루었던 인터넷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는 겨우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그 이용자들은 공중보건의라는 이유로, 교사라는 이유로, 부양가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집행유예, 벌금형, 선고유예 같은 관대한 처분을 받았다. 2019년 한 해 동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에대한 판결문 전체를 분석해본 결과, 92퍼센트가 벌금형이고 평균 벌금액은 298만 원, 나머지 8퍼센트는 집행유예였다고 한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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